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ECC 밸리에서 11일 조류 충돌 사고(사고)가 있었다. 대규모 유리 벽이 많은 교내 건물에서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대학은 2021년 ECC에 초음파 발생기를, 2023년 연구협력관 건물 남측에는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를 설치했다. 이후에도 사고가 발생하며 학교 측 대응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교내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소모임(모니터링 소모임)이 2019년 5월부터 자체적으로 수집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교내 24개 건물에서 법정 보호종을 포함해 총 55종, 455개체의 조류 충돌 피해가 있었다. 특히 ECC에서는 사고 통계 전체의 78%(368개체)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근 2년 동안에는 11개 건물에서 총 33종, 142개체 사고가 있었다.

ECC와 연구협력관에 조류 충돌 건수를 의미하는 푸른 점이 집중돼 있다. 출처=네이처링
ECC와 연구협력관에 조류 충돌 건수를 의미하는 푸른 점이 집중돼 있다. 출처=네이처링

서대문구는 서울에서 피해 개체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며, 그중에서도 우리대학이 위치한 대현동에 조류 충돌 피해가 두드러졌다. 국내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피해를 기록하는 ‘네이처링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지도’에 따르면 ECC와 연구협력관에 피해를 의미하는 푸른 점이 가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니터링 소모임은 “우리 대학 캠퍼스 건축 환경이 새들에게 미치는 치명적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관리처 건축팀은 “모니터링 소모임에서 건축팀으로 요청 사항 및 사고 관련 통계자료를 전달해주면 대응하는 방식으로 사고 대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 건축팀은 ECC 선큰가든 양측 난간에 각각 2대씩 초음파 조류 퇴치기 총 4대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이에 건축팀은 “설치 당시 모니터링 소모임에서 사고 발생 횟수가 감소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며 “사고 발생 횟수가 기후 환경 등의 영향일 수 있으므로 오랜 기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점검 과정에서 동측 초음파 조류 퇴치기 2대에서 문제가 확인돼 정비 후 재설치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23년에는 환경부 지원으로 연구 협력관 남측 유리면에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를 부착하는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저감 조치도 이뤄졌다.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가 부착돼 있는 연구협력관 남측면(숲과 인접한 면)의 모습. 김윤희 기자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가 부착돼 있는 연구협력관 남측면(숲과 인접한 면)의 모습. 김윤희 기자

모든 건물에 조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모니터링 소모임은 2021년 ‘이화에바란다’를 통해 처음으로 ‘조류 충돌 저감 스티커·유리 시공’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2021년 당시 건축팀은 “대규모 시공에는 건축물 외관 보존에 대한 합의와 비용 등 한계가 있어 당장 모든 건물에 저감 조치를 하기엔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고 답했다. ECC 건축 당시 프로젝트 총괄을 맡았던 강미선 교수(건축학과)는 “건축 당시 조류 충돌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어 특별히 고려했던 사항은 없었으나, 지금이라도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현 교수(건축학과)는 조류 충돌이 단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개발의 중요한 과제라며 “생태적 피해 최소화가 진정한 친환경 건축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시설 개선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직원이 참여하는 시민 과학적 모니터링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니터링 소모임은 서울시 환경 조례 제정 등 사회 변화가 서서히 진행 중이라며 “학교는 변화하고 있는 사회의 흐름에 맞춰 교내 조류 충돌에 대처하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윈도우 스트라이크: 유리창을 보지 못한 새들이 그대로 날아가 부딪혀 치명상을 입거나 죽음에 이르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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