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평등 부문, 국내 1위
환경 부문, 정량적 지표 부족과 정기 교육 및 프로그램 부족

 'ESG' 기사에서 계속

우리대학이 처음 발간한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보고서 중 사회(S) 부문 에서는 세계 대학 성평등 영향력 순위에서 한국 대학 1위를 기록하는 등 긍정적 성과가 포함됐다. 그러나 환경 부문(E)에서는 향후 환경 및 ESG 관련 교육과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ESG 경영 체계가 미흡하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또한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는 지표가 부족해, 환경 관리 12개 항목 중 8개 항목은 평가 자체가 불가능했다.

 

THE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 젠더 평등 부문 국내 1위

우리대학은 ‘THE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 젠더 평등 부문에서 국내 1위를 차지했다. 제공=이화여자대학교
우리대학은 ‘THE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 젠더 평등 부문에서 국내 1위를 차지했다. 제공=이화여자대학교

SDGs 보고서는 영국 고등평가기관 THE(Times Higher Education)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와 QS 세계 대학 랭킹 등의 주요 세계 대학 평가 지표에 활용된다. THE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는 지속가능경영 전 영역의 보고서 발간 여부를 평가에 반영하며, QS 역시 2023년부터 지속가능성 순위를 별도로 발표하고 있다. 이에 기획처 기획팀은 우리대학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력과 성과를 체계적으로 담아 순위 상승에 기여하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는 ‘THE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 젠더 평등 부문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한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 ESG 경영원 최부경 연구 실장은 “젠더 평등 부문에서의 우수한 성과가 돋보인다”며 △환경 관련 논문 수 △생물 다양성 연구 및 교육 프로그램 운영 △‘생물 다양성 광고 크리에이터’ 운영 등의 성과는 다른 대학에 비해 다양성이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영문으로만 작성된 보고서, 누구를 위한 보고서인가

그러나 첫 보고서인 만큼 한계도 있었다. 최 연구실장은 “ESG 보고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대학의 ESG 경영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대학 보고서는 영문으로만 작성돼 이러한 목적이 무색해졌다. 위대현 교수(환경공학부) 역시 “SDGs 보고서는 외부에 성과를 알리는 동시에 학교 내부 구성원과도 개선점을 공유해야 한다”며 국문 보고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기획팀은 “세계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평가 순위 및 평판 제고를 위해 영문으로 작성했다”며 향후 국문 보고서 또한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량적 지표 부족, 보고서 아닌 홍보물과 다름없어

우리대학 보고서는 환경 부문의 정량적 지표가 매우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 았다. 보고서에는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이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한다. 2022년 8월 발간된 서울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대학의 온실가스 배출을 비롯해 에너지 효율화 사업 현황, 에너지 소비 특징, 세계 주요 대학의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이 담겨있다. 건국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도 에너지 사용량과 지정 폐기물 배출량에 대한 지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대학 보고서는 정량적 지표 부족으로 인해 환경 관리 부문 12개 항목 중 8개 항목이 평가 자체가 불가능 했다.

최 연구실장은 “(보고서에) 환경(E)과 지배구조(G) 영역이 부족하며 △탄소 배출량 △음식쓰레기 양 △에너지 사용량 △물 사용 량 △폐기물 배출량 등에 대한 연간 측정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과 관련해 위 교수는 “대학이 정부에 보고하는 전기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등의 데이터가 있음에도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런 기본적 현황이 빠진 보고서는 단순 홍보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미 활용할 수 있는 정량적 지표를 학교가 보유하고 있음에도 보고서에는 누락된 것이다. 위 교수는 앞으로의 개선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환경 부문 정량적 지표가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프로그램 있지만 정기적 교육 및 프로그램은 부족

우리대학 중앙환경동아리 이큐브의 수상내역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담겼다. 제공=이화여자대학교
우리대학 중앙환경동아리 이큐브의 수상내역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담겼다. 제공=이화여자대학교

보고서 내 자료를 토대로 평가할 수 있었던 항목에서는 대부분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교육 및 프로그램 부문에서는 유독 낮은 점수를 받았다. 최 연구실장은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이화그린페스티벌과 국제 컨퍼런스 등을 개최하고 있지만 정기적인 교육 및 프로그램이 운영이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우리대학은 동아리 차원의 학생 자치 활동만이 진행되고 있다. 중앙환경동아리 이큐브는 축제 기간 학생들의 다회용기 사용을 독려하고 국내 최초 무인 충전소 등 캠퍼스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 ‘탄소중립 실천 공모전’에서 서울시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학내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환경과 ESG 관련한 정기적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 연구실장은 “대학이 대학 구성원들에게 환경에 대한 인식을 증가시키기 위한 행사도 중요하지만 △환경 △지속가능성 △에너지 △기후변화 등의 이름이 포함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이 필요하다”며 “학생뿐 아니라 교직원들까지도 정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과 내용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동아리 외에도 학교의 도움으로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실천하고 있다. ‘친환경 학생 활동 캘린더’를 조성해 학생들의 ESG 활동을 월별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고, 대학 내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에 대한 구성원 인식 조사를 통해 온실가스 사용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제고하고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려대 또한 경영 대학 학부생을 대상으로 ‘ESG 융복합 연구 공모전’을 운영했으며, 경영대학 교원을 대상으로 ‘ESG 경영 사례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해 선발된 팀의 결과물을 추후 교육자료로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 보고서인 만큼 마감 기한 내 발행에 집중해… 향후 더 발전된 내용을 담겠다”

최 연구실장은 “지배구조(G) 측면에서 ESG 위원회의 △다양성 △역량 △활동 등에 대한 자료가 필요해 보인다”며 우리대학의 ESG 경영 현황 설명이 다소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우리대학은 ESG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별도 부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이번 보고서는 기획팀이 단독으로 작성했다. 기획팀은 “학교 각 부처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아 보고서 작성에 대한 전반적인 작업을 진행했으며, 이번에는 별도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고 밝혔다. 이후 보고서는 전문가 의견을 청취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보고서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기획팀은 “첫 보고서였던 만큼 기한에 맞춘 발행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 촉박하게 진행돼 정량적 지표 등을 충분히 포함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기획팀은 향후 글로벌 사회 공헌을 포함한 ESG 전략을 개선하고, 지적받은 사항을 반영해 더욱 발전된 보고서 발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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