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보도와 복잡한 교통 상황
학생 안전 해치는 정문 앞 보행 환경

이대역에서 우리대학 정문으로 향하는 200m 남짓한 길목은 학생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들을 안고 있다. 많은 차량 통행과 좁은 인도가 맞물리며, 유동 인구가 몰리는 시간에는 위험이 더 커진다는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된다.

학생들은 정문 앞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며 차량과의 상시적인 눈치 싸움을 벌인다. 이대역 3∙4번 출구에서 우리대학 정문으로 향하는 길에는 이대역 사거리에서 진입하는 차량뿐 아니라 이화여대길 골목을 오가는 차량 및 오토바이가 혼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평일 오전 채플을 듣기 위해 해당 시각 직전에 약 2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길목에 몰리기도 한다.

도로교통법 제27조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고 할 때 운전자가 횡단보도 앞에서 반드시 일시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대학 앞 도로에서는 보행자 보호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소정(커미∙22)씨는 “대로변에서 신호를 받고 들어오는 차들이 양보를 안 해줘서 먼저 끼어들듯 지나가야 (차들이) 멈춰준다”라며 일방통행 1차선 도로에서의 과다한 차량 통행량도 문제로 꼽았다. 최가은(커미∙22)씨는 “이대역부터 내려오면서 차와 부딪칠 뻔한 사람을 목격한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화여대7길과 8길이 만나는 교차로. 진유경 사진기자
이화여대7길과 8길이 만나는 교차로. 진유경 사진기자

골목 교차로 구간은 위험이 더 크다. 경사가 급한 이화여대7길과 8길이 만나는 교차로에서는 차량과 오토바이 통행이 잦아 보행자가 수시로 주위를 살펴야 한다. 윤소이(심리∙23)씨는 “(길 사이사이에) 골목들이 많아서 언제 차가 나오거나 들어갈지 모른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장시은(사회∙19)씨도 “보행자와 차가 서로 양보를 잘 안 하고 차들이 사람들 사이로 억지로 들어오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대역 3∙4번 출구에서 정문으로 이어지는 보도의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문까지 내려오는 구간에는 4일 기준 벤치가 총 39개 설치돼 있는데, 여기에 가로수와 인근 상가 적치물까지 더해지면 ◆유효 보도 폭이 크게 줄어든다. 인파가 몰리는 등하교 시간에는 보행자가 차도로 밀려나기도 한다. 장씨는 “시험 기간에 무거운 책을 들고 올라가다가 사람이 몰려 차도로 비켜 걸은 적이 있는데 그때 굉장히 위험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휴식 공간을 위해 설치된 벤치의 효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서대문구청은 불법 노점을 막고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벤치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세대 손봉수 명예교수(도시공학과)는 “좁은 보도에 벤치를 설치하는 것은 결코 보행자를 위한 시설이 아니다”라며, 벤치 개수를 줄이거나 보도를 바깥쪽으로 확장해 그 공간에 벤치를 배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대문구청은 향후 현장을 파악해 보행 과정에서 벤치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철거 또는 이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화여대2길 앞 보도에 설치된 ‘보행자 주의 AI 카메라’의 모습. 카메라를 통해 감지된 보행자는 전광판에 붉은색 사각형으로 표시된다. 진유경 사진기자
이화여대2길 앞 보도에 설치된 ‘보행자 주의 AI 카메라’의 모습. 카메라를 통해 감지된 보행자는 전광판에 붉은색 사각형으로 표시된다. 진유경 사진기자

이화여대길에는 보행 안전을 위한 교통안전시설이 일부 설치돼 있다.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현재 이화여대길에는 주정차 금지 규제표지 4개소, 횡단보도 지시표지 2개소가 있다. 서대문구청은 2024년 11월 어린이보호구역인 이화여대2길 앞 보도에 ‘보행자 주의 AI 카메라’(카메라)를 시범 설치했다. 카메라는 주변 보도에 있는 보행자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대형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송출한다. 서대문구청은 우회전 차량과 보행자 간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했으나, 예산 문제로 다른 골목까지 확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손 교수는 차량 속도를 자연스럽게 줄이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신호등 설치 대신 차도 폭을 줄여 보행 공간을 넓히고, 도로 선형을 조정해 차량이 직선으로 빠르게 달리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 이대 앞 도로에서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트래픽 카밍(traffic calming)’이라 부르며, 해외에서는 주택가나 학교 앞에 보행자가 우선일 수 있도록 차량 이동을 불편하게 만드는 도로 설계가 적극 활용된다. 또, “접속된 경사가 급한 ◆세가로의 차량 통행은 매우 위협적”이라며, 무인 속도 단속 카메라 설치를 통해서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시설 설치보다 △차량 속도 조절 △도로 구조 개선 △보도 재정비 등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 지역 사회와 학교가 함께 문제를 제기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관건이다.

 

◆유효 보도 폭: 보도 폭에서 가로수나 노상 설치물 따위로 발생하는 손실 폭을 제외하고 실제로 통행이 가능한 폭

◆세가로: 도로의 분류에 있어서 소로로 분류되며 상하 차선의 구분이 없는 도로를 통틀어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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