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든 그 책, 버려라
손에 든 그 책, 버려라
  • 박예진 편집국장
  • 승인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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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개발 도서의 일시적인 공감 벗어나 결심 실천할 수 있어야

 “당신이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고, 말하고, 행동하면 진짜로 그렇게 된다”

  “장애물이란 목표에서 눈을 돌릴 때 나타나는 것이다”

  첫 번째는 이지성의 「꿈꾸는 다락방」, 두 번째는 이민규의 「생각이 답이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표현 방식은 달라도 말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목표에서 눈을 떼지 마라.

  2005년 「마시멜로 이야기」를 필두로 자기개발 도서 읽기 열풍은 「시크릿」을 통해 정점을 찍었다. 전 세계 소수만이 아는 ‘부와 성공의 비밀’을 알려주겠다던 이 책은 국내에서 출간 8개월 만에 120만부 이상 팔리는 히트를 쳤다. 지난 7월 28일 교보문고에서 발표한 상반기 베스트셀러 집계 상위 50위에 속해있는 자기개발 도서만 20권이다. 에세이집에 최상위 순위를 밀리긴 했지만, 아직 출판계에서 자기개발 도서는 건재하다.

  어떤 자기개발 도서도 그 주제는 대충 ‘시간 관리’, ‘긍정적인 마음’, ‘실천’. 이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표지만 다르고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사랑하라, 저축하라 등 누구나 알만한 이야기를 20대에 꼭 해야 할 50가지로 선정해놓기도 한다. 마치 50가지 다 못하면 실패한 20대를 산 것 처럼.

  자기개발 도서를 좋아하는 필자의 친구는 ‘앞으로는 이렇게 살아야지’라는 나름의 다짐을 다이어리에 기록하곤 한다. 그러나 정작 행동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얼마 후 그 친구는 서점으로 가서 새로운 자기개발 도서를 고른다.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반복되는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자기개발도서의 인기를 보여준다.

  왜 사람들은 자기개발 도서를 찾을까.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출판 업계의 흐름을 분석한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자기개발 도서 열풍은 ‘절대 고독의 개인’ 출현에서 비롯됐다. 1987년 6월 항쟁, 1997년 IMF 체제를 겪으면서 현실 개혁에서 자기개발로, 희망 없음으로 급변한 대중의 심리변화를 출판 서적이 포착해온 것이다.

  ‘절대 고독의 개인’이 정말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는지는 미지수다. 자기개발 도서의 내용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일종의 점(占)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개발 도서들이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 인기는 오히려 개인이 자신의 고민 속에 숨어버리려는 경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결심한 바를 실천할 용기도 없으면서 자기개발 도서가 주는 일시적인 공감에 매료돼 계속 비슷한 위로를 찾아 헤매는 것 말이다.

  혹시 서점에 갈 때마다 자기개발 도서 코너를 떠나지 못한다면 이제는 그 순환에서 빠져나오길 바란다. 공감 가는 구절을 SNS에 올리면 ‘내 고민은 남들이 알아주겠지’하는 것은 허세다. 자신이 변하지 않는 한 자기개발서는 무릎팍 도사가 돼줄 수 없다.

  얼마 전,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소설가 고혜정은 “50점 맞을 것이 두려워 시험을 보지 않는다면 100점을 맞을 가능성도 없어진다”고 했다. 행동하는 것이 두려워 자기개발 도서가 주는 달콤한 위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발전은 없을 것이다. 이에 필자는 과감하게 ‘지금 읽고 있는 그 자기개발 도서를 버려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