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전9시 아침 수영반의 유일한 청소년이다. 유난히도 더운 날들이 이어졌던 작년 여름, 동네 시립청소년센터의 수영 아침반을 등록했다. 시립청소년센터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수영반의 8할은 할머니들, 남은 2할은 아주머니, 아저씨들과 유일한 청소년인 내가 차지하고 있다. 수강생의 평균연령이 70세쯤 될 것 같은 공간의 유일한 청소년이 나라는 사실에 기분이 묘하다.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에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수영장에서 깨닫게 된다.초등학교 때 배운 자유형과 배영 복습을 끝마치고 평영 진도를 막 나가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나와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 편집부국장으로는 처음 인사를 드립니다.개강 3주 차에 접어들며 아직은 쌀쌀했던 날씨도 누그러지는 듯합니다. 오늘 등굣길에는 캠퍼스 곳곳에서 연둣빛 목련 꽃봉오리가 돋아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대학보의 개강은 늘 학교의 개강보다 3주쯤 이르기에 기자들은 벌써 한 달 가까이 달려온 셈입니다. 특히나 지난주부터는 학업과 취재를 병행하며 학내 구성원 사이의 소식들을 전하고자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이런 분주한 움직임의 끝에 매주 이어지는, 밤을 지새우는 끝없는 고민과 치열한 기
새내기 시절 나에게 대학이란 존재는 그저 고등학교 졸업 이후 다니게 되는 학교일 뿐이었다. 고등교육을 거치고 입학에 들어온 나는 졸업요건을 채우고 필수 수강해야 하는 전공 과목들을 찾아 듣는 것에 급급했다.그러나 학보 기자 생활을 하면서 나는 비로소 학생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그저 글을 전문적으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대학보에 들어왔지만, 여러 인터뷰이들을 만나면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하나씩 알아갈 때 기자로서 가장 큰 뿌듯함을 느꼈던 것 같다.매 학기 학내 이슈를 접하고 다양한
2월14일, 새벽3시경 게르 안 석탄이 다 떨어 져 난방이 꺼졌다. 꺼질 듯 말 듯한 약한 불씨를 보고 전날 밤 핫팩 여러 개와 패딩을 잠자리 옆에 준비해 두고 잤다. 불이 꺼져 추위가 조금씩 느껴지니 자연스럽게 눈이 떠져 준비해 둔 핫팩과 패딩을 주섬주섬 껴입었다. 다행히 추위는 면했으나 참으로도 낯선 경험이었다.몽골 여행에서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포장도로를 달리는 것도, 밤새 따뜻한 보일러가 돌아가는 것도, 오밤중에 혼자 갈 수 있는 화장실도,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실도 모두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에 돌아와 집으로
설날을 한국에서 보내지 않은 건 처음이었다. 지난 2월, 태어나 처음으로 밟은 미국 땅에서 가재 요리를 먹으며 이방인으로서의 설날을 보냈다. 미디어를 통해서만 겪어본 미국이라 가기 전 여러 걱정이 있었다. 외국인이라고 무시하는 건 아니겠지, 미국인들 사이에 껴서 주눅 드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오랜 기간 날 감쌌던 걱정들이 무색해질 만큼,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있는 미국의 자유로움이 이방인 신분의 나를 반겼다.이름만 들어도 족히 그 유명세를 알 만한 대학들의 캠퍼스도 방문했다. 학생 모두가 저마다의 스타일을 고수한 채 자유롭게 캠퍼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편집국장 김아름빛입니다. 편집국장으로서 여러분께 처음 인사드립니다.지난 학기 기사를 쓰며 매일같이 밤을 샜던 학보실에 있으니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이대학보 26명의 기자들은 여러분께 좋은 기사, 좋은 사진, 좋은 콘텐츠로 찾아뵙기 위해 고민하고 애쓰며 이번 학기 상반기 첫 발행을 시작했습니다.이번 1676호에서는 개강을 맞아 새로 시작하는 캠퍼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신입생 입학식, 신입생 OT와 함께 학내외 이슈도 여럿 다뤘습니다. 특히 의과대학, 인공지능대학을 취재한 기자들의 어
이대학보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편집부국장 김민아입니다.어느덧 한 학기의 마지막 신문이 발행됐습니다. 마지막은 처음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열한 번의 발행을 되돌아보면 계획했던 기사가 무사히 발행되기도, 기획 기사가 예상치 못하게 사라지거나 생기기도 했습니다.우선 ‘시간을 달리는 여자들’ 시리즈가 1675호를 끝으로 마무리됩니다. 나는 어떤 시간을 달리고 있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시리즈입니다. 시간을 달리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낼 뿐만 아니라 영상으로도 담았습니다.총학생회(총학) 선거 기간에는 상황을 계속 지켜보며 실시간
33번의 마감 후 퇴임을 앞둔 지금. “찍은 사진 중 제일은 뭐냐”라는 질문을 받고 급하게 내가 찍었던 사진들을 기억해 내지만, 하나를 짚기 어려웠다.하지만 분명히 의미 있는 취재는 있다. 작년 11월, 기자 생활 2개월 차에 이태원 참사 추모 현장에 가기 위해 늦은 밤 기자 3명과 함께 택시를 탔다. 어깨의 그 무거운 카메라 가방보다 마음이 훨씬 무거웠던 밤. 수많은 꽃과 추모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 소주병에 꽂혀있는 한 송이의 백화. 눈물 흘리는 이들 앞에서 ‘찰칵’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게 어색했지만, 이 현장을 기록해야겠다
이맘때면 시간에 가속도가 붙음을 느낀다. 거리에 수험생을 응원하는 다정함이 가득하고 반짝거리는 캐롤이 들린다. 어느새 연말이 다가온 것이다.일 년이 한 시간이라면 고작 7분30여초가 남은 셈이다. 어쩌면 연말은 초, 분, 시, 달, 년처럼 인간이 나눈 경계에 불과하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결국 거스를 수 없는 광활한 시간 앞에 무력해지지 않으려는 노력이 아닐까. 특히연말은 한 살을 더하는 이상한 변화를 멋지게 포장하려는 듯하다. 두 달의 시간에 포장지를 감싸면서 우리는 설레고, 긴장하고, 또는 무기력해지기도 한다.사실 내게는 그
10월 22일 오후 4시, 나는 우이천에서 짝지은 원앙들을 보았다. 물 위에선 한없이 평온할 줄만 알았던 저 원앙들이 한껏 몸을 부풀리며 다른 원앙들을 위협할 때가 있었다. 그건 자기 짝에게 공격이 가해질 것 같을 때. 대체 저 말 못 하는 동물들은 뭘 알길래 사랑을 하고, 계산 없이 본능적으로 짝을 지키려 할까. 이런 면에서 보면 일부 동물들은 인간보다 한 차원 높은 사랑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저 원앙들을 보면서 내가 가진 사랑에 대해 둘러보았고, 어떤 태도로 사랑을 마주해야 할지 정의하는 시간을 가졌다.나는 원래도 사랑이 많
안녕하세요. 이대학보 독자 여러분. 첫 칼럼을 쓸 때만 해도 더위가 가시지 않은 여름이었는데 어느새 차디찬 바람이 불어 오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피부에 닿는 공기의 온도로도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만, 얼마 남지 않은 학보 발행 횟수가 제겐 더 크게 와닿습니다.이번 학기 저희 학보는 아홉 번의 신문을 만들었고, 앞으로 두 번의 발행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번 호는 제2회 이화문예상 수상작들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자 총 네 면에 수상작과 소감, 심사평을 담았습니다. 기사를 몇 면에 어느 크기로 배치할지 결정하는 지면 레이아웃
낙엽이 져서 가을인 걸 알았다. 계절의 흐름도 신경 쓰지 못한 채 11월을 마주했다. 작년 겨울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학보에 온 마음을 다하고 있다 보니 어느덧 3학년이 성큼 다가온 걸 눈치채지 못했다. 어느새 코끝에 겨울 냄새가 감도는 지금, 올 한 해를 되짚어 보면 오직 ‘이대학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스물하나의 매 순간을 학보와 함께한 것이다. 다른 이의 일주일은 ‘월화수목금토일’로 이뤄져 있을 테지만, 우리의 일주일은 ‘일월화수목금토’로 이뤄져 있다. 일요일을 통으로 다 바쳐 어떤 기사가 세상에 나가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
종종 늦진 않을까 생각했다. 현역으로 입시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간 친구가 사진 동아리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즐겁게 지내고 있을 때 나는 독서실에서. 고난도 비문학 지문을 풀었다. 늦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늦어도 가고 싶은 길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탓에 주변의 온갖 반대와 우려를 피해 독서실로 향했다.혼자 다시 하는 수험생활은 막막하고 두려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정해진 것 하나 없이, 이미 정해진 것 같은 삶을 사는 주변 친구들과 다른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정해지지 않은 미래가 불안했고, 사계절
10월27일 오후 4시,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어쩌면 우리의 무한(無限)한 가능성일지도 모르는 하늘을 만났다. 6학기째 학교에 다니고 있는 3학년이지만, “졸업하면 무엇을 할 생각이야?”라는 무수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나는 이 하늘을 보며 조금의 위안을 받았다. 작곡을 전공하는 음대생으로서, 그리고 고학년으로서 3학년쯤 되었으면 뚜렷한 길이 있을 것 같았지만 사실 아직은 없는 상태. 과연 나의 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나는 임용고시를 보려고.”, “나는 유학을 가고 싶어.”, “나는 대학원에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어느덧 상반기 발행을 지나 하반기 발행에 돌입했습니다. 이대학보가 잠시 휴간 기간을 맞는 동안, 학교는 시험 기간에 접어들었습니다. ‘프롬편집국’을 통해 독자 여러분에게 안부 인사를 전합니다. 평안한 일상을 보내고 계시나요? 이대학보는 시험 기간이 마무리될 시기에 맞춰 독자 여러분 손에 신문이 쥐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기사를 준비했습니다.하반기 발행에 접어들며 한결같은 신문을 만드는 동시에 새로움도 곁들였습니다. 이번 호부터 팀 기획 중 하나인 ‘시간을 달리는 여자들’이 시작됩니다. 총 5주
“탑승객 여러분, 안내방송 드립니다.”올해 2월,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고파 한국 사람도, 한국말도 들리지 않는 태국으로 훌쩍 떠났다. 여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내려 귀에 처음 들린 소리, 한국어 안내 방송이었다. 여행 동안 한국이 그리웠던 것도 아니었는데, 한국어를 듣자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고였다. 안간힘을 쓰며 듣지 않아도 자연스레 귀에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한국어. 드디어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들었다.고작 일주일 만에 돌아와서 들은 한국어에 눈물까지 맺힌 스스로를 보며 나는 내가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이라는 걸 새삼
“좋아하는 색깔이 뭐야?”“다 좋아”“좋아하는 음식은?”“아무거나 다 잘 먹어”개인의 성격과 취향이 매우 다양해진 세상이다. 사람들의 특별함을 개성으로 표현하고 그런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당연해졌다. 최근 유행했던 MBTI 검사는 사람들의 성격을 16가지로 표현한다. 첫 만남에서 MBTI 질문은 필수가 되었으며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과 취향을 더 쉽게 드러내게 해줬다. 모두가 각자의 색깔을 빛내고 있는 세상 속에서 아직 내 취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좋게 말하면 어디에나 속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줏대가 없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
9월28일 오전6시12분, 졸린 눈을 비비며 명절 귀성길 고속버스에서 내렸다. 줄을 서니 4살 아이가 보인다. 시선을 내리니 보이는 모녀의 커플 운동화. 모녀가 사랑스럽기 때문인지, 오랜만에 가족 얼굴이 보고 싶어서인지 카메라를 들었다. 집에 오니 뉴스에서 ’취업 부담에 고향 못 내려가는 20대’에 대해 말하고 있다. “표도 구하기 힘들고 내려가면 가족 얼굴 보기도 힘들어서….”라고 말하는 축 처진 어깨. 밀린 숙제 해나가듯 ‘처리’하기 바쁜 인생의 관문들이 우리를 힘들게 만들었을까. 10명 중 3명이 혼자 사는 대한민국, 그 많은
지난 학기의 끝을 떠올린다. 어쩌다 이른 종강을 맞았으나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게는 후편집이라는 역할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후편집은 내용 구성을 마친 영상이 보기 좋도록 어울리는 옷을 입히는 작업이다. 어떤 옷이 어울릴 지 충분히 고민해야 하지만 전날까지 세 전공을 오가며 다변수함수와 메타버스를 논하던 내게 그런 창의력은 솟지 않았다. 아직 종강까지 달리느라 바쁜 동료 기자를 붙잡고 어떤 자막, 효과음, 색상, 모션이 좋은지 질문을 던지는 스스로가 부담스러웠다. 종강을 맞아 오랜만에 찾은 본가에서 편히 쉬기는 커녕 새벽 내내 뜨거
이대학보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지난 8월 여러분께 첫인사를 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에 접어 들었습니다. 이대학보는 네 번의 발행을 마쳤고, 이번 호를 제외하고 상반기 한 번의 발행만을 앞두고 있습니다.그동안 이대학보는 취업 정보를 원하는 독자 수요를 반영하고자 커리어 코너 ‘취업 A to Z’를 신설했고, 뉴스레터 서비스를 통해 받은 독자 여러분의 피드백도 꼼꼼히 읽었습니다. 직접 독자님들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마땅치 않아 보내주신 모든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