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을 만나기까지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쳐야 한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제작 PD부터 장면을 담아내는 카메라 감독과 대본을 쓰는 방송작가까지. 

그러나 프로그램이 재밌고 퀄리티가 높더라도 인기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 성격에 맞게 주 시청자를 예측하고, 최적의 방송 시간을 편성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편성 PD는 방송국의 ‘큐레이터’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전시에서 작품을 알맞은 자리에 배치하는 것처럼 편성 PD는 방송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배치한다. 타깃 시청자가 유입될 수 있는 시간 편성, 매력도 분석, 가독성 좋은 스크롤 배치 모두 편성 PD의 몫이다. KBS Joy 채널의 편성 PD 정민주(커미·23년졸)씨를 만나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편성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KBS Joy 편성 PD로 일하고 있는 정민주씨. 그는 편성 PD로 일하며 방송 시스템의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KBS Joy 편성 PD로 일하고 있는 정민주씨. 그는 편성 PD로 일하며 방송 시스템의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현 사진기자

 

시청자들의 시간을 사는 일

“엑셀 파일 한 칸이 다른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이 되고, 편성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볼지 추천해 주는 일에서 뿌듯함을 느껴요.”

편성 PD의 하루 일과는 다른 팀보다 일찍 시작된다. 월요일에는 오전8시에 출근해 금, 토, 일 사흘의 시청률 데이터를 정리하고, 그 외의 요일에는 오전8시30분에 출근해 전날의 시청률 데이터를 확인한다. 시청률 높이기를 1순위로 두고 숫자 너머 시청자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시청률 데이터는 KBS Joy 프로그램과 경쟁사 프로그램을 오가는 타깃 시청자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대표적인 지표가 된다. 

분석이 끝나면, 주요 타깃층이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에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프로그램을 배치해 편성표를 만든다. 월 단위로 크게 편성 틀을 만들고 주 단위로 방영될 프로그램을 편성한다.

시청률을 높이려면 프로그램 매력도 분석 역시 중요하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공유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지점, 출연진의 매력, 방송 전체 흐름이나 구성을 바탕으로 매력도를 평가한다. 프로그램의 매력을 분석해 각 프로그램이 강세를 보일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한다. KBS Joy 오리지널 프로그램  ‘연애의 참견’은 웹드라마와 예능이 섞여 가볍게 보기 좋아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에서 강세를 보인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은 사연별로 편집돼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편성 트렌드는 계속해서 변한다. 오후엔 예능을, 저녁엔 드라마를 방송하던 시절은 지났다. 그는 방송사 유튜브 구독자 수를 늘릴지, 채널 시청률을 높일지에 따라 과감히 편성한다.  그는 “CJ ENM의 경우 정규 프로그램 뒤에 10분만 방송하고 유튜브로 전체를 볼 수 있게 하기도 하고, 순위 발표가 필요한 경연식 프로그램은 3~4시간을 편성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KBS미디어센터에서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는 정민주씨. 제공=정민주씨
KBS미디어센터에서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는 정민주씨. 제공=정민주씨

 

콘텐츠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정씨가 처음부터 편성 PD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 처음 입학했을 땐 예능 제작 PD를 꿈꿨다. 그는 대학교 3학년, KBS에서 조연출 겸 디지털 제작으로 인턴을 했다. 그러나 인턴을 통해 경험한 제작 PD는 이상과 너무 달랐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일은 즐겁기보단 힘들었으며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직업이라 느꼈다. 방송국에서 일하고자 했던 그의 꿈을 포기할지 고민하던 중, 그는 하고 싶은 일들을 ‘동사형’으로 정리해 봤다. 단순히 어떤 ‘직업’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정씨가 진정으로 희망하는 ‘일’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고민 끝에 정의한 정씨의 꿈은 콘텐츠를 다루고 채널을 운영하는 일이었다. 그는 영상 콘텐츠를 좋아하며 SNS 채널을 잘 다루는 자신의 강점을 파악했고 이에 적합한 직업을 찾기 시작했다. 제작 PD라는 꿈은 접었어도, ‘PD’라는 직업에 대한 열망은 식지 않았던 정씨는 인턴 시절 우연히 알게 된 ‘편성 PD’에 관심이 갔다.

‘방송국의 큐레이터’ 편성 PD로 일하고 있는 정민주씨.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방송국의 큐레이터’ 편성 PD로 일하고 있는 정민주씨. 이승현 사진기자

 

다채롭게 살고 싶다는 삶의 목표

“고속도로가 아닌 시골의 오솔길도, 후미진 골목길도 걸어보고 싶어요.”

그의 목표에서 알 수 있듯 정씨는 대학 시절부터 하고 싶은 일이면 무엇이든 과감하게 도전했다. 춤을 추고 싶어 사회대 댄스동아리 ‘하이라이트’에 들어갔다. 또한 어릴 적 꿈인 가수로서의 버킷 리스트인 음원 발매를 위해 ‘제1회 이화 IN 스타’에 참가해 대상을 받았다.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음원 발매 경험은 회사 면접에서 그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음원을 직접 제작해 홍보하고 음원 수익을 냈던 경험은 그의 콘텐츠 제작과 활용 역량을 보여줬다. 그는 이를 통해 “어떤 경험이든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 느꼈다.

다채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정씨는 방송국에서도 다양한 도전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편성 PD로서의 목표에 관해 묻자 정씨는 “편성 PD에게는 방송 시스템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며 “미디어 업계에서 한 분야에 매몰된 것이 아닌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전문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에 찬 정씨의 목소리는 그가 미디어의 여러 분야로 진출할 것이라는 확신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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