그러나 그 선배가 사물을 볼수 있는 눈은 오른쪽 눈뿐이다.
작년 집회현장에서 전경이 던진 돌에 눈을 맞아 두눈 모두 실명될 위기에 처했으나, 수술 끝에 간신히 한쪽 눈만을 살려낸 것이다.
우리 주위엔 「애국의 한길」에서, 「노동해방의 한길」에서 죽어가고 부상당해 불구의 몸으로 평생을 살아야 하는 노동자·학생·민주인사가 너무 많다.
전태일 열사가 그렇고 조성만·이한열열사가 그렇고 또 지난달 30일 농성중 경찰력투입에 항거해 분신한 안산지역 금강공업노동자 박성호열사가 그렇다.
금강공업노동자들은 회사측에 단체협상을 요구했지만 회사측은 이를 무시한채 공권력을 요청, 농성장에 이를 투입시킨 것이다.
무자비한 경찰력에 마지막 힘으로 금강공업노동가 박성호씨는 자신의 몸에 신너를 붇고 맞섰다.
『우리 공장으로 한발만 들어오면 분신하겠다』고 외치며, 그러나 박씨의 절규는 전경의 군화발소리에 묻혀버렸고 몸에 신너를 붇고있던 박씨등은 마지막 항거로 자신의 몸에 뜨거운 성냥불을 그어댔다.
금강노동자의 분신자살이 있은 후 첫발을 농성장에 디뎌 분신을 종용한 전경에 대한 수사는 없었고, 경찰력의 「농성장투입」에 총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 대한 책임을 묻는 행위도 없었다.
이한열열사에게 최루탄을 쏜 전경의 색출작업은 없었고, 「민주를 외치는 학생들에게 무조건 최루탄을 쏴라」고 가장 뒷쪽에서 지시한 조종자에 대한 처벌도 없었던 것처럼. 그러나 지난12일 박열사 사망후 거리시위를 하던 시위대를 막던중 숨진 경찰간부에게 돌을 던진 사람을 찾는데 경찰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영장없이 안산노동관련단체를 압수수색하고 있으며 노동단체간부들을 무차별하게 연행하고 있다.
현재 연행된 노동단체간부의 수만도 21명에 이르고 있다.
연행 노동자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구체적으로 물증없이 심증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은 돌을 던진 사람을 찾아 내기 어렵게되자 이날 시위에 참가했던 사람까지 무조건 구속수사할 방침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동료의 복수를 위해 혈안이 되있는 경찰은 관련자와 동명이인인 사원의 집에까지 출동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복수」는 올바르게 이루어져야한다.
섣부른 복수는 또 다른 화를 불러내오기 마련인 때문이다.
경찰은 더 이상의 「보복수사」를 중단해야한다.
그리고 진짜 복수의 칼날은 애꿎은 노동자에게 탄압의 수단으로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 돌아오지 않는 화살이 되어 처음부터 이를 조장한 주범에게 날아가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