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부쩍 쌀쌀해진 11월, 학보는 신입 기자님들을 맞기 위한 홍보 포스터 촬영을 마쳤습니다. 캠퍼스 곳곳을 누비다 보면 어느새 몸이 서늘해져 겨울이 다가온 것을 체감합니다. 잊었던 계절이 돌아오는 시기, 학생 사회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제55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회 선거가 진행 중인데요. 수업권 보장, 대외이미지 개선 등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제기된 문제들이 공약으로 반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근래에 학내 문제를 다룬 기사를 보면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
삶에 급격한 균열이 생길 때 우리는 충격과 당황으로 우왕좌왕한다. 그리고 기존의 체계로 더 이상 방어할 수 없는 수준으로 균열이 점점 더 깊어지고 확산될 때 공포와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이것을 결정적으로 실감한 계기는 고작 3개월 만에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바이러스가 우리 삶에 전방위적으로 미친 영향력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가를 가르쳐주었다. 사회적으로 기존 질서의 축이 흔들릴 때, 개인적으로 질적인 도약이 나타나는 발달 전환기에, 혹은 살아가면서
영국 마트에서는 어디서든 비건 음식을 찾아볼 수 있다. ‘새우 없는 새우튀김’ 같은 대체육부터 팔라펠을 비롯한 식물성 음식까지. 올해 초,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한 친구는 내게 유럽이 채식 지향의 삶을 위해서 너무나도 좋은 공간이라 말했다. 영국 또한 마찬가지다. 이 나라는 학교 식당에서마저 채식 메뉴를 제공할 정도로 다양한 삶의 방식에 민감하다. 하지만 이들은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잠깐,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고? 재활용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을 먼저 언급하자면 이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이대학보 신입기자로 들어온지 약 11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두 번의 마감만이 남았다. 퇴임을 목전에 둔 나에게 올해 무얼 했냐 물어본다면 단연코 나는 학보로 시작해서 학보로 끝났던 한 해였다고 답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한 해 동안 명함 내밀 만한 활동으로 학보 하나 했다고 한다면 단순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내 주변만 해도 성적 챙기기 바쁜데 저마다 다채로운 활동으로 시간을 지혜롭게 보내는 동기들로 가득하니 말이다.그렇다고 학생과 취재기자라는 두 신분을 오가며 학교생활을 보내는 동안 내게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는 결코 말하기 어렵겠
드라마/나기의 휴식(2019)사회는 자꾸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쉬지 말고 달리라고 다그친다. 게임 속에서 퀘스트를 클리어하듯 사회에서 요구하는 각 단계를 착실히 완료해왔지만, 성인이 된 우리는 여전히 ‘나 자신’을 잘 모른다. 몸과 정신을 혹사해 얻어낸 결과물을 보면 보상처럼 만족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약간의 허탈함과 불안함 역시 찾아온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 걸까?이 물음은 나기라는 여성에게도 주어진다. 나기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 의해 통제된
현 정부는 일자리·주거·교육·복지 등 분야별 맞춤 정책을 통해 청년세대가 직면하고 있는 삶의 문제를 해소하고 미래 희망을 복원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 중 ‘청년도약준비금’은 구직 단념 청년에게 최대 300만 원의 취업준비금을 지원하고, 이와 함께 5개월 동안의 고용지원 프로그램을 맞춤 제공하는 제도다.이는 청년 구직자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일각에서는 단순 현금 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구직 청년에 대한 정부의 현금 지원, 어떻게 생각하나?
아무리 Y2K가 돌아와도, 아날로그가 유행해도 우리는 현재에 머물러 있다. 지금으로부터 딱 11년 전, 처음으로 핸드폰을 가졌었다. 이제는 시간 속으로 사라진 추억의 슬림팬더폰. 그 시절 핸드폰이 으레 그렇듯, 문자와 전화, 유치한 미니게임이 전부였지만 2011년의 12살에겐 첨단의 극이었다. 매일 밤 친구와 몰래 숨죽여 키득이는 전화와 문자의 재미에 빠진 덕분에 늘 배터리와 긴장의 줄다리기를 탔다.학교가 끝나고 마지막 한 칸의 수명이 다했을 때, 나를 구한 건 지겹도록 낡아빠진 아날로그의 산물이었다. 사실 자주 있던 일이었기에 익
한국 내 퀴어 행사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는 서울퀴어문화축제(퀴어축제). 365일 동안 단 하루, 15만 명의 사람들은 대한민국 곳곳에서 갑자기 나타나 반나절의 자유와 혐오 세력의 맹공격을 맛본다. 그리고 또다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자신을 숨기고 어딘가로 사라진다. “이 많은 사람이 다 어디로 가는거야?”통계적으로 인류의 10%는 성소수자라는 글을 읽은 적 있었다. 그렇다면 내 친구 중 몇 명이 자신을 퀴어로 정체화할 수 있는 것일까. 지하철에서 마주친 수많은 사람 중, 자신의 성적 지향성이 사회 규범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사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으로 글로벌 소비재 섹터를 담당하고 있다. 2006년 입사 후 리테일 영업과 외화 채권형 상품 운용을 거쳐, 2016년부터 해외주식 컨설팅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부자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들은 자산관리를 기본 소양으로 여기고, 항상 돈의 흐름을 주시합니다. 참 이상하죠? 자산가일수록 돈을 쓰러 다니고 가난할수록 치열하게 부를 갈구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 반대입니다.지난 16년 동안 투자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자산의 크기와 금융지식이 비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산가들의 관심사는 부동산,
본교 물리학과에서 학부 및 석사과정를 마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 본교에 부임하여 중성자별과 블랙홀의 성질 연구, 중력파 자료 분석 연구를 하고 있다. 과학과 대중 소통, 시각화를 통한 과학 데이터 활용에도 관심이 있다. 2008~2010년 마리퀴리 펠로우십, 2016년 브레이크스루상(라이고과학협력단 공동수상), 2017년 교육부 학술연구지원사업 우수성과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표창 등을 수상했다.이대 교정에서 가장 추억어린 장소를 꼽아보자면 오후 햇살이 어린 중앙도서관 서가이다. 입학하고 한동안은 잊
“행복과 고통이 비례하는 세상, 행복도 고통도 없는 세상. 너는 어디서 살래?”어느 날 친구가 물었다. 나는 일말의 여지 없이 후자를 택했다. 행복은 짧지만, 고통은 길고 또 깊다. 어떤 고통은 마음에 옅어지지 않는 상흔을 남기며 내일로 넘어갈 힘조차 앗아간다. 차라리 나는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싶었다. 불안을 피할 수만 있다면 행복을 팔고 싶었다.하지만 행복도 고통도 없는 세상이란 불가능했다. 산뜻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 쾌청한 하늘, 따스하게 물든 단풍에도 나는 행복했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 가난이 빼앗은 존
'좋아하는 것이 삶을 지탱한다.' 내 주변에는 이 말을 실감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영화를 밥보다 자주 찾는 친구, 책을 달에 열 권은 읽는 친구, 좋아하는 마음이 밥 먹여준다는 친구.나도 그 중 하나다. 나는 좋아하는 게 정말 많다. 쉴 때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냐는 질문을 받으면 고민할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취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 중 무엇을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다.연극과 뮤지컬을 좋아하고, 밤에는 영화관을 자주 찾으며, 종종 드라마를 보느라 밤을 꼴딱 샌다. 집에서는 요가를 하고, 여름에는
아일랜드 코크 UCC 약대에 1학년 재학 중인 신입생 만 28살. 지금의 나를 정의하는 단어다. 한국인의 상식에서는 대학 졸업 후 직장을 다녀야 할 나이건만, 왜 다시 대학으로 향했는지 그리고 또 왜 꼭 아일랜드였는지 궁금하지 않은가?고등학생 시절 나의 1순위 목표는 약대 진학이었다. 당시 약대는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고 대학 2학년 이상 과정 수요(예정)자가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 (PEET)을 응시한 후 오직 편입으로만 입학 가능했다. 분자생명과학부 13학번으로 입학해 2학년 1학기까지 학교를 다니다가, PEET 시험에서 고득점을 하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그간 잘 지내셨나요? 어느덧 고된 중간고사 기간도 끝나고 학기의 후반부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대학보도 3주간의 휴간을 마치고 하반기 발행을 재개했습니다. 오랜만에 독자 여러분을 다시 뵙는다고 생각하니 정말 반갑고, 하반기에는 또 어떤 소식을 전할까 하는 생각에 설레기도 합니다.저는 휴간기간 동안 상반기 활동을 되돌아보며 하반기에 더 발전하는 학보가 되고자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발행했던 신문들을 찬찬히 읽다보니, 계속해서 제 머리 속을 맴도는 의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ㄱ씨는 이렇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지난 여름 한국과 전 세계에 잔잔한 감동과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이 드라마는 기존의 법정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와는 몇 가지 면에서 달랐고 신선했다.우선, 주인공이 변호사인데도 불구하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회적 약자에 속했다. 일반적인 법정 영화의 주인공들은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싸우는 ‘영웅’들인데 비하여, 우영우는 로스쿨을 졸업했는데도 취업을 할 수 없었다. 어떤 법무법인에서 힘겹게 계약직 자리를 얻은 이후에도, 회사 현관의 회전문을 출입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할 만큼,
편집자주|영국 센트럴랭커셔대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이수영 선임기자가 2022-2학기 '이수영의 영국 갈 결심' 칼럼을 제작기간 중 매주 연재합니다. 영국 대학에서의 흥미진진한 일상을 전합니다. “영어 이름은 사대주의의 산물이야.” 한국에서만 자라온 나는 다들 왜 그렇게 기를 쓰고 현지인을 배려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인슈타인을 발음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름까지 만들어가면서까지 ‘배려’할 필요가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국에 와서 ‘외국인’들에게 둘러싸인 지 두 달, 나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이름’을 통해
영화/월드워Z(2013)‘전염병 주식회사’라는 게임이 있다. 내가 전염병이 돼 전 세계 인구를 모두 감염시키고 치료제 개발을 막는다. 결국 세상에 건강한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되고,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면 승리하는 전략 게임이다. 졸업과 출근 사이, 잠깐의 백수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융합보건학과 학생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전공지식을 이용하는 악당이 된 것만 같은 기분도 든다. 한참 이런저런 병원균으로 이 세상을 멸망시킬 궁리를 하다 보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브래드 피트의 나 홀로 좀비 바이러스 역학조사 모험을 담은
편집자주|영국 센트럴랭커셔대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이수영 선임기자가 2022-2학기 '이수영의 영국 갈 결심' 칼럼을 제작기간 중 매주 연재합니다. 영국 대학에서의 흥미진진한 일상을 전합니다. 영어 학원에서나 쓸법한 둥근 테이블과 나이대를 가늠할 수 없는 10명의 학생. 교실이라 불러도 되는지 의문스러운 이 공간에서 교수는 천장에 사진을 붙이며 당부했다. “비싼 등록금을 내는데, 제발 학교를 이용하세요! 스튜디오는 여러분을 위한 공간입니다.” 한국 대학에 비해 작고 시끄러운 분위기는 오히려 학원에 가까워 보인다. 영국 대학이 내게 남
졸업 후 3년째 커머스 회사에서 패션, 뷰티, 매트리스, 안마기 등 다양한 상품을 마케팅하고 있다. 소신 있게 지내온 삶에 큰 파도가 일렁이는 요즘을 공유하고 싶다.초등학생 때부터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엄마는 나에게 나이의 무게를 알려주었다. “이제 고학년이니까 스스로 해야 해.” “중학생이니까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성인이 되고 나선 내 인생의 운전대를 쥐었다. 27세인 나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30세, 40세, 그리고 노년의 삶이 너무나도 궁금하다. 그땐 무엇을 하고 있을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설렘과 두려
이야기를 듣고, 쓰고, 찍는 다큐멘터리스트. 좋은 질문을 던져, 세상에 흩어져 있는 이야기를 엮어내고 전달하는 일이 좋아 다큐멘터리 PD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으며 콘텐츠 기획자로, 때로는 브랜드 콘텐츠 전략가로 하는 일이 확장됐다. 다큐에세이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를 썼다. 본교 영어교육학과를 2012년에 졸업했다. 얼마 전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비포 선라이즈’를 봤다. 1996년에 개봉한, 100분 내내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비엔나를 배경으로 단 한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