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규제
경쟁과 규제
  • 차은영 교수(경제학과)
  • 승인 201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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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제동정책 아닌 통신사간 경쟁기회 제공할때 소비자 위하는 진정한 통신비 절감 가능해

  규제 하나에 부패(corruption)가 열 개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규제는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가격통제(price control)는 정부가 특수한 목적을 띄고 가격형성에 직접 개입하는 대표적인 규제이다. 정부의 의도가 공급자를 보호하는 것이라면 일정 가격이하로 가격이 내려가지 않도록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고 수요자를 보호하고자 한다면 가격이 일정 수준이상 오르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다. 비록 바람직한 의도에서 출발했더라도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정부의 시장 개입은 대부분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주말 시작된 아이폰 대란은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 지 쉽게 설명해준다. 일부 판매점들이 새로 출시된 아이폰6를 기습적으로 매우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서 그 직전에 제 가격을 다 주고 구매한 소비자들이 우습게 되어버린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에게 강하게 경고하자 이번에는 제재를 피하기 위해 판매점들이 개통을 취소하고 기기를 회수하느라 또 다른 대란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비싸게 구입한 소비자들이 판매점에 개통취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가히 점입가경이다.

  이러한 난리통 뒤에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라는 섣부른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 단통법의 핵심은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보조금 상한 규제이다. 막대한 보조금과 마케팅 비용에 제동을 걸게 되면 휴대폰 요금이 인하하게 되어 통신비 절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주장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시장에서 가격을 낮추는 유일한 방법은 경쟁이다. 강력한 규제나 가격통제가 아주 일시적으로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나 곧 수많은 편법과 불법을 양산하고 결국은 가격폭등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단통법의 시행으로 마케팅도 줄고 경쟁도 줄고 시장도 위축되어 버렸다. 보조금 규모가 규제대상이 되어버리니 소비자는 비싼 값을 주고 휴대폰을 살 수밖에 없다. 휴대폰대리점은 그나마 경쟁수단이었던 보조금이 30만원으로 묶인 탓에 판매가 거의 10분의 1로 격감했다. 출고가를 조정해야하는 제조사까지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통신비 절감은 고사하고 모든 국민이 통신비 증가를 직면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만들어 낸 단통법은 이동통신사들의 과다한 이익을 소비자들의 통신비 절감으로 환원시키려는 의도와는 달리 ‘단지 통신사만을 위한 법’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잘못된 규제이다. 한편에서는 규제철폐를 외치고 다른 편에서는 국민 모두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불합리한 규제를 양산하면서도 계속 또 다른 규제로 이 국면을 모면하겠다는 말만 늘어놓고 있는 것은 터무니없다.

  통신비 절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조사와 통신사에게 가격과 요금을 당장 내리라고 윽박지른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통신사 시장이 더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그 장을 열어주어야만 가격을 낮추고 질 좋은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