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을 만나기까지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쳐야 한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제작 PD부터 장면을 담아내는 카메라 감독과 대본을 쓰는 방송작가까지. 그러나 프로그램이 재밌고 퀄리티가 높더라도 인기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 성격에 맞게 주 시청자를 예측하고, 최적의 방송 시간을 편성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편성 PD는 방송국의 ‘큐레이터’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전시에서 작품을 알맞은 자리에 배치하는 것처럼 편성 PD는 방송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배치한다. 타깃 시청자가 유입될 수 있는 시간 편성, 매력도 분석, 가
KDB나눔재단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개최한 2023 KDB 창업교육 Build-Up 프로그램에서 본교 최민지(무용·18)씨, 옥유진(휴기바·21)씨로 구성된 ‘무공도리’팀이 대상을 받았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선 기업가 정신을 가진 미래 인재 양성 및 창업교육 문화 조성을 목표로 각 대학에 개설된 정규 창업교과목을 수강해야 한다.2023년 상반기에는 본교를 포함한 15개 대학이 선정됐고, 본교에서는 1400만원 내외의 지원을 통해 강의를 진행했다. 수상팀에는 글로벌 고객발굴 참가 기회 및 KDB
연극이 상연 중인 무대 위, 수어통역사가 있다. 배우 옆에서 그림자처럼 호흡을 맞추며 함께 울고, 웃고 때론 신나게 춤도 춘다. 뉴스나 행사에서의 절제된 수어통역을 본 사람에게 이런 모습은 낯설지도 모른다. 그동안 수많은 ◆배리어프리(barrier-free) 연극 무대 위에 섰던 공인수어통번역 ‘잘함’의 김홍남, 최황순 수어통역사를 만났다. 이른 저녁,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인터뷰 질문에 답하는 모습에서 역동적인 손짓으로 무대를 가득 채우는 그들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눈으로 듣고, 손으로 말하는 신기한 언어“음성도, 활자도
사람을 대하는 일이든, 연기든 항상 진심으로 해야죠. 경력 단절이 된 주부 차정숙이 레지던트 과정에 도전하는 의학 드라마 ‘닥터 차정숙’(2023)의 숨은 주역이 있다. 주인공 차정숙의 고등학생 딸 이랑 역을 맡은 배우 이서연(사복⋅22)씨다. 본교에 합격한 뒤 공부와 연기를 병행하며 ‘갓생’을 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바쁜 일정에도 밝게 인사하며 인터뷰에 응한 그는 연기뿐 아니라 학교생활과 자신의 삶에도 늘 진심이었다.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까지이씨는 어렸을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며 남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했다. 배우가 되고 싶어
건물보다 논밭이 많은 경기도 양평. 시골 특유의 비료 냄새가 풍기는 동네에 현대적인 이층집이 눈에 띈다. 검은색 삼각 지붕과 흰 벽의 조합이 깔끔하면서도 넓은 통유리창은 시원한 느낌을 준다. 정하윤(미술사학과 석사·10년졸)씨의 작업실이자 집이다. 정씨는 ‘종합미술인’이다. 본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 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중국 미술을 소개하는 칼럼 ‘정하윤의 아트차이나’를 이데일리에서 연재했고 ‘꽃피는 미술관’ 등 4개의 저서를 집필했다. 정씨는 대학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돈이 없거나 법을 몰라 호소할 길을 찾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돕기 위해 무료로 법률상담을 해주는 곳이 있다. 바로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상담원)이다. 서울시 양천구에 위치한 상담원은 1999년 8월26일 개원해 사회적 약자에게 법률상담 및 조정화해, 대서, 소송구조 등 법률적 구조사업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상담원을 설립해 24년째 운영하는 양정자 원장(법학·66년졸)을 만나봤다. 상담원은 건물의 두 층을 사용하고 있다. 양 원장은 상담원의 구조를 병원에 빗대어 설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4층은
사람들은 기술 발전을 통해 어떤 미래를 바랄까? 기술이 사용자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제품을 디자인하는 연구자들이 있다. 류한영·정승은 교수(융합콘텐츠학과) 소속 연구팀의 디자인이 iF Design Award(iF 디자인 어워드) 2023 본상을 수상했다. 1954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71주년을 맞는 iF 디자인 어워드는 국제 디자인 공모전으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다. 정 교수는 연구팀(UX design&Research Lab)과 함께 신축성을 가진 디스플레이로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장비를 디자
본교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졸업생 12명이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각 법원 재판연구원에 임용됐다. 전국 법전원 중 3위(재판연구관 포함)에 해당하는 성과로 본교 법전원 역대 최다 인원이다. 본지는 재판연구관으로 임용된 손소원(로스쿨∙23년졸)씨와 재판연구원으로 임용된 배지원(로스쿨∙23년졸)씨, 이회현(로스쿨∙23년졸)씨, 최원희(로스쿨∙23년졸)씨, 한수원(로스쿨∙23년졸)씨를 만나 생생한 신입 법조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재판연구관과 재판연구원은 어떤 일을 하나원희: 공통적으로 사건 기록을 읽고 쟁점이 되는 부분에 대해 자료나 판
12일 저녁, 중앙도서관으로 가는 계단에 학생들이 도란도란 모여 앉았다. 현재 KBS 2TV에서 방영되고 있는 ‘홍김동전’의 촬영이 대동제의 마지막 날 본교에서 이뤄졌다. 계단과 블루포트 앞뜰에는 노란빛 조명이 설치됐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촬영 과정에는 이화인의 손길이 닿았다. 바로 ‘홍김동전’ 손지원 PD(국문·03년졸)다. 손 PD는 KBS에서 20년간 예능국 PD로 일해왔다. 현재는 팀장 격 PD인 CP의 직책을 맡아 홍김동전 외에도 다른 프로그램들을 관리하고 있다. “모교에서 촬영해 본 건 처음이라 감회가
절제미가 강조되던 조선시대에도 화려함은 있었다. 목조건물 가까이 가서 위를 올려다보면 오방색으로 뒤덮인 처마가 보인다. 화려한 단청의 모습이다. 단청은 오방색을 기본으로 건축물에 여러 무늬와 그림을 그리는 장식미술이다. 전국 방방곡곡 사찰을 돌며 단청을 그리는 이가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전승교육사인 최문정(체육학과·90년졸)씨다. 벽 곳곳에 작품이 걸려있는 서울 성동구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국가무형문화재는 예술적, 기술적 능력을 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한 제도다. 국가무형문화재의 전승 체계는 ▲전수자 ▲이수자 ▲전승교
채식 학식의 부재,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조교로 근무해야 하는 대학원의 관행, 불명확한 성적평가 기준… 일시적인 해결책보다는 근본적인 제도 변화가 필요한 사안들을 해결하는 제도가 있다. 바로 ‘옴부즈퍼슨'이다. 서울대는 2021년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학내 고충 민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옴부즈퍼슨을 도입했다. 주로 물리적 시설의 부족 문제, 부적절한 교내 문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현재 인권 문제와 학교 행정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다고 인정되는 옴부즈퍼슨과 대학원생으로 이뤄진 주니어 옴부즈퍼슨이 활동하고 있다.
군산에 하나 남은 갯벌이 있다. 이름은 수라, ‘비단에 놓은 수’라는 뜻이다. 영화 ‘수라’(2023)의 감독 황윤(영문∙95년졸)씨는 새만금 간척 사업이 이뤄진 군산에서 수라 갯벌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새만금 간척은 전라북도 군산과 부안을 연결하는 방조제를 축조해 간척토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간척토지에서는 신공항 설립과 여러 개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간척 과정에서 생명체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갯벌은 인간의 욕망을 이유로 파괴됐다. 많은 도요새와 물새, 조개들이 집을 잃었다.2014년 황 감독은 군산으로 이사를 갔다. 그곳에서
가족만큼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가 세상에 또 있을까.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관계를 연필 한 자루로 종이 위에 유쾌하게 풀어나가며 잔잔한 울림을 전하는 작가가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펀자이씨툰’을 연재하고 있는 엄유진(정보디자인·00년졸)씨다. 국제결혼, 육아, 부모님 이야기 등 가족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다룬다. 일상은 낙서가 되고, 낙서는 만화가 되어“어렸을 때부터 말보다 그림으로 표현하는 게 편했어요.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제 성향이 그림의 세계에서는 독창적, 창의적이라고 여겨지니까 그림을
코를 찌르는 포르말린 냄새가 가득한 부검실에 들어갈 때마다 생각한다. “저기 누워 계신 분이 ‘내가 오늘 아침에 눈을 뜨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을까라는 생각을 늘 해요. 아마 단 한 순간도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런데 죽음이라는 건 그런 거거든요.”우리는 흔히 죽음이 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먼 훗날 병실에서 맞게 되는 무언가, 혹은 장례식장에나 가야 접할 수 있는, 아주 가끔 일어나는 일… 그러나 여기 매일 죽은 자들을 만나고 그 죽음의 방식과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법의학자 정하린 교수(의학·06년졸)는 국립과학
“지금 무슨 노래 듣고 계세요?” 지나가는 사람에게 어떤 노래를 듣고 있는지를 묻는 유튜브 영상이 유행이다. 길을 걸을 때,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운동할 때… 음악은 우리 삶에 녹아있다. 이런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는 음악치료사 구수정(한국음악·06년졸)씨를 만났다. 구씨는 4월 음악치료사의 삶을 담은 책 ‘마음을 듣고 위로를 연주합니다’를 출간했다. 그를 만나 음악이 가진 치유의 힘에 대해 들어봤다.많은 사람의 아픔을 음악으로 보듬어 주는 구씨는 원래 해금을 연주했다. 중학생 때부터 해금을 배운 그는 무대에서 작품을 만
통역관은 언어 장벽을 넘나들며 양국 군대 간 다리 역할을 수행한다. 양국 간 군사 통역은 민간 통역에 비해 단시간 내 확실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사 통역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회의와 실제 작전 상황에서 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137주년 대동제의 활기 가득한 첫날, 후배들이 운영하는 부스의 굿즈를 양손 가득 들고 활짝 웃는 윤예지 통역관(독문·17년졸)을 만났다. 윤씨는 2021년부터 유엔사·주한미군사·한미연합사 작전참모부장(작참부장) 담당 통역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한미 군사 간 언어 장벽 허무는 통역관윤씨
소아과 오픈런, 노키즈존, 스쿨존 교통사고, 합계출산율 0.78명. 최근 대한민국의 아동 관련 키워드다. 아이 낳아 키우기 어려운 세상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이들은 병원도, 음식점도, 학교도 마음 편히 누리기 어렵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세상과 아이가 살기 좋은 세상이 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을 아동권리보장원 정익중 원장에게 물었다.정익중 교수(사회복지학과)가 4월17일 아동권리보장원장으로 임명됐다. 2008년부터 본교에서 아동복지학을 가르쳐 온 정 교수는 3년간 아동권리보장원의 원장으로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안무가에서 감독으로, 그리고 배우로. 자신의 삶을 다채롭게 그려나가는 최승윤(무용∙11년졸)씨가 영화 ‘라이스보이 슬립스’(2023)를 통해 장편 배우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1990년 캐나다로 떠난 엄마와 아들이 서로 의지하며 스스로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 그는 강인한 여성이자 따뜻한 어머니 ‘소영’ 역으로 관객들을 마주했다. 보슬비가 내리던 날 최승윤씨를 만났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런 날씨도 좋다”며 맑게 웃어 보이는 그는 햇살처럼 따스했다. 우연에서 인연이 된 소영과의 만남첫 만남이 한국에서 시작돼서일까. ‘라
깻잎은 우리에게 친숙한 식재료다. 저렴하고 조리하기도 쉽다. 치솟는 밥상 물가 속 깻잎만은 예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누군가의 얼굴이 있다. 깻잎을 재배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얼굴이다.깻잎은 이주노동자에게 맞춤인 작물이다. 농한기가 있는 작물과는 다르게 1년 내내 일거리가 있고 노동집약도가 높다. 작은 농가에서도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대신 깻잎은 시간 싸움이다. 상품성 있는 잎이 자라도록 곧지 않은 줄기와 싹을 계속 쳐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 손이 필요하다. 이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은 화장실도
70년대를 사로잡았던 가수이자 서양화가 정미조(서양화⋅72졸)씨가 51년 만에 모교로 돌아왔다. 5월17일부터 10월31일까지 본교 박물관에서 개최되는 ‘이화, 1970, 정미조’ 전시를 통해서다.가수로서의 삶과 화가로서의 삶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회는 그에게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수많은 도전을 반복해 온 그의 삶에서 항상 빠지지 않았던 건 ‘꾸준한 노력’이었다.1972년 노래 ‘개여울’로 데뷔해 가수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정씨는 모든 커리어를 뒤로 하고 파리로 떠났다. 원래 전공하던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