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때문에 교수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아 온라인에 올라온 녹화 영상을 다시 봤어요.” 이정은(수학·21)씨는 노트북 키스킨(키보드 덮개) 없이 타자를 큰 소리로 치는 소음 때문에 수업에 방해받은 적이 있다.
수업 내 전자기기 필기 소음 문제는 이씨만 겪은 일이 아니다. 개강 이후 3월부터 전자기기 소음을 언급한 글이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 91개 올라왔다. 키스킨 없이 타자치는 소리에 고통받는다는 글 2개가 각각 40개, 27개의 공감을 받으며 인기 게시글에 오르기도 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수업에서 온라인 자료, 사이버캠퍼스 활용 등 전자기기가 필요한 경우가 늘어나 전자기기 소음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자기기 소음, 학생들 생각은?
이대학보에서는 3월31일(일)~4월3일(수) 수업 내 전자기기 필기 소음에 관한 의견을 묻기 위해 재학생 1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체 응답자 중 61.2%가 수업 중 전자기기 필기 소음으로 불편함을 느꼈다고 답했다. 그중 키보드 타자 소리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의견이 78개로 가장 많았다. 이지원(국문·23)씨는 “영어 강의에서 키스킨 없이 타자 치는 소리에 교수님의 말씀이 잘 들리지 않아 수업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분명히 불편함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있으니 수업 매너로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37.2%는 전자기기 필기 소음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박서영(체육·23)씨는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공간이기 때문에 생활 소음이라고 생각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불편함을 느낀 정도는 달랐지만 전자기기 소음 발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했다. 응답자 중 72%가 노트북 키스킨 또는 태블릿PC 펜촉 커버를 수업 필기 시 사용한다고 답했다. 사용 원인으로 ‘교내 수업 매너라고 생각해서’(68명), ‘소음 감소를 위해’(65명)를 꼽았다(중복 응답 가능). 수업에서 키보드와 태블릿PC 펜촉 사용 시 키스킨, 펜촉 커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73.1%로 높았다.
강의실 내 전자기기 사용 관련 규정은 현재 마련돼 있지 않다. 강의실 내 전자기기 사용 소음은 규제할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컸다. 설문조사에서 수업 내 관련 규정 마련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57.5%였다. 그중 ‘수업 매너 정도로만 여겨져도 충분하다', ‘키스킨 사용 후에도 소음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 같다', ‘타자 소리는 어쩔 수 없는 소음이라 들려도 상관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공희선(화학·23)씨는 “필기 소음은 사람마다 신경 쓰는 정도나 부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매너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규정화하게 되면 현실에 적용하는 게 더 어렵고 복잡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앙도서관 열람실 규제는
코로나 환경을 겪으며 미디어 기기 사용이 급증해 중앙도서관 자유열람실 일부 좌석에서 강의 시청, 간단한 필기 등 전자 기기 사용이 가능하다. 이용 에티켓으로는 키스킨, 펜촉 커버, 무소음 마우스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소음을 유발할 수 있는 문서작성 등의 작업은 PC실 또는 노트북실을 이용해야 하며 동일하게 기기 소음에 주의해야 한다. 이에 관해 중앙도서관 측은 “현재까지 열람실 이용수칙 변경을 원하는 학생은 없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결과 중앙도서관 이용수칙에 대해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응답자의 89.6%가 키스킨, 펜촉 커버, 무소음 마우스 사용을 권장하는 열람실 규정에 대해 규제 정도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한 경우, 더 강력한 규제를 원하거나 권장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정은씨는 “키스킨과 펜촉 커버 사용을 규정으로 규제하기보다 에티켓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교내 학생회나 자치단체에서 캠페인을 통해 사용 매너 인식을 형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원씨는 “새로 규정을 마련하기보다 수업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 문화로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