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브러쉬업라이프(2023)

출처=왓챠
출처=왓챠

“지금의 기억을 그대로 가진 채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해본 적 있는 생각이다. 정말 이 기억과 지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아이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하게 될까. 그리고 어떤 삶을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브러쉬 업 라이프’(2023)는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이 삶을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일본 드라마다. 드라마는 주인공의 죽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시청에서 일하는 주인공 ‘아사미’는 평범하면서도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 창구에서 민원을 들을 때만큼은 종종 평화가 깨지곤 하지만 그럭저럭 멋진 삶이다.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소꿉친구였던 ‘나치’, ‘미퐁’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는 이승과 저승 사이의 의문스러운 곳에서 자신이 환생하여 살아갈 생물이 ‘큰개미핥기’라는 것을 알게 되고 큰 충격에 빠진다. “아무래도 큰개미핥기는 좀 그래요. 다른 선택지는 없나요?” “그럼, 같은 삶을 한 번 더 살아 보는 건 어떠신가요? 다시 살면서 덕을 쌓으면 인간으로 환생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 인간이 되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주인공. 그러나 마음과 다르게 여러 번 노력해 봐도 환생할 생물은 큰개미핥기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심지어 계속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본인의 인생이 시시하다는 평가도 들어버렸다. 어떤 삶이 제대로 된 삶일까? 드라마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질문한다. 주인공처럼 원래 친했던 친구들과 어울리고 그때 유행했던 놀이를 하는 것은 지루한 삶인가. 대테러를 막거나 노벨상을 따서 인류에 이름을 남기는 게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는 지름길인가. 그리고 이 드라마를 보는 우리는 친구와의 스티커 놀이보다 고독한 영웅이 되길 선택할 수 있을까.

인생은 탄생과 죽음 사이의 선택이다.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의 명언처럼 같은 삶을 반복하면서 직면하는 문제에 주인공은 매번 선택해야만 한다. 친구 아버지의 불륜을 막는 것, 선생님에게 도움을 드리는 것, 할아버지를 살리는 것. 그러나 필사적인 노력에도 인간이 될 수는 없었다. 무언가 잘못 선택한 것일까.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주인공은 선택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몇 번의 환생에서도 줄곧 친하게 지냈던 소꿉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학습에만 몰두한다. 그 결과 학생회장에 선발되고 의학부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그런 삶은 너무 쓸쓸하다. 어릴 때 모여 함께 놀았던 추억도 다 주인공에게만 있는 추억이 됐다. 모든 점이 완벽해 멀게만 느껴졌던 모범생 ‘마리’와 사귀게 됐지만, 옛 친구들과 마주칠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쓰라린 건 여전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랜만에 ‘마리’와 만나 식사를 하던 중 태연한 얼굴로 이번이 몇 번째 인생이냐고 묻는 말에 주인공은 몹시 놀라고, 그에게서 듣게 되는 사실에 이야기는 반전된다. 어느새 ‘인간으로의 환생’이 아닌 다른 목표로 삶을 살기 시작한 주인공을 보면 나의 삶도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지금 나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확실하지 않은 다음 생을 떠올리며 정작 이번 생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대학 가면 다 할 수 있어.” “그런 건 취직하면 취미로 해.” 이 드라마를 다 본 후 떠오른 말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수험생이라면 익숙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가족, 친구, 선생님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니까. 그러나 지금 대학에 들어온 당신이 느끼기에는 어떤가. 우리는 채플을 듣기 위해 여전히 이른 아침 일어나 준비하고 과제와 시험에 고통받는다. 꿀같이 달콤한 한마디는 누가 와서 나에게 안겨주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 때문에 포기하거나 미뤄둔 일이 있지는 않은가. 몇 년 전 유행하던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는 한 번 사는 인생이니 내일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막살아 보자는 슬로건이 아니다. 한번 사는 인생이니 매일매일을 후회 없이 충실히 살아 보자는 의미다. 그러한 매일을 살아가는 것만큼 미래의 다음 기회를 잘 준비하는 방법은 없는 듯하다.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살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과 얼마나, 어떻게 다른 삶을 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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