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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게 성장한 3년 펜이 남겨주 무게의 가치를 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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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의 힘은 위대하다. 하지만 필봉(筆鋒)의 힘은 더욱 위대하다. -괴테 지난 10월2일, 언론과 권력간의 관계를 다룬 영화 ‘제보자’가 스크린에 올랐다. 영화 속에서는 진실을 말하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가 끝없이 대립했고, 진실은 영영 사라질 듯 보였다. 하지만 힘든 투쟁 끝에 언론이 세상에 진실을 알린 극적인 순간, 필자는 통쾌하기보다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졌다. 어쩌면 필사적으로 진실을 담으려던 기자, 그 펜(pen)의 무게에 감정을 너무도 이입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그를 불편하게 했던 펜의 무게를 직면했다. 본지가 진행하던 독자위원회에서였다. 독자위원회는 6일~27일(목) 정기적인 토론을 통해 3년간의 의 내용을 분석, 평가한다. 우연의 일치로 독자위원회가 평가하는 신문은 필자가 이곳에 몸 담았던 기간과 일치했고, 그 결과 필자는 3년간의 흔적을 타인의 눈과 입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타인의 눈과 입이 말하는 필자의 흔적은 예상치 못한 만남처럼 낯설었다. 기사 하나하나에 대한 기억이 사진처럼 선명하다가도 어느 순간 현상(現像)이 잘못된 부분 마냥 뿌옇고 모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간만에 먼지 낀 앨범을 꺼내 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오래 전부터 글을 좋아했던 필자에게 글은, 지극히 사적인 대나무 숲과 같은 존재였다. 글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일종의 해방감을 선사하는 행위로 느껴졌다. 그러던 중 대학에 들어와 학보사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필자의 글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드러나게 됐다. 그리고 대중에게 글이 공개된다는 부담감은 필자로 하여금 가느다란 펜촉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그 펜촉의 끝에서 필자는 ‘기자’라는 이름을 얻었다. 비록 ‘학생’기자라는 반쪽짜리 신분이었지만 미지의 누군가가 글을 읽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필자를 자극했고, 그 미묘한 자극은 필자를 3년 째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마치 술에 잔뜩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취객처럼 황홀하게, 가끔은 어지럽게, 그렇게 긴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그동안 이화를 누빈 필자의 글이 이화인 개개인에게, 더 나아가 학교 전체에 어떤 의미가 됐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글에, 기사에, 펜에는 그 무게가 있다. 이러한 무게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가끔은 그 무게에 짓눌려 숨을 쉬지 못한 적도 있었고 펜 끝에서 느껴지는 책임감에 종종 괴로운 눈물을 흘렸다. 호기롭게 학보사에 발을 디디던 시절을 원망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화자의 모습이 있었다. 필자는 올해로 3년째 에 몸담고 있다. 그리고 이번 여섯 번째 상록탑 칼럼을 마지막으로 퇴임을 앞둔 상태다. 3년간 감당해 온 펜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 펜의 끝에서 시작되는 진실 역시 마찬가지였다. 길고 긴 문장 끝에 잠시 그 펜을 내려놓으며 필자는 말하고 싶다. 괴테의 말은 진정 옳았노라고. 마침표 하나조차 그 무게가 있었노라고.
상록탑
조윤진 편집부국장
2014.11.2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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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이화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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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다니다보면 그런 날이 있다. 나에게 그런 날이란, 채플시간 이름 모를 벗의 노랫소리에 눈시울을 붉히던 때였다. 인생이 언제나 즐거울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런 날이 찾아오는 때면 너무나도 힘이 들어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이것은 앞이 보이지 않는 불분명한 미래 때문일 수도 있고, 대인관계에서 발생한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매우 사소한 일이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이유로 그런 날은 찾아온다. 그런 날이면 나는 학교에 간다. 그런 날이 주말이든 방학이든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아무 생각 않고 이화 동산을 올라간다. 올라가며 꽃도 보고 하늘의 구름도 세어본다. 학교 안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들어도 좋다. 지나가는 벗들을 바라보아도 좋고, 한 숨 크게 들이쉬며 나무 냄새를 맡아도 좋다. 무작정 발걸음을 옮겨도 좋다. 어디로 가든 익숙한, 그래서 정겨운 곳들뿐이다. 그러다보면 신기하게도 차분해지고 마음이 진정된다. 어쩐지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누구에게나 그런 날은 온다. 그러나 나의 그런 날은 이화가 있기에 그랬던 날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랬던 날들엔 눈물이 아닌 이화의 꽃향기가, 싱그러움이, 단풍들이 그리고 눈송이가 새겨져 있다. 그런 날은 그렇게 사라져갔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언제든 갈 곳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 그것이 나의 학교, 나의 추억이 깃든 곳이라면 더욱이 그렇다. 이화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그러하니 사랑하는 벗들아, 힘이 들면 학교를 떠올려 보자. 숨죽여 울지 않아도 된다. 혼자서 힘겨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날에는 이화에서 위로를 받아도 좋다. 우리에게는 이화가 있다. 괜찮다, 그런 날은 반드시 지나간다.
여론광장
윤다혜(정외·12)
2014.11.2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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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이샘'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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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교생 연구소’에서 재미있는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전국 대한민국 고교생 1000명을 대상으로 미래 성장가능성과 함께 대학 이미지 조사를 진행했다. 이 중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대학 이미지에 대한 조사였다. 이미지 조사는 각 대학 하면 바로 떠오르는 성별이나 전공 등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위 조사 결과를 종합해 각 학교를 상징하는 캐릭터의 이미지 및 학과와 이름도 함께 소개했다. 이는 각 학교별 홍보팀과 의견 조율을 거친 것이라고 하니 각 학교도 발표된 이미지에 어느 정도 동의한 셈이다. 서울대 캐릭터의 별명은 ‘설으뜸’(남)으로 어려운 내용도 이해할 때까지 파고드는 법학도, 연세대는 지적이면서도 밝은 모습의 의학 전공 엄친 딸의 이미지다. 그 밖에 성중기(성균관대), 한잡스(한양대) 등의 재미있는 이름도 등장했다. 고등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이긴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많았다. 그렇다면 우리 이화는 어떨까. 이화의 캐릭터 이름은 ‘이샘’. 고등학생들에게 핵심을 콕콕 짚어주며 학생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칠 선생님을 꿈꾸는 사범대생으로 비춰졌다. 타 여대와 비교해보니 확실히 애교가 넘친다거나 꾸민 듯 안 꾸민듯한 특유의 ‘여대생’의 느낌은 덜했지만, 그들에게는 없는 부드러운 전문성이 깃든 모습이었다. 또 외부인들이 이화에 대해 막연하게 떠올렸던 ‘차도녀’ 이미지는 다른 대학이 가져갔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화인이 생각하는 이화인의 이미지도 비슷한 듯 하다. 요즘 화제인 드라마 ‘미생’에서 극 중 안영이에 이대생이 빙의됐다고 보는 이화인들이 많다. 안영이에게는 열정과 영리함이 있지만 동시에 따뜻함도 느껴진다. 우리는 이 같은 혹은 이와 비슷한 여성상을 꿈꾸고 이화에 들어왔다. 그렇다고 우리가 마냥 완벽한가 하면 그건 아니다. 핵심을 콕콕 짚어 내다가도 허둥지둥 할 때가 있다. 또 애교가 없는 편이냐고 물으면 콧소리라도 내겠다. 그럼에도 ‘이샘’이라는 이미지가 우세한 것은, 이화는 분명히 이러한 여성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주 간 그들은 수능을 마쳤고, 우리는 총학생회 선거를 마쳤다. 추운 ‘날씨에는 수능도 어려워진다는 법칙이 등장할 정도였지만, 정말 추운 날씨였음에도 이번은 달랐던 것 같다. 쉬웠는데, 쉬워서 망했다는 의견도 들려온다. 이화는 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틀 전, 총학 선거를 끝내면서, 하나의 준비를 마친 셈이다. 이번 총학 선거는 투표를 하는 이화인 들에게도, 선거 당사자들에게도 힘겨운 선거였다. 투표는 끝났지만 우리 앞에는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그렇지만 새로 맞이할 예비 이화인들이 꿈꾸는, 지금 이화에 다니는 우리가 바라는 이화의 모습은 분명히 정해져 있다. 그 이미지를 생각하고 핵심을 짚어주는 총학이, 학교가 되었으면 한다. 이화인 모두 ‘이샘’이 되자. 앞서 필자가 열거한 이미지에 동의하지 않는 이화인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만큼은 ‘이샘’의 이미지가 필요한 때인 듯 하다. 이화를 위해 때로는 예리하고 때로는 든든한 이화인이 되어보자.
여론광장
김서현(광고홍보·11)
2014.11.2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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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7호 만평
925
화연툰
변유경 기자
2014.11.2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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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선본, '한 집 선거' 한계 벗어나야
942
제47대 총학생회(총학) 선거는 두 개의 의미로 뜨거웠다. 3년 만에 이뤄진 경선으로 학생들은 오랜만에 캠퍼스 곳곳에서 두 개 선본의 유세를 지켜볼 수 있었다. 함께 이화, Moving 이화 두 선본은 모두 각자의 선본 명이 적힌 피켓을 흔들며 ‘학생이 중심이 되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외쳤다. 이 때문일까. 매해 연장을 거듭하던 총학 선거는 18일~19일 제 시간에 개표 가능 투표율 50%를 넘겼다. 이번 총학 투표의 또 다른 뜨거움은 후보자 자질 논란이다. 함께 이화 선본은 정후보의 성적 기준 미달로 학교 측과 마찰을 겪었고, Moving 이화 선본 또한 정후보 소속 단대에서 학생회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러한 선거 잡음에도 불구하고 20일 이뤄진 개표 결과, 함께 이화는 약 72.31% 득표율을 얻어 제 47대 총학생회에 당선됐다. 재적인원 1만 2716명 중 7981명(약 54.23%)의 이화인이 투표권을 행사했고, 함께 이화는 72.31%의 득표율로 차기 총학생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투표권을 행사한 이화인 10명 중 7명이 함께 이화 선본에 지지표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 모습을 보며 ‘한 집 선거’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지난 선거와 비교해 ‘경선’으로 선거 형태 차원의 차별화에는 성공했지만, 당선 선본과 기존 총학의 성격은 무척이나 닮았다. 함께 이화 후보 이력 란에는 제45대 총학생회 ‘우리이화’ 연사국원, 제46대 총학생회 ‘시너지이화’ 대학구조조정대응팀장, 선전소통국장 등 총학 집행부 활동 내역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또한 이들이 내세운 공약인 민주적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성, 학생식당 개선요구, 절대평가제 도입 등은 기존 총학의 공약과 차별화된 점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작년 시너지 이화가 내세웠던 대표 공약 6개 중 상당수가 우리 이화가 내걸었던 공약과 흡사해 일부에서 비판 여론이 일었음에도, 공약 답습 관행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물론 총학 집행부 출신 선본에게 순기능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보다 가까이서 총학의 모습을 지켜보며 필요한 자질, 개선해야 할 점 등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 집’에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당선 총학은 ‘한 집 출신’의 순기능을 살려 매서운 눈으로 본교의 상황을 살피고, 이화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유권자였던 학생들 또한 스스로 ‘총학 감시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사설(종료)
이대학보
2014.11.2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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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에 대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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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이대학보의 원고청탁을 받고 학기 말 즈음에는 쓸 수도 있겠다 답한 기억은 나는데, 에잇, 끝내지 못한 일들과 허덕이다 보니 괜히 미룬 것이 후회가 된다. 도대체 왜 이렇게 바쁜 것일까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평가 때문인 듯하다. 장기적인 연구과제에 선정되었다 하더라도 거의 매년 평가를 받아 연구가 중단될 것을 각오하고, 혹은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시켜야 한다. 이러한 상시적인 불안상태가 연구를 잘 수행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여 만든 것 같은데, 긴 호흡으로 연구 기획에 맞게 운영하기보다는 중간에 중단되었을 경우의 부담에 맞서기 위해 단기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하는 아쉬움과 자괴감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연구책임자 업적이 평가에 미치는 비중이 더 커지고 나서는 모든 것을 이 평가 기준에 맞추어 생각하는 버릇이 생겨났다. 일본 공동연구자의 요청으로 등재지도, SSCI도 아닌 일본 학술지에 논문을 싣게 되었을 때에는 -비록 후회는 없었지만- 연구재단의 기준으로는 평가 점수를 전혀 받을 수 없다는 점이 몹시 아쉬웠다. 영국 친구가 에디티드 볼륨의 한 챕터를 공저하자 제안했을 때는 즉시 거절하였다. 전공분야와 거리가 있어 궁극적으로는 거절했겠지만, 조금 더 고민하고 미안해하는 대신 평가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제안을 한 친구한테 심지어 약간 짜증까지 났던 기억이 난다. 유럽의 한 저널에서 세계적인 석학의 주목받는 신작에 대해 리뷰 심포지움을 기획한다며 북 리뷰를 요청했을 때에는 -대학원 때 그토록 좋아하던 학자라 정말 기쁘고 기대되는 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끝내지 못한 내 논문부터 완성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무려 사흘을 고민한 끝에 간신히 참여하겠다는 답신을 보냈다. 북 리뷰도 물론 점수가 되지 않는다. 해외에서 오랜 연구 활동의 경험이 있는 어느 한국인 학자는 우리는 왜 연구를 이것밖에 못했는지를 설명하는 사유서를 제출하느라 바빠 정작 연구할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든 제도는 그 사회가 처한 맥락을 떠나서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평가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정착한 것은 아마도 연구비를 제대로 연구에 사용하지 않은 아주 소수의 연구자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연고에 따른 봐주기를 막고 제대로 된 질적인 평가를 가능케 하는 객관성이 각 분야마다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구조조정과 개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대학에 대한 평가기준과 제도도 매우 편파적이거나 근시안 적이며, 그로 인해 많은 대학이 고통 받고 있다. 이 역시 대학은 스스로 평가하고 발전할 능력이 없다는 생각 하에 만들어진 제도일 것이다. 물론 이에 해당하는 소수의 대학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다. 소수가 저지를 지도 모르는 잘못으로 다수에게 고통을 주는 제도를 이처럼 유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전면적인 고민과 검토가 물론 필요하겠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살아온 나의 경험은 아마도 그 맥락이 수정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할 것임을 말해준다. 하지만 북 리뷰 사건으로 스스로에게 꽤나 실망한 이후에는 이런 평가제도 하에서 내가 가져야 할 태도와 원칙에 대해 보다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연구는 연구자가 평생 해야 할 부담스럽지만 매우 달콤한 책무이며, 거기에는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을 알아내고 싶다는, 그리고 그것으로 다른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낫게 만들고 싶다는 단순하고 강렬한 바람 말고는 아무 것도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가능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학문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시도하고 유지하여야 하는 의무를 지켜야 함도 물론이다. 제도는 그대로 있겠지만, 그 제도를 바꾸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사람일 터이니. 그 논문은 아직도 끝내지 못했다. 덕분에 나에 대한 나의 평가는 꽤 좋아졌다.
교수칼럼
이주희 교수(사회학과)
2014.11.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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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너머의 스웨덴을 만나다
1974
3일째 오전으로 교환면접에서 물가폭탄이라는 스웨덴의 두 학교 사이에서 아무 정보도 없이 칼스타드를 고른 뒤 면접장을 나오며 허탈하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좋아하는 빵 이름과 같아 칼스타드를 골랐다고는 차마 말을 못하고 나는 스웨덴에서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할 것이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칼스타드에서 저는 지금, 제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스웨덴 디자인, 스웨덴의 복지. 한국에서의 스웨덴은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소위 ‘있어 보이는’ 단어입니다. 한국에서 스웨덴은 익숙한 듯 생소한 나라이기에 교환학생의 눈으로 본 스웨덴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스웨덴에 올 때 가장 걱정했던 것은 살인적인 물가였습니다. 그러나 스웨덴의 물가는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교통비, 식자재비로 생활비를 지출하게 되는데 식자재비는 오히려 한국보다 싸 예상보다 돈을 많이 아꼈습니다. 물론 인건비가 들어가는 외식비용은 한국에 비해 많이 비싸지만 이는 스웨덴 사람들에게조차 부담이 돼 그들도 외식을 잘 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복지국가’임을 다시금 느꼈을 때는 대학교육 시스템을 본 후 입니다. 먼저 스웨덴의 수업 시스템은 한국과 굉장히 다릅니다. 한 학기 평균 6개 수업을 듣는 한국과 달리 스웨덴은 한 학기 평균 2~3개의 수업을 등록하고 2주에 한번 혹은 1주일에 한번 수업을 듣습니다. 스웨덴은 고등학교 졸업 후 일을 하거나 여행 등으로 휴식을 취한 뒤 진정한 학문을 하려는 학생만 대학으로 진학하는 편입니다. 때문에 스웨덴 학생들은 상당히 자신의 전공에 진지한 편입니다. 스웨덴 학생들은 한 수업 당 3~4권 정도의 두꺼운 추천 교재를 스스로 읽고 공부하며 자신이 공부하는 분야에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환을 올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영어’였습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나라인데 과연 영어실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인가 많이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나 스웨덴은 영어를 하기에 최상의 나라인 듯합니다. 스웨덴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불편함 없이 구사하는데 이유를 물으니 영어와 구조가 비슷해서인 이유도 있지만 어릴 적부터 영어로 된 TV 프로그램을 많이 시청해서라고 하였습니다. 대게 만 9세 정도만 되어도 영어를 자유자재로 쓰기 때문에 스웨덴의 어디를 가든 영어를 사용함에 불편함이 없고 모국어가 아니기에 말이 빠르지 않아 알아듣기가 수월합니다. 또한 제가 있는 대학이 스웨덴 현지 학생들과 교환학생들을 한 기숙사 단지에서 모여 살도록 하기 때문에 스웨덴 학생들과의 교류도 많고 각종 파티나 모임이 모두 기숙사 단지 내에서 열려, 어눌한 영어지만 이리저리 노력한 덕에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밤새 파티를 하고 늦게 일어나 함께 부엌에 모여 밥을 해먹고 수다를 떨고 게임을 하고 여행계획을 짜는 지금의 생활은 다시는 잊지 못할 제 인생의 황금기 입니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 이 도시, 제가 느끼고 경험한 모든 것들이 너무나 소중해 벌써 돌아갈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저 같은 경우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아 모아둔 용돈과 인턴 월급을 모두 합쳐 남들보다는 늦게 교환 길에 올랐습니다. 돌아가면 채워야 할 학점들, 졸업시험, 졸업논문, 따야 할 각종 자격증과 영어점수를 생각하면 눈앞이 막막하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이 이 모두를 상쇄할 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갈까 말까 망설이는 학생들, 꼭 가야하나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제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론광장
이지원(광고홍보·11)
2014.11.2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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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든 그 책,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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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고, 말하고, 행동하면 진짜로 그렇게 된다” “장애물이란 목표에서 눈을 돌릴 때 나타나는 것이다” 첫 번째는 이지성의 「꿈꾸는 다락방」, 두 번째는 이민규의 「생각이 답이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표현 방식은 달라도 말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목표에서 눈을 떼지 마라. 2005년 「마시멜로 이야기」를 필두로 자기개발 도서 읽기 열풍은 「시크릿」을 통해 정점을 찍었다. 전 세계 소수만이 아는 ‘부와 성공의 비밀’을 알려주겠다던 이 책은 국내에서 출간 8개월 만에 120만부 이상 팔리는 히트를 쳤다. 지난 7월 28일 교보문고에서 발표한 상반기 베스트셀러 집계 상위 50위에 속해있는 자기개발 도서만 20권이다. 에세이집에 최상위 순위를 밀리긴 했지만, 아직 출판계에서 자기개발 도서는 건재하다. 어떤 자기개발 도서도 그 주제는 대충 ‘시간 관리’, ‘긍정적인 마음’, ‘실천’. 이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표지만 다르고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사랑하라, 저축하라 등 누구나 알만한 이야기를 20대에 꼭 해야 할 50가지로 선정해놓기도 한다. 마치 50가지 다 못하면 실패한 20대를 산 것 처럼. 자기개발 도서를 좋아하는 필자의 친구는 ‘앞으로는 이렇게 살아야지’라는 나름의 다짐을 다이어리에 기록하곤 한다. 그러나 정작 행동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얼마 후 그 친구는 서점으로 가서 새로운 자기개발 도서를 고른다.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반복되는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자기개발도서의 인기를 보여준다. 왜 사람들은 자기개발 도서를 찾을까.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출판 업계의 흐름을 분석한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자기개발 도서 열풍은 ‘절대 고독의 개인’ 출현에서 비롯됐다. 1987년 6월 항쟁, 1997년 IMF 체제를 겪으면서 현실 개혁에서 자기개발로, 희망 없음으로 급변한 대중의 심리변화를 출판 서적이 포착해온 것이다. ‘절대 고독의 개인’이 정말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는지는 미지수다. 자기개발 도서의 내용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일종의 점(占)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개발 도서들이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 인기는 오히려 개인이 자신의 고민 속에 숨어버리려는 경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결심한 바를 실천할 용기도 없으면서 자기개발 도서가 주는 일시적인 공감에 매료돼 계속 비슷한 위로를 찾아 헤매는 것 말이다. 혹시 서점에 갈 때마다 자기개발 도서 코너를 떠나지 못한다면 이제는 그 순환에서 빠져나오길 바란다. 공감 가는 구절을 SNS에 올리면 ‘내 고민은 남들이 알아주겠지’하는 것은 허세다. 자신이 변하지 않는 한 자기개발서는 무릎팍 도사가 돼줄 수 없다. 얼마 전,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소설가 고혜정은 “50점 맞을 것이 두려워 시험을 보지 않는다면 100점을 맞을 가능성도 없어진다”고 했다. 행동하는 것이 두려워 자기개발 도서가 주는 달콤한 위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발전은 없을 것이다. 이에 필자는 과감하게 ‘지금 읽고 있는 그 자기개발 도서를 버려라’고 권하고 싶다.
상록탑
박예진 편집국장
2014.11.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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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길로 빠진 총학 선거, 바른 길을 찾는 유권자 되기를
1041
오랜만의 총학생회 경선이다. 학생들은 앞으로 1년간 이화를 이끌어나갈 학생 대표를 뽑기 위해 두 후보의 공약과 정책 등을 비교하며 토론에 한창이다. 그런데 이런 선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후보자들에 대한 ‘자질 논란’이었다. 한 선본의 정후보는 단대 대표 시절 학생회비 운영 관련 논란으로, 다른 한 선본의 정후보는 성적 자격 미달로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출마한 두 후보가 모두 자질을 의심 받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후보들은 자신의 공약을 홍보하는 대신 논란에 대해 해명하기에 바빠졌다. 안타까운 것은, 후보자들의 자질 논란이 제대로 된 사실 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채 학생들 사이에서 가십처럼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회비 운영에서의 제도적 문제는 ‘횡령’으로, 성적 기준 미달의 문제는 후보 개인에 대한 비방으로 변질됐다. 무수히 떠도는 루머와 구설수에 피로해진 학생들은 더 이상 그것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게 됐고, 이는 결국 투표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졌다.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 학생 대표가 없는 1년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더 이상 후보의 개인사에 집착하기보다 이들의 공약과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사실만을 받아들이고 변질된 사실과 루머는 걸러낼 수 있을 정도의 관심이 필요하다. 후보들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수많은 곳에서 자신의 공약과 정책에 대해 홍보하고 있고 이들의 정책 방향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은 눈 닫고 귀 닫은 채 투표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괜찮은 공약과 방향성을 가진 후보를 선택해야한다.
여론광장
조형운(영문·13)
2014.11.1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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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지향적 인간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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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스스로를 과거지향적 인간이라고 생각해왔다. 어릴 때는 분명 남들보다 눈물이 많고 과거에 연연하는, ‘감수성 짙은’ 아이였다. 그런 필자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는 날의 반편성이었다.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던 경험이 단 한번도 없을 정도로 반편성운은 언제나 나빴다. 그래서 친구대신에 1년간 쓰던 책상을 데리고 갔다. 그렇게 중학교 3년간 같은 책걸상을 쓰고 졸업했다. 졸업식이 있던 날 그 책상에 앉아 너무 오래 우는 바람에 졸업생 중 가장 마지막으로 학교를 나왔다. 이별을 유난히 힘들어 한 만큼 과거라 불러야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한동안 앓아야 했다. 그리고 그런 때의 필자는 좀 어두웠다. ‘현재에 충실하라!’는 진부한 명언이 늘 필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밝게 명랑하게만 지내는 것 같은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때 그때 느끼는 생각들을 붙잡아 기록하는 버릇을 들이라고들 말한다. 필자는 태생이 게을러서 계획을 세우는 것은 고사하고 어쩌다 겨우 플래너를 잡고 써둔 것을 지키는 일에도 소질이 없다(약속은 꼭 지킨다). 꾸준히 기록하기와 필자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감정이 너무 격해져서 어디다가 쏟아 내야 할 지 몰라 안절부절할 때는 두서없이 왕창 써 갈기곤 했다. 나 좀 봐달라고 한 글자 한 글자 몸부림을 쳐대면서 말이다. 가끔씩 써둔 글을 읽어 보곤 한다. 최근에 필자가 써왔던 글을 읽으면서 문득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것은 가끔 훔쳐보는 8살 어린 동생의 일기장을 볼 때와 같은, 아니 그보다 더한 것이었다. 자신이 써둔 글을 읽는 것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갖게 되는 주관적인 생각을 차갑게 만들어준다. 필자가 스스로를 과거지향적 인간이라고 오해한 데는, 사진과 동영상 속 그저 해맑기 그지없던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던 나”의 표정이 있었다. ‘이별 후 몸살’기간에 사진 감상이 빠질 수 없다. 사진들을 볼 때 마다 ‘아 저 때는 참 행복했더랬지.’, ‘저 때는 내 옆에 함께 찍힌 저 사람과 참 좋은 사이였지.’, ‘왜 지금은 저들과 저리 웃을 수 없는 걸까.’, ‘아무래도 내가 잘못한 듯하다.’, ‘저 때처럼 저들과 함께 웃고 싶다.' 식의 후회를 늘어놓았다. 과거의 순간을 아름답게만 담아두는 데 성공한 사진과 동영상들은 당연히 그때를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도록 해줄 뿐이다. 그래서 사진을 보면 늘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이제야 알다니 스스로가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글들은 그것을 쓰던 때의, 며칠이나마 더 어렸을 때의 스스로가 얼마나 어리고, 어리석고, 철없고, 무지했고, 이기적이었고 못됐었는지 깨닫게 해줌으로써 후회의 감정을 느끼게 하지만 사진이 부르는 후회와는 다른 마음을 먹게 한다. ‘과거에 조금만 더 잠겨있자.’가 아니라 ‘아! 저건 진짜 아니다. 좀 더 어른스러워 져야 할 텐데.’ 예전의 글들을 볼 때마다 그 글을 지우면 그때의 어리석은 ‘나’를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자란 ‘나’로 하여금 스스로의 어리석었음을 이따금씩 느낄 수 있도록 이렇게 기록행위를 지속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어차피 부끄러움 밖에 남지 않을 이 글쓰기를 굳이 계속 할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작가의 꿈은 꾸지 않아야겠다는 것이다.
여론광장
정채은(광고홍보·11)
2014.11.1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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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6호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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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연툰
변유경 기자
2014.11.1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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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자치 살리는 지름길은 선거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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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화인의 목소리를 대변할 학생 대표를 뽑는 투표가 18일(화)~19일(수)까지 실시된다. 학생들은 이 기간 중에 총학생회를 비롯해 단과대학(단대), 학과 대표를 뽑게 된다. 올해는 특히 3년 만에 총학생회(총학) 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질 예정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난 2년간 단선이었다는 점이 학생 자치에 무관심한 학생들의 모습을 반영했다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취업 등의 이유로 학생의 입후보만이 아니라 학생회 활동 자체에 관심이 꾸준히 떨어진 것이다. 투표율이 낮은 것은 고질적인 문제다. 선거 효력이 발생하려면 제적수의 과반수가 투표를 해야 한다. 최근 5년간 본지 보도에 따르면 투표율은 50% 대를 가까스로 넘기기 일쑤였다. 그나마 조금씩 증가세를 보이던 투표율도 재작년부터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단대 및 학과 선거의 경우는 더욱 열악한 실정이다. 투표 기간이 연장되는 건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투표함을 들고 다니며 투표를 권하는 이동투표가 행해지기도 한다. 사회에서도 대통령 선거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국민들도 나라를 이끌 대통령뿐 아니라, 시·도를 이끌 대표에게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이 바로 지방자치제며, 지방자치의 확대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직결된다. 교내에서 지방자치의 기능을 하는 것은 단대 학생회, 더 작게는 학과 학생회다. 이들은 총학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각 단대의 세세한 문제를 총학에 전달하고 총학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이화 내 민주주의 발전에 공헌한다. 이러한 면에서 매년 단대 학생회의 투표율이 총학 투표율보다도 낮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총학 선거에 비해 선거 운동의 규모가 작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이유다. 그렇다고 느낌이나 이미지만으로 판단해 선출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다시 돌아온다.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자유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학생 자치권 보장을 원한다면 자신들의 권익을 대변해줄 대표에 소중한 한 표를 던져야한다. 자유게시판에 학교에 대한 불만과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 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이 바로 선거 참여다. 잘못 선출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 발생하는 문제들은 정당하게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은 혹은 그렇게 선택한 유권자의 책임이다. 다가오는 선거에 관심을 아끼지 말자. 투표는 기본이다.
사설(종료)
이대학보
2014.11.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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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배, 이화인의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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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이 관객 1,800만명에 육박하는 대기록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압권은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일 것입니다. 풍전등화에 놓인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책임져준 자랑스러운 12척의 배 한척 한척에 이름을 붙여봅니다. 충정의 배, 결기의 배, 인내의 배, 신명의 배, 지조의 배, 자결의 배, 신념의 배, 기개의 배.... 오늘 우리 이화인에게는 어떤 배(ship)가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우리에겐 공감하는 우애의 배, companion-ship이 있습니다. 제러미 리프킨은 인간의 능력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공감을 꼽으면서 인간을 호모 엠파티쿠스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각박한 생활 속에서 우리는 우리들끼리의 정서적 교감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떤 경쟁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경쟁 속에서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고 혼자 사는 방법만을 터득하고 있습니다. 공감은 또한 배려입니다. 배려는 타인을 염려하는 마음입니다. 나는 취업했는데, 그럼 내 친구는? 하는 물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으~리”입니다. 우선 나부터 과감히 친구들을 찾아 나서봅시다. 참치김밥 한줄 같이 먹자, 포도길 같이 걷자, ECC동산에서 만나 수다 떨자, 시험공부 같이 하자... 라고. 그러면 우리가 잊고 있던 friend-ship의 배를 다시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겐 치열한 자존의 배, owner-ship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기본에 충실하며 매사 책임질 줄 아는,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줄 아는, 있는 모습 그대로 당당히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주인은 우리 자신입니다. “낯설은 산맥 따라 날개 없이 날아온 새, 오히려 잘못 온 길이 새지도를 만든다”는 문복희 시인의 시구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개척해나가는 열정적인 도전정신을 연마해야 합니다. 좌절을 버텨내어 현실에 굴복하지 않는 힘을 길러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색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의 이상과 꿈을 펼쳐보는 학창생활을 보내봅시다. 이는 우리를 frontier-ship으로 안내해줄 것입니다. 우리에겐 나누는 리더의 배, leader-ship이 있습니다. 누구나 다 리더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남을 밟고 그 위에 올라서는 리더가 아니라 남을 세우고 함께 가는 그런 리더여야 합니다. 논어에 나오는 기욕입이입인(己欲立而立人)의 리더십입니다. 이 리더십은 follower-ship이라는 다른 배 한척을 선물해줍니다. 누군가의 앞에 선다는 것은 누군가의 뒤를 따라간다는 것과 같은 의미임을 가르쳐줍니다. 무조건 경쟁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공감하면서 함께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자세라는 것을 알려 줍니다. 다른 사람이 앞서 가는 것 또한 감내해내야 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임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 자신을 성찰하면서 원형의 리더십을 갖춰갑시다. 우리에겐 사고하는 학식의 배, scholar-ship이 있습니다. 우리는 대학의 공간에서 지식과 지혜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지렁이가 책 읽는 소리”를 들어봤나요? 연암 박지원은 한낱 미물들의 작은 소리조차 공부하느라 내는 책 읽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겸손히 공부에 전념하라고 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야한다는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겠지만 반복되는 까닭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시 고전을 뒤적이고 현실을 탐색하다보면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배를 품고 있나요. 청춘이란 본디 “내꺼 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개연성과 불확실성과 가능성의 상징입니다. 그 청춘의 한가운데 있는 우리 이화인의 배가 궁금합니다.
교수칼럼
양옥경 교수(사회복지학과)
2014.11.1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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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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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 동안의 독일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이화로 돌아 온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지금은 내가 정말 독일에 살다 온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국생활에 완벽히 적응해버렸지만, 시험과 과제에 치여 힘들 때면 가끔씩 그 곳에서의 여유로웠던 생활이 그리워지곤 한다. 독일에서의 추억들이 완전히 잊혀 지기 전에, 지난 6개월간의 교환학생 생활을 기록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내가 독일로 교환학생을 갔다 왔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미국 혹은 영국 교환학생이 아닌 왜 독일 교환학생을 선택했냐고 묻곤 한다. 독일로 교환학생을 가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영미권으로 가서 그저 영어실력을 늘리기보다는 유럽으로 가서 다양한 문화체험을 해보고 싶었다. 유럽으로 시선을 돌리고 나니 문득, 전공 수업시간에 많이 접해왔던 독일이 눈에 들어왔다. 마르크스, 베버, 짐멜 등 독일 사회학자들의 이론을 접하면서 독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독일의 대학교들 중 가장 상위에 있던 오스나브뤼크 대학교를 선택하였다. 하지만 독일로 떠난다는 기쁨도 잠시, 출국준비를 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우리나라 포털 사이트에는 오스나브뤼크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것이 아닌가! 혹시 내가 스펠링을 잘 못 친 건 아닐까 하고 다시 검색해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역시나 똑같았다. 해외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겨우 얻을 수 있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정보가 턱없지 부족한 곳이었다. 지난 3월, 나는 그렇게 미지의 세계로 떠났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착륙 후, 4시간 정도 기차를 탄 후에야 비로소 오스나브뤼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앙역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동안의 걱정들이 기대로 바뀌었다. 오스나브뤼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도시였다. 게임 ‘심즈’에서나 볼법한 주택들이 즐비해있었고, 백화점·레스토랑 편의시설들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들판에서 뛰노는 말과 양도 만나볼 수 있었다. 대학 생활 역시 만족스러웠다. 중세시대에 성으로 썼던 건물을 대학본관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수업은 정원 30명 미만의 소수강의에 토론식으로 진행되었다. 미드나 영화 속에서만 봤던 강의실에 내가 앉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설렜다. 동화 속 마을 같은 도시, 아름다운 자연환경, 잘생긴 게르만 청년들, 친절한 친구들 등등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모두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독일에서의 시간이 언제나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다. 꿈만 같던 독일생활에 적응을 할 때 쯤, 가혹한 현실들이 나를 괴롭혔다. 언어실력 때문에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힘들었고, 문화가 다른 친구들과 깊은 관계를 맺기도 어려웠다. 또한 한국에서 스펙을 쌓고 있는 동기들을 보면서, ‘여기서 이렇게 놀아도 될까?’하는 조바심이 들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교환학생을 통해 대단한 것을 경험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던 것이다. 그 때 ‘무엇인가를 얻지 않아도 괜찮다’는 친구의 조언덕분에 우울한 시기를 견뎌낼 수 있었다. 욕심을 내려놓고,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를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남은 기간 동안은 남에게 보여 지기 위한 것이 아닌 나만을 위한 삶을 살도록 노력했다. 그 덕분에 독일에 대한 좋은 추억만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교환학생 생활을 통해 대단한 무엇인가를 얻진 못했다. 하지만 지난 6개월 동안 한국 음식 대접 , 칸 영화제 참석, 지역 라디오 쇼 녹음 등 한국에서 하기 힘든 경험들을 나만의 추억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에 만족한다. 9개월 전, 낯선 땅이었던 오스나브뤼크는 이제 제2의 고향이 되었다. 이 글을 쓰고 나니, 문득 그 곳의 가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여론광장
김지아(사회·11)
2014.11.1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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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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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11월 중순, 학교 곳곳에 총학생회 및 단과대학, 학과 학생회 후보를 알리는 자보가 가득 붙었다. 새로운 후보들이 곧 다가올 2015년의 계획을 고민하는 지금, 현재 임기에 있는 대표들은 어떠할까. 선거가 진행되는 지금, 아직 임기가 남은 현대표와,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들은 동상이몽을 꾼다. 많은 것을 준비하는 의욕적인 후보들과 달리, 현대표들은 책임을 후임에게 떠넘기려 하는 것이다. 일명 ‘레임덕(lame duck)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레임덕 현상은 집권 말기에 나타나는 정치 지도자의 지도력 공백, 통치력 저하 현상을 말한다. 임기 만료를 앞둔 공직자의 정책집행이 일관성이 없고, 그에 따라 불안한 국정상태가 나타나는 것을 기우뚱거리는 절름발이 오리라고 일컫는 말이다. 또는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한 경우 의회와의 관계에서 불리한 입장이 돼 지도력이 저하되는 현상을 일컫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한정된 임기와 임기 후의 권력 상실로 인해 정권교체 현상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교내 많은 대표들도 임기 말인 요즘 자연스럽게 레임덕 현상을 겪을 수 있다. 그들의 임기는 1년으로 한정됐고, 임기 후에는 단순히 일반 학생으로서 그들의 권력 또한 상실되니 레임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임기를 마무리하는 때 새로운 대표들을 뽑기 위한 선거관리 위원으로 일하며 대표로서의 일을 잠시 내려놓는다.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을 대신할 후보를 보면서 현 대표들은 자신들이 짊어왔던 짐을 하나씩 내려놓으며 여유를 찾았을 것이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지했을 때부터 그들이 원하는 변화를 짧은 기간에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해 시도조차 안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그들의 임기는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총학생회와 단과대학 및 학과 대표가 선발되기 전까지, 완전히 그들의 임무가 새 대표들에게 넘어가기 전까지 그들은 학생들의 대표이다. 약 1년간의 시간 동안 많은 사업을 진행했겠지만 결과를 거두지 못한 것 또한 많다. 현 총학생회인 ‘시너지 이화’도 1학기 대비 2학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사업들이 진행됐다. 학생식당 개선운동처럼 협의회까지 짧은 기간에 진행한 사업도 있지만 아직도 지켜지지 않은 공약들이 많다. 총장과의 면담도 총장이 참석하지 않아 학생들과의 토론회로 대체됐고, 그 결과 ECC 사물함 추가 배치 등이 요구돼지 못했다. 또한 이화사랑 테이블 및 의자 교체, ECC와 중앙도서관에 위치한 열람실 공기 청정기 추가 설치 등의 공약은 요청 예정에 있다. 총학생회 외에도 이러한 상황에 놓인 대표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임기 말에 선거가 이루어지면서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은 한정된 임기를 가진 대표자가 피할 수 없다. 선거는 2주 후면 끝이 나고 2015년을 이끌어나갈 대표가 출마된다. 현 대표들은 눈앞에 놓인 끝을 느끼겠지만 바라던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공동체를 위해 몇 걸음 디딘 것에 만족하지 말고 끝까지 열심히 걸어나가야한다. 피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많은 대표들이 강력한 의지로 레임덕 현상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지도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상록탑
김가연(사진부 부장)
2014.11.0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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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 you or dis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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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개인으로 병역법까지 바꾸는 공적을 세운 MC몽이 돌아왔다. 온라인은 연일 그 문제로 시끄러웠지만 이전의 논란을 일으키고 잠적한 수많은 스타들이 그랬듯 컴백은 성공적이었다. 타이틀곡이 거의 모든 음원사이트 음원차트의 1위를 석권한 것도 모자라 앨범 수록곡들도 상위권을 점령했다. MC몽과 관련된 뉴스기사에는 컴백이전처럼 그에 대한 쓴 소리가 넘쳐나지만 대중들은 그를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는 셈이다. 문화·예술 분야의 종사자의 사생활을 그들의 성취와 결부시켜 보아야하는지 따로 보아야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20세기 사람인 김동인조차도 광염소나타에서 그 문제에 관해 고민하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대중의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둘을 따로 놓고 보아야 한다는 사람들은 문화 예술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공인이라는 잣대를 들이 밀어야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같이 보아야한다는 사람들은 그들이 행사하는 영향력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문화·예술 중에서 현재 가장 많이 그리고 널리 향유되고 있는 것이 음악과 영화이다. 그중에서 음원차트의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는 대중음악은 특히 젊은 층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젊은 층이라는 것이 청년층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아동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아직 사회화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도덕과 가치관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그들은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다. 그렇기에 도덕적으로 규탄 받을 만한 행위를 저지른 문화·예술인들, 특히 연예인들을 마냥 “miss”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론광장
신민주(초교·13)
2014.11.0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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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해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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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는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마트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우리는 항상 을입니다'라는 문구가 붙어있는 직원실에서 생활하고 벌점 50점이 넘으면 반성문도 써야 했다. 정규직만 바라보며 모든 걸 견뎌왔던 이들은 부당함에 맞서기 위해 투쟁을 시작한다. 영화 의 줄거리이자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영화 는 2007년 이랜드 파업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2007년 7월, 비정규직보호법의 시행으로 2년이 넘게 근무한 계약직 근로자를 무기계약으로 전환해야 하자 이랜드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무더기로 해고해버렸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7년인데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근무하던 20대 비정규직 여직원 권씨가 자살한 일이 드러났다. 권씨는 2년을 근무하는 동안 7번이나 나눠서 계약을 해야 했고 근무 기간 동안 무수한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 정규직만을 바라보며 참아왔지만 24개월의 노동 뒤에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가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4%나 된다.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600만명을 넘어섰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임금 차이도 크다. 정규직의 임금이 월평균 260만원대인데 비해 비정규직의 경우 145만원대에 그쳤다. 비정규직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데 처우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임금 외에 또 다른 차별은 복지 문제이다. 비정규직의 경우 정규직에 비해 퇴직금이나 시간외수당을 비롯한 근로복지도 매우 열악하다. 정규직이 82%의 퇴직금 수혜율을 보인 반면 비정규직은 39.5%에 불과했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사실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라는 교양수업을 듣게 되면서부터이다. 근로기준법부터 근로자의 정의, 채용과 임금에 대한 내용까지 배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동에 대한 기사나 영화에 눈이 가게 되었다. 내가 취업을 눈앞에 둔 대학생이라는 점도 한 몫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내 문제가 되지 않으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잘 보지 못한다. 새내기 시절 학교 벽에 붙은 노동 관련 포스터를 봤을 때도,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투쟁중인 노동자들을 내다볼 때도 무심코 지나쳤다.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 600만 명 중 2030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35%를 넘었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라는 의미다. 얼마 전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는 기사를 봤다. 경제단체들은 '경제 살리기'의 물살을 타고 비정규직 근로기간을 자율적으로 연장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또 지난 달에는 휴일근로 가산임금 규정을 삭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근로’라는 이슈의 당사자가 된 한 사람으로서 머지 않아 스크린에서 근무한지 3년이 되던 날 해고 당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만나게 될까봐 걱정이 된다.
여론광장
임주연(언론·11)
2014.11.0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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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5호 만평
1026
화연툰
변유경 기자
2014.11.0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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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위한다', 지역이기주의의 변명 되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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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같은 경우에는 졸업해서 장관급 이상 부인 되시는 분, 영부인이 된 분들이 좀 많아요? 그 사람들 공부할 때는 그렇게 어렵게 자취나 하숙해가면서 공부했더니 이제는 학교 재정이 커지니까 돈 있다고 그냥 아무 데나 막 때려 지으면 안 되잖아요.” 지난 10월16일 라디오 프로그램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연대-이대 기숙사건립대책위원회 이재복 회장의 말이다. 기숙사 신축에 앞서 그동안 학생을 위해온 임대업을 그만큼 배려해달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2016년 2월 완공을 앞둔 본교 기숙사가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이 반기를 들고 있는 까닭이다. 이들이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이유는 기숙사를 신축함에 따라 인근 상권에 해당하는 하숙과 임대업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지난 9월16일 본교 후문에서 진행한 시위로 처음 대두된 불만은 이후 일간지에 관련 광고를 기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요즘 사회를 고려했을 때, 백 단위를 훌쩍 넘는 지역단체들의 단합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의 주장대로 신축 기숙사는 학생과 자연, 지역주민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골칫덩이일까. 본교의 경우 현재 8.4%에 불과한 기숙사 수용률은 이번 기숙사 신축으로 20% 수준으로까지 확대된다. 지금보다 2344명이 추가로 기숙사에 거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싼 집값에 발을 구르고 있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더없이 다행스런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랜 기간 학생을 위해 일해 왔는데 이토록 억울한 처사가 어디 있느냐는 그들의 주장은, 얼핏 들으면 학교라는 거대자본의 피해자처럼 들리지만 그 바탕에는 철저한 지역이기주의가 깔려있다. 기숙사 신축을 곧 수입의 감소로 이해하는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학생들을 수입원 즉, 수익 창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과 마주하게 된다. 이들이 강조했던 주장대로 학생들을 진정으로 생각했다면 그토록 계산적인 결과와 판단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이러한 처사는 오히려 기숙사와 하숙을 이용하는 당사자인 학생들에게 부담과 실망감을 안겨주고 본인들에게도 떳떳하지 못한, 지역이기주의라는 이름의 부끄러움을 남길 뿐이다. 기숙사 문제로 얼굴을 붉히고 있는 지역단체 모두 기숙사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길 바란다.
사설(종료)
이대학보
2014.11.0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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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과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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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하나에 부패(corruption)가 열 개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규제는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가격통제(price control)는 정부가 특수한 목적을 띄고 가격형성에 직접 개입하는 대표적인 규제이다. 정부의 의도가 공급자를 보호하는 것이라면 일정 가격이하로 가격이 내려가지 않도록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고 수요자를 보호하고자 한다면 가격이 일정 수준이상 오르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다. 비록 바람직한 의도에서 출발했더라도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정부의 시장 개입은 대부분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주말 시작된 아이폰 대란은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 지 쉽게 설명해준다. 일부 판매점들이 새로 출시된 아이폰6를 기습적으로 매우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서 그 직전에 제 가격을 다 주고 구매한 소비자들이 우습게 되어버린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에게 강하게 경고하자 이번에는 제재를 피하기 위해 판매점들이 개통을 취소하고 기기를 회수하느라 또 다른 대란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비싸게 구입한 소비자들이 판매점에 개통취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가히 점입가경이다. 이러한 난리통 뒤에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라는 섣부른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 단통법의 핵심은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보조금 상한 규제이다. 막대한 보조금과 마케팅 비용에 제동을 걸게 되면 휴대폰 요금이 인하하게 되어 통신비 절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주장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시장에서 가격을 낮추는 유일한 방법은 경쟁이다. 강력한 규제나 가격통제가 아주 일시적으로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나 곧 수많은 편법과 불법을 양산하고 결국은 가격폭등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단통법의 시행으로 마케팅도 줄고 경쟁도 줄고 시장도 위축되어 버렸다. 보조금 규모가 규제대상이 되어버리니 소비자는 비싼 값을 주고 휴대폰을 살 수밖에 없다. 휴대폰대리점은 그나마 경쟁수단이었던 보조금이 30만원으로 묶인 탓에 판매가 거의 10분의 1로 격감했다. 출고가를 조정해야하는 제조사까지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통신비 절감은 고사하고 모든 국민이 통신비 증가를 직면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만들어 낸 단통법은 이동통신사들의 과다한 이익을 소비자들의 통신비 절감으로 환원시키려는 의도와는 달리 ‘단지 통신사만을 위한 법’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잘못된 규제이다. 한편에서는 규제철폐를 외치고 다른 편에서는 국민 모두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불합리한 규제를 양산하면서도 계속 또 다른 규제로 이 국면을 모면하겠다는 말만 늘어놓고 있는 것은 터무니없다. 통신비 절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조사와 통신사에게 가격과 요금을 당장 내리라고 윽박지른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통신사 시장이 더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그 장을 열어주어야만 가격을 낮추고 질 좋은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교수칼럼
차은영 교수(경제학과)
2014.11.09 1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