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에는 여전히 폭격이 몰아치고 있다. 한국에서 머물며 대학살을 적극적으로 기 록하고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정체성과 저항을 연구한 시마 자예드(Sima Zayed·아시아 여성학 전공 석사·25년졸)씨가 졸업장을 받는다.

시마씨는 본지 1675호(2023년 11월27일자)의 ‘당연한 자유 속에 살기 위해, 평화를 위한 팔레스타인의 외침’ 기사 취재원으로 등장했다. 그는 전쟁으로 인한 학살이 멈추길 간절히 바랐으나, 교정을 떠나는 지금까지도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진 식민 학살은 멈추지 않고 있다.

시마 자예드(Sima Zayed)씨가 팔레스타인 전통 복장인 케피야(Keffiyeh)를 두른 채 미소짓고 있다. 정영인 사진기자
시마 자예드(Sima Zayed)씨가 팔레스타인 전통 복장인 케피야(Keffiyeh)를 두른 채 미소짓고 있다. 정영인 사진기자

석사 과정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시마씨는 2023년 10월 가자지구 대학살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에서 일상을 살면서도 고국을 끊임없이 걱정했다. 일상과 전쟁의 괴리를 견디며 매일 이중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 시기를 ‘학살과 삶의 균형’(genocide-life balance)이라고 표현하며, 학살이 벌어지는 팔레스타인과 평화로운 한국 사이에서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시마씨는 서구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여성과 젠더 문제를 공부하고 싶어 한국을 선택했다. 그는 우리대학에서 ‘아시아’여성학을 공부하며 “(내가) 태어난 아시아 대륙에서 석사과정을 밟는 것이 보다 진정성 있고, 나의 삶과 가까운 경험을 학문적 시각에 반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의 여성은 전쟁과 뿌리 깊은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억압을 겪고 있다. 시마씨는 아시아여성학을 통해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경험을 새롭게 이해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중요한 틀을 배웠다. 그는 “팔레스타인에서의 페미니즘은 매일이 삶을 통한 저항의 정치적 실천” 이라며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생존과 저항의 주체임을 강조했다.

시마씨는 한국 사회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팔레스타인을 대표해 왔다. 그는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계속해서 발화해야 했다. 현재 사회에서는 팔레스타인을 논의할 때 전쟁, 학살과 같은 정치적 측면을 강조한다. 그 속에서 박희규 교수(기독교학과)는 그를 여러 차례 수업에 초대해 팔레스타인의 문화와 가족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마련했다. 시마씨는 “한국에서 늘 폭력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정치적 존재로 여겨졌지만, 이 경험은 나의 인간성을 다시 확인해 주었다”며 박 교수에게 감사를 전했다.

시마씨는 한국에 남아 일자리를 찾을 계획이다. “언젠가 이화의 연구자로 돌아오는 것이 더할 나위 없는 꿈”이라며 설렘을 표했다. 그는 이화에서 만난 다양한 이들로부터 여성의 투쟁 속 공통된 흐름을 배웠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이화의 소중한 우정 덕분에 “앞으로 여러 나라에서 숙박비를 아낄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시마씨는 팔레스타인 청년들에게 “팔레스타인을 대표하고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라”고 조언했다. 우리의 정체성은 곧 힘이라며 청년들의 발걸음은 자신과 민족을 위한 것이라 말했다.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끝없이 외쳐 온 시마씨는 목소리의 힘을 안다. 그는 “당신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며 청년들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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