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의 안영이처럼 영리하고 따뜻한 '이샘'이 되자

  얼마 전 ‘고교생 연구소’에서 재미있는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전국 대한민국 고교생 1000명을 대상으로 미래 성장가능성과 함께 대학 이미지 조사를 진행했다. 이 중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대학 이미지에 대한 조사였다.

  이미지 조사는 각 대학 하면 바로 떠오르는 성별이나 전공 등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위 조사 결과를 종합해 각 학교를 상징하는 캐릭터의 이미지 및 학과와 이름도 함께 소개했다. 이는 각 학교별 홍보팀과 의견 조율을 거친 것이라고 하니 각 학교도 발표된 이미지에 어느 정도 동의한 셈이다.

  서울대 캐릭터의 별명은 ‘설으뜸’(남)으로 어려운 내용도 이해할 때까지 파고드는 법학도, 연세대는 지적이면서도 밝은 모습의 의학 전공 엄친 딸의 이미지다. 그 밖에 성중기(성균관대), 한잡스(한양대) 등의 재미있는 이름도 등장했다. 고등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이긴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많았다.

  그렇다면 우리 이화는 어떨까. 이화의 캐릭터 이름은 ‘이샘’. 고등학생들에게 핵심을 콕콕 짚어주며 학생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칠 선생님을 꿈꾸는 사범대생으로 비춰졌다. 타 여대와 비교해보니 확실히 애교가 넘친다거나 꾸민 듯 안 꾸민듯한 특유의 ‘여대생’의 느낌은 덜했지만, 그들에게는 없는 부드러운 전문성이 깃든 모습이었다. 또 외부인들이 이화에 대해 막연하게 떠올렸던 ‘차도녀’ 이미지는 다른 대학이 가져갔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화인이 생각하는 이화인의 이미지도 비슷한 듯 하다. 요즘 화제인 드라마 ‘미생’에서 극 중 안영이에 이대생이 빙의됐다고 보는 이화인들이 많다. 안영이에게는 열정과 영리함이 있지만 동시에 따뜻함도 느껴진다. 우리는 이 같은 혹은 이와 비슷한 여성상을 꿈꾸고 이화에 들어왔다.

  그렇다고 우리가 마냥 완벽한가 하면 그건 아니다. 핵심을 콕콕 짚어 내다가도 허둥지둥 할 때가 있다. 또 애교가 없는 편이냐고 물으면 콧소리라도 내겠다. 그럼에도 ‘이샘’이라는 이미지가 우세한 것은, 이화는 분명히 이러한 여성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주 간 그들은 수능을 마쳤고, 우리는 총학생회 선거를 마쳤다. 추운 ‘날씨에는 수능도 어려워진다는 법칙이 등장할 정도였지만, 정말 추운 날씨였음에도 이번은 달랐던 것 같다. 쉬웠는데, 쉬워서 망했다는 의견도 들려온다.

  이화는 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틀 전, 총학 선거를 끝내면서, 하나의 준비를 마친 셈이다. 이번 총학 선거는 투표를 하는 이화인 들에게도, 선거 당사자들에게도 힘겨운 선거였다. 투표는 끝났지만 우리 앞에는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그렇지만 새로 맞이할 예비 이화인들이 꿈꾸는, 지금 이화에 다니는 우리가 바라는 이화의 모습은 분명히 정해져 있다. 그 이미지를 생각하고 핵심을 짚어주는 총학이, 학교가 되었으면 한다.

  이화인 모두 ‘이샘’이 되자. 앞서 필자가 열거한 이미지에 동의하지 않는 이화인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만큼은 ‘이샘’의 이미지가 필요한 때인 듯 하다. 이화를 위해 때로는 예리하고 때로는 든든한 이화인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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