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대하는 일이든, 연기든 항상 진심으로 해야죠.

 

경력 단절이 된 주부 차정숙이 레지던트 과정에 도전하는 의학 드라마 ‘닥터 차정숙’(2023)의 숨은 주역이 있다. 주인공 차정숙의 고등학생 딸 이랑 역을 맡은 배우 이서연(사복⋅22)씨다. 본교에 합격한 뒤 공부와 연기를 병행하며 ‘갓생’을 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바쁜 일정에도 밝게 인사하며 인터뷰에 응한 그는 연기뿐 아니라 학교생활과 자신의 삶에도 늘 진심이었다.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이랑 역을 맡은 배우 이서연씨.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이랑 역을 맡은 배우 이서연씨. 이승현 사진기자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까지

이씨는 어렸을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며 남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했다. 배우가 되고 싶어 꾸준히 오디션을 봤고, 중학교 1학년 때 영화 ‘우리들’(2016)로 데뷔했다. 배우 활동을 이어 나가면서도 배움에 대한 열망은 놓지 않았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다.

사람들과 함께하고 나누는 것을 좋아했던 이씨는 처음엔 유치원, 초등학교 선생님을 꿈꿨다. 그러다 지적장애인 삼촌의 삶을 옆에서 바라보며 “사회적 약자들이 소외되고 배제되지 않는 삶”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고, 꾸준히 노력해 본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합격증을 받아 든 뒤에도 이씨는 연기 활동을 이어 나갔다. ‘닥터 차정숙’에서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 거침없이 저항하는 딸 ‘이랑’ 역을 맡았다. 고등학생 역을 연기하며 아역 이미지가 굳어질까 망설였지만 드라마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역할이라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 이랑은 부모의 갈등 상황에서도 가만히 지켜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인물이다. 그는 “주인공 옆의 부수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아역이 아니라 강한 인상을 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해 맡게 됐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해왔지만 이번 촬영 현장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씨는 “연기 경험이 훨씬 많은 선배들이 현장에서 보고 계셨다”며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데 촬영 시간은 한정돼 있어 힘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눈물 연기를 하는 장면에서는 여러 번 다시 촬영했지만 원하는 대로 연기가 되지 않아 당황했던 적도 있다. “눈물 한 방울이 딱 떨어졌으면 좋겠는데 나오지 않았어요. 카메라는 계속 돌아가는데 못하니까 압박이 심해져서 못 울겠더라고요.” 다행히 현장에 있던 배우의 격려로 다시 감정을 잡고 연기했지만 아찔했던 경험이다.

지방 촬영 시에는 의상을 챙겨야 할 때도 있고, 한 장면을 다른 구도에서 여러 번 촬영할 때는 머리카락 위치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는 “신경 쓸 게 많은 촬영장에서 한 배우로서의 몫을 해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학교생활과 연기, 다 잘 해내고 싶어요

배우 활동과 학생의 역할을 병행하는 데서 오는 부담도 컸다. 드라마 촬영은 끝났지만 새 작품을 위한 오디션과 수업, 팀 과제를 모두 해내야 했다. 시간이 부족해 좌절하기도 했다. 틈틈이 공부하기 위해 중앙도서관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지만 “체력적으로 힘들어 몇 번이고 졸다가 시험을 망쳤다”고 얘기하는 표정에서 아쉬움이 묻어났다. 이씨는 “너무 욕심부리는 건지, 나를 과신한 건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이씨는 연기를 놓지 않는다. “앞으로 계속할 일이자 재밌는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가지만 연기는 그가 감정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무대다. “연기는 감정의 분출구예요. 특히 힘들 때 우는 연기를 해야 되면 ‘가서 울고 오자’는 생각으로 참았던 감정을 다 쏟아내고 와요.”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인물이 돼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그는 “맡은 배역의 인물로서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는 게 신난다”고 말했다. 연기하며 느끼는 새로움은 이씨가 연기를 계속하는 원동력이 됐다.

힘들지는 않냐는 질문에 이씨는 “그래도 감당해야죠”라며 웃었다. 빽빽한 일정 사이에서 그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여러 가지 일이 겹쳐서 힘들 땐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지를 우선으로 고려한다. 인터뷰 같은 일정이 팀 과제와 겹쳐도 피해가 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팀 활동을 우선한다. 그렇게 우선순위를 정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하나씩 일을 끝낸다. 이씨는 “힘들어도 촬영한 작품을 많은 사람이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짧고 굵게보다 길게 꾸준히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이랑 역을 맡은 배우 이서연씨. 그는 배우와 학생으로서의 역할을 병행하며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이랑 역을 맡은 배우 이서연씨. 그는 배우와 학생으로서의 역할을 병행하며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현 사진기자

촬영장에서 이씨는 끊임없이 성장하는 배우다. 촬영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선배들의 연기를 보며 배운다. 이씨는 “인물을 생생히 표현하기 위해 대본에 없는 소품을 가져오는 등 세세한 연기를 보면서 깨달은 게 많다”고 말했다. 이랑 역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서 성장 배경과 이랑이 가진 생각, 감정까지 추측하며 대본에 보이지 않는 빈 부분을 채우려 노력했다.

그는 스스로를 ‘솔직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배우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솔직함과 진심이다. 이씨는 “피곤하고 지치면 주변 사람들을 챙기기 힘들 때도 있지만 그건 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대하거나 연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진심으로 임하는 거예요.”

솔직하고 열정적인 그의 모습은 앞으로의 포부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오래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잠깐 확 떴다가 사라지는 배우 말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제 인생을 작품에 다 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그는 최근 “장애인 재활에도 관심이 생겼다”며 연기 활동을 그만두게 되면 재활 학교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꿈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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