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대 총학생회(총학) 선거는 두 개의 의미로 뜨거웠다. 3년 만에 이뤄진 경선으로 학생들은 오랜만에 캠퍼스 곳곳에서 두 개 선본의 유세를 지켜볼 수 있었다. 함께 이화, Moving 이화 두 선본은 모두 각자의 선본 명이 적힌 피켓을 흔들며 ‘학생이 중심이 되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외쳤다. 이 때문일까. 매해 연장을 거듭하던 총학 선거는 18일~19일 제 시간에 개표 가능 투표율 50%를 넘겼다.

  이번 총학 투표의 또 다른 뜨거움은 후보자 자질 논란이다. 함께 이화 선본은 정후보의 성적 기준 미달로 학교 측과 마찰을 겪었고, Moving 이화 선본 또한 정후보 소속 단대에서 학생회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러한 선거 잡음에도 불구하고 20일 이뤄진 개표 결과, 함께 이화는 약 72.31% 득표율을 얻어 제 47대 총학생회에 당선됐다. 재적인원 1만 2716명 중 7981명(약 54.23%)의 이화인이 투표권을 행사했고, 함께 이화는 72.31%의 득표율로 차기 총학생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투표권을 행사한 이화인 10명 중 7명이 함께 이화 선본에 지지표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 모습을 보며 ‘한 집 선거’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지난 선거와 비교해 ‘경선’으로 선거 형태 차원의 차별화에는 성공했지만, 당선 선본과 기존 총학의 성격은 무척이나 닮았다. 함께 이화 후보 이력 란에는 제45대 총학생회 ‘우리이화’ 연사국원, 제46대 총학생회 ‘시너지이화’ 대학구조조정대응팀장, 선전소통국장 등 총학 집행부 활동 내역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또한 이들이 내세운 공약인 민주적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성, 학생식당 개선요구, 절대평가제 도입 등은 기존 총학의 공약과 차별화된 점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작년 시너지 이화가 내세웠던 대표 공약 6개 중 상당수가 우리 이화가 내걸었던 공약과 흡사해 일부에서 비판 여론이 일었음에도, 공약 답습 관행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물론 총학 집행부 출신 선본에게 순기능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보다 가까이서 총학의 모습을 지켜보며 필요한 자질, 개선해야 할 점 등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 집’에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당선 총학은 ‘한 집 출신’의 순기능을 살려 매서운 눈으로 본교의 상황을 살피고, 이화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유권자였던 학생들 또한 스스로 ‘총학 감시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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