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냉철하게, 때로는 따스하게 대한민국 수험생들의 멘토를 자처한 유튜버가 있다. 유튜브(Youtube) 채널 ‘보현BOHYEON’의 운영자 남보현(융콘·19)씨다. 남씨는 수능모의고사 팁과 과외 브이로그(V-log) 콘텐츠로 인기를 끌어 2만800명(11일 기준)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시원한 바람이 이화를 감싸던 10일, 본교 잔디광장에서 남씨를 만났다.

 

유튜브(Youtube) 채널 ‘보현BOHYEON’ 운영자 남보현씨. 사진=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유튜브(Youtube) 채널 ‘보현BOHYEON’ 운영자 남보현씨. 사진=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삼수를 하면서 너무 힘들었어요. 전국의 모든 N수생들이 저처럼 힘들지 않길 바라며 수능 관련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죠.”

‘보현BOHYEON’의 주요 콘텐츠는 수능과 모의고사에 대한 조언이다. 남씨는 세 번의 도전 끝에 이화에 오게 됐다. 세 번의 수능을 치르니 그는 어느새 공부법이나 수험 기간 중 필수적인 정신력과 체력 관리에 있어선 전문가가 돼 있었다. ‘수능 전 꼭 알아야 할 것’, ‘삼수생이 감히 조언드립니다’, ‘스터디윗미(study with me)’ 등 자신의 입시 경험을 토대로 한 콘텐츠는 수험생들에게 주목을 받았고 채널은 점차 성장해갔다.

그가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것은 2019학년도 2학기 <소셜미디어콘텐츠제작과유통> 수업에서다. 수업에서 블로그(Blog)나 유튜브를 운영하는 과제가 주어졌고, 평소 유튜브에 관심이 많았던 남씨는 채널을 개설해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일주일에 1개 이상의 영상을 올리는 것이 과제였다”며 “과제로 영상을 만들다 재미를 느꼈고 올리는 영상 수가 많아졌다”고 회상했다.

채널을 운영하며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더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남씨는 어떻게 하면 수험생들의 흥미를 끌고 도움을 줄지가 늘 고민이다. 이를 위해 남씨는 매일 영상에 달린 댓글을 확인한다. 남씨는 “수험생 구독자들이 공부법 영상을 보고 시험 성적이 올랐다고 말해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수능 관련 이슈와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수험생 커뮤니티도 참고한다. 그의 노력에 구독자와 유튜브 이용자들은 반응했다. 6월에는 수능성적표 공개 콘텐츠가 조회수 17만회, 과외 브이로그는 조회수 36만회를 기록하며 인기 유튜버로 급부상했다.

남보현(융콘·19)씨 유튜브 채널 ‘보현BOHYEON’ 영상 캡쳐화면
남보현(융콘·19)씨 유튜브 채널 ‘보현BOHYEON’ 영상 캡쳐화면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들은 남씨가 직접 편집하고 있다. 그는 학과 내 유튜브 동아리 ‘이즈(IZ)’에서 영상편집을 처음 배웠다. 영상편집 프로그램인 ‘프리미어 프로(Premiere Pro)’를 배우고 스마트폰 편집 어플 ‘블로(Vllo)’를 독학했다. 두 가지 프로그램을 함께 쓰니 영상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유튜브를 시작한지 어느덧 1년차인 남씨의 일상은 어떨까. 그의 일상 곳곳에는 유튜브가 스며들어 있었다. 평일에는 ‘이즈’의 부회장을 맡으며 유튜브 체널 ‘IZ이즈’에 올릴 영상을 만든다. 남씨는 “동아리원들과 함께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하고 팀을 이뤄 촬영과 편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는 남씨 유튜브 채널의 인기 콘텐츠인 ‘과외 브이로그’에 나오는 학생의 수업 준비나 고양이와 노는 것이 하루의 전부다.

남씨의 유튜브 채널이 주목받게 되면서 주변의 시선도 달라졌다. 남씨는 “처음에는 유튜버라고 장난스레 놀렸던 친구들이 지금은 인정해준다”고 말했다. 부모님에게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말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부모님의 유튜브 시청기록은 그의 영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남씨는 “부모님의 유튜브 알고리즘에 영상이 뜬 건지, 시청기록에 내 영상이 가득한 걸 보고 충격받은 적도 있었다”며 “요즘은 항상 잘 봤다며 응원해주신다”고 말했다.

남씨는 유튜브를 시작하며 새로운 꿈도 갖게 됐다. 평소 넷플릭스(Netflix)와 웹툰을 즐겨보던 남씨는 ‘미래산업과 관련한 공부를 하고싶다’는 생각에 현재 전공에 입학하게 됐다. 하지만 유튜브를 하기 전까진, 그가 가진 특별한 장래희망은 없었다. 

남보현(융콘·19)씨 유튜브 채널 ‘보현BOHYEON’ 영상 캡쳐화면
남보현(융콘·19)씨 유튜브 채널 ‘보현BOHYEON’ 영상 캡쳐화면
남보현(융콘·19)씨 유튜브 채널 ‘보현BOHYEON’ 영상 캡쳐화면
남보현(융콘·19)씨 유튜브 채널 ‘보현BOHYEON’ 영상 캡쳐화면

유튜브를 통해 수험생들의 멘토가 된 후 현재는 선생님이라는 꿈을 갖게 됐다. 남씨는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요즘은 학생들 가르치는게 재밌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내년 안에 10만 구독자를 갖는 것이 목표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며 악플도 피할 수 없었다. 본인을 비하하는 악플에는 크게 상처받지 않지만, 학교를 비방하는 댓글들은 그를 힘들게 했다. 악플러 고소도 한차례 진행했지만, 익명으로 댓글을 단 악플러는 찾지 못했다. 악플로 힘들 때마다 그에게 힘이 돼 준 건 재학생들의 응원이다. 따뜻한 응원과 관심은 그를 더욱 단단한 사람이 되도록 만들었다.

3년이란 짧지 않은 수험 끝에, 남씨가 도착하게 된 이화는 그가 꿈을 이어갈 수 있게 지지해주는 곳이다. “많은 벗들이 제 유튜브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당장은 구체적인 꿈보다 제가 이화에 와서 선배들에게 받은 도움들을 후배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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