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오픈런, 노키즈존, 스쿨존 교통사고, 합계출산율 0.78명. 최근 대한민국의 아동 관련 키워드다. 아이 낳아 키우기 어려운 세상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이들은 병원도, 음식점도, 학교도 마음 편히 누리기 어렵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세상과 아이가 살기 좋은 세상이 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을 아동권리보장원 정익중 원장에게 물었다.

정익중 교수(사회복지학과)가 4월17일 아동권리보장원장으로 임명됐다. 2008년부터 본교에서 아동복지학을 가르쳐 온 정 교수는 3년간 아동권리보장원의 원장으로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아동권리보장원은 2019년 중앙입양원 등 8개의 아동복지 정책 수행기관의 업무를 통합하며 출원한 기관이다. 민간 시설에 흩어져 있던 아동 관련 중앙지원업무를 국가기관이 하나로 통합해 관리하려는 시도다.

4월17일 아동권리보장원장으로 임명된 정익중 교수. 제공=아동권리보장원
4월17일 아동권리보장원장으로 임명된 정익중 교수. 제공=아동권리보장원

휴직하고 아동권리보장원장으로 취임하게 된 소감은

취임 전에는 외부에서 자문하는 역할을 많이 했다. 그동안 외부의 조언자였다면 이제 내부의 실행자로 역할이 바뀌었다. 내부의 실행자가 되고 ‘안 되는 데에는 안 되는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았다. 인력이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그런데도 해결하려 하는 게 원장의 역할이다. 예산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해진 예산 내에서 업무를 효율화하면서 아동 혐오나 차별 같은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은

아동학대와 빈곤은 아동의 가장 큰 위기다. 후속적인 조치로는 해결할 수 없다. 아동학대와 빈곤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아동을 동등한 사람보다는 돌봐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훈육이라는 명목 아래 아동학대가 발생한다. 따라서 아동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 보호, 돌봄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아동을 온전한 권리 주체로 존중하는 것이 법의 목적이다. 인식이 바뀌어 법이 제정되기도 하지만 법 제정으로 인식이 바뀌기도 한다. 아동기본법으로 아동을 동등한 대상이라고 보는 인식이 확산되는 게 아동학대와 빈곤 예방의 시작이다.

 

아동의 권리를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

아동이 더 대접받아야 하는 존재라서 아동의 권리를 논하는 게 아니다. 아동이 권리 주체로서 덜 존중받고 있기 때문이다. 권리 차원에서 아동을 인정하지 않으면 아동은 항상 열등하거나 부족한 존재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아동은 미성숙하지만, 성장 과정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권리 주체임과 동시에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다.

 

출생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아동이 사라지는 세상은 무엇을 의미하나

저출생은 사회의 자살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위기에 닥친 동물들이 출산을 중단하듯 우리 사회에 위기가 왔기 때문에 출산을 중단하는 것이다. 저출생이 발생하는 원인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일자리, 주거, 교육, 돌봄 등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적인 한 방은 없다. 국가의 동시다발적인 지원이 있어야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위기의식에 기반을 둔 접근도 필요하다. 초중고교가 사라지는 것은 지역이 소멸하는 것과 연결된다. 대도시에서도 노인만 남는다면 사회는 지속할 수 없다. 하나의 정책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단 IT 기술로 모은 정보를 충분히 분석해서 근거에 기반한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아동의 삶의 질이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이유는 무엇인가

아동의 삶의 질은 행복과 연결된다. 아이들에게 행복하냐고 물었을 때 행복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 빈곤한 가정의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건 전 세계가 똑같다. 가난하면 욕구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도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부모의 강요로 학원을 가거나 학습 노동이 과도하기 때문일 수 있다. 대한민국 아동은 저마다의 이유로 힘들다.

권리 주체로서 살기 어려운 것도 삶의 질이 낮은 이유 중 하나다. 부모가 동의하지 않아서 병원을 못 가는 아이들이 있다. 정신적으로 힘들면 신경정신과 병원에 가야 하는데 진료 기록이 남는 것을 걱정해 보내지 않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부모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아동 본인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

 

아이를 키우기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 아동을 키우기 좋은 세상은 어떻게 이룰 수 있나

아동 수가 줄어 관련 산업이 축소되고 그로 인해 아이를 키우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진입했다. 아이를 키우기 힘들 때 부모가 받는 스트레스는 가족 관계에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경우 아동학대나 방임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아이들의 위기가 된다.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단순히 돌보는 게 아니라 놀이와 돌봄이 결합돼야 한다. 아이는 놀면서 즐길 수 있고 부모는 돌봄 노동의 부담이 줄어 모두 행복할 수 있다.

 

아동의 출입이 제한되는 세상이다. 아동을 배척하는 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저출생과 아동혐오로 대한민국 전체가 노키즈존이 되게 생겼다. 지금은 아이가 그 대상이지만 누구든 출입을 제한당하는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차별과 배척은 다른 대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노키즈존이 생기는 것 자체를 막았어야 한다. 현재 아이의 출입을 막는 논리는 과거 흑인이나 여성을 배제했던 논리와 같다.

우리 사회가 아동을 더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불편하다는 이유로 아동을 외면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인식 변화는 멀리서 찾을 게 아니다. 스스로 아이들의 좋은 동료 시민이었는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부모가 아동을 가르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이들은 공동체의 배려와 격려 속에서 성장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임기 3년 동안 아동의 권리가 보장되는 이상적인 사회가 실현되기는 어렵다. 다만 아동권리보장원이 아동 문제를 선도적으로 수행하는 공공기관인 만큼 탄탄하게 준비하면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아동권리와 행복을 증진할 수 있도록 조직의 내실을 탄탄히 정비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걸 채우기 위해 비우는 작업도 할 것이다. 현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기관이 있다면 배분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입양특례법 개정안 등 법적 개선 사항이 만들어지면 새로운 역할도 충실하게 이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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