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기술 발전을 통해 어떤 미래를 바랄까? 기술이 사용자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제품을 디자인하는 연구자들이 있다. 류한영·정승은 교수(융합콘텐츠학과) 소속 연구팀의 디자인이 iF Design Award(iF 디자인 어워드) 2023 본상을 수상했다. 1954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71주년을 맞는 iF 디자인 어워드는 국제 디자인 공모전으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다. 정 교수는 연구팀(UX design&Research Lab)과 함께 신축성을 가진 디스플레이로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장비를 디자인했다.

연구팀은 스트레처블(stretchable)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소방대원들의 의사소통 도구를 디자인했다. 작품명은 ‘S-Fire Safety Module Experience(S-소방 안전 모듈 경험 디자인)’다. 기존의 딱딱한 평면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기기는 재난 현장에서 파손될 가능성이 높다. 두꺼운 방화 장갑과 무거운 장비를 착용한 소방대원들은 화면을 터치하는 등 디스플레이를 활용하기 어렵기도 하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얇고 유연해 자유자재로 늘어나고 접히는 형태의 기판을 가져 평면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활용해 소방대원 장비 디자인한 정승은 교수 <strong>정수정 기자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활용해 소방대원 장비 디자인한 정승은 교수 정수정 기자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소방 업무 보조해

연구팀은 어워드에서 소방대원들이 재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다양한 업무를 맡은 소방대원들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새로운 기술의 특성을 기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모색한 것이다. 이들이 제작한 ◆프로토타입은 화재 진압, 구조, 응급처치 등 구체적 상황에서의 시나리오를 통해 소방대원들이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중 하나인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재난 현장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화재 현장에서 휴대하기 어려운 평판 디스플레이와 달리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형태가 자유롭게 변화해 의복이나 장비에 부착할 수 있다. 현재 소방대원들은 무전기나 개인 전화로도 소통할 수 있지만 재난 현장 전반에 대한 정보는 차량에 부착된 태블릿을 중심으로 공유한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면 차량이 아닌 소방대원을 중심으로 정보를 신속히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디스플레이로는 소방대원의 위치와 신체 정보, 현장 상황이나 구조 현황 등 실시간으로 파악되는 시청각 정보를 쉽게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다. 소방대원이 휴대하는 산소통 등 각종 장비를 관리하고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디스플레이를 다루는 방법도 새롭게 디자인했다. 장갑을 벗고 화면을 터치하는 대신 수직으로 눌러 가해지는 압력에 따라 서로 다른 화면을 불러온다. 착용 형태에 맞춰 디스플레이 레이아웃이 바뀌기도 한다.

 

기술의 특성에 기초한 문제해결

정 교수는 연구팀과 함께 근미래에 상용화 가능한 신산업 기술에 주목했다. 작품의 기반이 되는 기술은 (주)LG디스플레이가 연구 중이다. 그러나 고도화된 기술이 개발됐다고 해도 대중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수용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사용자 경험 디자인(UX) 연구자들은 신기술을 어떤 산업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야 사용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킬지 고민한다.

사용자뿐 아니라 기술에 대한 분석도 필수적이다. 기술의 특징을 고려해 디자인에서의 응용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잡아당기고 구기고 접고 누르는 방식의 자유로운 형태 변형이 가능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사물이나 인체에 적용해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해 보기 적합했다. 정 교수는 이런 특징이 어떤 산업의 어려움을 적확하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재난 현장의 장비로 디자인했다.

 

우리가 그리는 미래가 현실로

연구팀이 수상한 iF 디자인 어워드 Professional Concept 부문은 지금 당장이 아닌 향후 2~3년 내에 출시될 제품을 대상으로 한다. 참가자들은 해당 기술의 발전이 미래 사회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을지를 소개했다. 정 교수는 “이 분야는 잘못하면 마술 같아진다”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경계하고 구현 가능한 미래를 디자인하기 위해 기술적 특성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과 사용자를 정확히 이해하면 우리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겠더라고요.”

기술이 완성되고 제품이 출시된다고 해서 소방대원들의 업무 환경이 금방 개선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더 나은 제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제안하는 것은 필요하다. 정 교수는 “모든 현장에 보급되기 어렵더라도 특수한 현장에서부터 단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새로운 방식에 대한 제안이 계속되면 향후 소방대원과 구조대원 안전을 위한 기술과 제품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디자인한 미래는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와 있다. 정 교수가 2015년 차세대 디스플레이 중 하나인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연구할 때는 ‘이게 진짜 가능한가?’ 혹은 ‘비싸서 일반인들은 못 쓸 것이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2019년 폴더블 스마트폰이 출시됐고 지금은 학생들까지도 흔하게 사용한다. 정 교수는 반신반의했던 연구들이 시간이 지나고 실제로 구현됐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의 미래를 디자인해 나가는 것이죠.”

 

◆프로토타입: 사용자에게 테스트해 보기 위한 제품의 시뮬레이션 또는 샘플 버전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