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청춘들의 항해 속, 여러분들은 어떤 배(Ship)을 품고 있나요?

  영화 [명량]이 관객 1,800만명에 육박하는 대기록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압권은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일 것입니다. 풍전등화에 놓인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책임져준 자랑스러운 12척의 배 한척 한척에 이름을 붙여봅니다. 충정의 배, 결기의 배, 인내의 배, 신명의 배, 지조의 배, 자결의 배, 신념의 배, 기개의 배....

  오늘 우리 이화인에게는 어떤 배(ship)가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우리에겐 공감하는 우애의 배, companion-ship이 있습니다. 제러미 리프킨은 인간의 능력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공감을 꼽으면서 인간을 호모 엠파티쿠스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각박한 생활 속에서 우리는 우리들끼리의 정서적 교감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떤 경쟁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경쟁 속에서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고 혼자 사는 방법만을 터득하고 있습니다. 공감은 또한 배려입니다. 배려는 타인을 염려하는 마음입니다. 나는 취업했는데, 그럼 내 친구는? 하는 물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으~리”입니다. 우선 나부터 과감히 친구들을 찾아 나서봅시다. 참치김밥 한줄 같이 먹자, 포도길 같이 걷자, ECC동산에서 만나 수다 떨자, 시험공부 같이 하자... 라고. 그러면 우리가 잊고 있던 friend-ship의 배를 다시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겐 치열한 자존의 배, owner-ship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기본에 충실하며 매사 책임질 줄 아는,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줄 아는, 있는 모습 그대로 당당히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주인은 우리 자신입니다. “낯설은 산맥 따라 날개 없이 날아온 새, 오히려 잘못 온 길이 새지도를 만든다”는 문복희 시인의 시구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개척해나가는 열정적인 도전정신을 연마해야 합니다. 좌절을 버텨내어 현실에 굴복하지 않는 힘을 길러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색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의 이상과 꿈을 펼쳐보는 학창생활을 보내봅시다. 이는 우리를 frontier-ship으로 안내해줄 것입니다.

  우리에겐 나누는 리더의 배, leader-ship이 있습니다. 누구나 다 리더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남을 밟고 그 위에 올라서는 리더가 아니라 남을 세우고 함께 가는 그런 리더여야 합니다. 논어에 나오는 기욕입이입인(己欲立而立人)의 리더십입니다. 이 리더십은 follower-ship이라는 다른 배 한척을 선물해줍니다. 누군가의 앞에 선다는 것은 누군가의 뒤를 따라간다는 것과 같은 의미임을 가르쳐줍니다. 무조건 경쟁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공감하면서 함께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자세라는 것을 알려 줍니다. 다른 사람이 앞서 가는 것 또한 감내해내야 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임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 자신을 성찰하면서 원형의 리더십을 갖춰갑시다.

  우리에겐 사고하는 학식의 배, scholar-ship이 있습니다. 우리는 대학의 공간에서 지식과 지혜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지렁이가 책 읽는 소리”를 들어봤나요? 연암 박지원은 한낱 미물들의 작은 소리조차 공부하느라 내는 책 읽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겸손히 공부에 전념하라고 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야한다는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겠지만 반복되는 까닭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시 고전을 뒤적이고 현실을 탐색하다보면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배를 품고 있나요. 청춘이란 본디 “내꺼 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개연성과 불확실성과 가능성의 상징입니다. 그 청춘의 한가운데 있는 우리 이화인의 배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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