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지난 여름 한국과 전 세계에 잔잔한 감동과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이 드라마는 기존의 법정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와는 몇 가지 면에서 달랐고 신선했다.

우선, 주인공이 변호사인데도 불구하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회적 약자에 속했다. 일반적인 법정 영화의 주인공들은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싸우는 ‘영웅’들인데 비하여, 우영우는 로스쿨을 졸업했는데도 취업을 할 수 없었다. 어떤 법무법인에서 힘겹게 계약직 자리를 얻은 이후에도, 회사 현관의 회전문을 출입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할 만큼, 남을 돕는 것은 커녕 자신의 앞가림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실, 변호사라는 직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것은 특출난 법률 지식이 아니라, 소송을 의뢰한 고객들 그리고 회사 동료들과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는 소통 능력이다. 그래서 현실의 한국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아직 한 명도 없고, 외국의 경우에도 이런 장애를 가지고서 변호사가 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미국에는 적어도 3명의 변호사가 있다고 한다. 동아일보, 2022. 7. 23 기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 자폐 변호사 현실서 가능할까?”).

물론 우리나라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아닌, 시각 장애를 딛고서 변호사와 판사로 일하는 분들이 있다. 한국 최초의 시각 장애인 변호사인 김재왕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장애는 손상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이야기를 했다(한겨레신문, 2015. 11. 3 기사, “시각장애 지닌 내가 약사는 못되고, 변호사 된건…”). 약대 진학을 포기할 때에는 응시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서 그랬다면, 로스쿨 진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을 볼 때에는 음성형 컴퓨터가 제공되었기 때문에 적어도 응시는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결국 ‘장애’가 문제가 아니라, ‘환경’이 관건임을 김 변호사는 깨달았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뜻을 같이 하는 다른 변호사들과 함께, 장애인들을 위한 환경을 개선하는 공익적 활동을 활발하게 해 오고 있다.

결국,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이긴 하지만, 드라마 속의 우영우는 자신의 장애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떳떳하게 이야기하면서, 겸손하지만 당당하게 편견과 맞선다. 첫 재판의 모두진술(冒頭陳述: 사건의 개요를 간략하게 처음 말하는 일)에서 우 변호사는 재판정에 온 모든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변호사가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는 것은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재판에서라면 있기 어려운 일이다.

“양해 말씀 드립니다. 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어,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만은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드라마가 주는 또 하나의 신선함은, ‘형법’이 아니라 주로 ‘민법’의 문제들을 다룬다는 점이다. 기존의 법정물들은 대부분 범죄 사건의 재판, 즉 형사 재판을 소재로 해 왔다. 주인공이 변호하는 피고가 정말로 진범인지에 대해서 집중하는 범죄 드라마의 성격이 부각되다 보면, 정작 중요한 법적인 문제들은 간과될 때가 많았다.

그러나 드라마 우영우는 대부분의 에피소드에서 민법 문제를 소재로 다루었다. 제1편에서 우영우 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핵심을 봐야 돼요. 핵심은 민법에 있습니다.”

제1편은 얼핏 보기에는 전형적인 형사 사건을 다루고 있다. 70대의 할머니가 남편의 이마를 다리미로 때려서 남편이 뇌출혈로 입원한 사건이었다. 검찰은 할머니를 살인 미수 혐의로 기소했고, 상사인 선임 변호사는 이 사건을 우영우에게 맡기면서 “집행유예를 받으세요.”라고 말한다. 실형(즉, 실제로 집행이 되는 형벌)이 아니고, 집행유예(즉, 유죄이기는 하지만 집행이 일정한 기간 동안 연기됨)를 받으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 변호사는 핵심이 민법에 있음을 놓치지 않는다. 피고인 할머니 부부는 공무원이었던 남편의 연금과 임대료(다세대 주택은 모두 남편 명의로 되어 있었음)로 생활하고 있었다. 나중에 남편이 사망할 경우 할머니가 살인 미수의 집행유예를 받은 것 때문에 상속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면 생활이 어려워질 것이었다.

이와 관련된 민법의 내용은 이른바 ‘상속 결격’, 즉 상속인으로서의 자격을 상실시키는 제도이다. 이에 관해서는 민법 제1004조가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특히 제1호(하나의 조항 안에 여러 항목을 열거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각 항목을 ‘호’라고 부름)의 내용이 문제된다. 이 규정은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한 자”는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의 사건에서 할아버지는 ‘피상속인(자신이 사망함으로써 상속이 일어나게 하는 사람)’에 해당하고, 할머니는 검찰이 기소한 내용에 따르면 ‘살해하려한 자’에 해당한다. 할머니가 살인 미수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형법 측면에서는 집행유예라는 비교적 가벼운 형을 받더라도, 민법 측면에서 ‘살해하려 한 자’로서 상속 결격이 된다. 즉, 할머니는 상속인으로서의 자격을 잃게 되고 아무것도 상속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우 변호사는 살인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주장하고, 상해죄에 대해서 집행유예를 받도록 해 보겠다는 재판 전략을 세운 것이었다. 그때서야 선임 변호사도 자신이 상속 결격의 문제를 간과했음을 깨닫고, 우 변호사가 핵심 문제를 제대로 파악했음을 인정한다.

이후 재판 도중에 할머니의 남편이 사망함에 따라 검찰은 ‘살인 미수(시도하였지만 성공하지는 못함)’에서 ‘살인’으로 공소장(기소하기 위해 검사가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의 내용을 변경한다. 살인 미수만 인정되어도 상속 결격이 되는데, 살인으로 유죄를 받게 되어도 마찬가지이다. 어쨌든 할아버지의 사망으로 인하여, 살인죄에 대해서는 무죄라는 점을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들에게 설득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이때 우 변호사는, 남편을 다리미로 때렸을 때 정말로 남편을 죽이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는지를 할머니에게 묻는다.

죽일 마음이었다면 살인미수죄,

다치게 할 마음이었다면 상해죄,

좀 때려 줄 마음이었다면 폭행 치상죄,

그냥 실수였다면 과실 치상죄입니다.

이어서, 이 드라마 전체를 통하여 필자에게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적이었던 대사가 등장한다.

법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마음에 따라 죄명이 바뀝니다.

사람의 마음은 정말 어렵습니다.

저라면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잘 때

그 사람 눈이 부실까 봐 커튼을 쳐 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소리에 깰까 봐 조심하면서요.

그런 건 죽이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행동 아닙니까?

‘법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우 변호사의 말은 나의 마음을 울리면서 동시에 아프게 했다. 현실 속에서 법은, 그리고 법조인들은 대체로 사람의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음을 내가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말을 할 때에 우 변호사는, ‘법이 사람들의 마음을 소중히 여긴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아마도 그가 맡은 첫 번째 재판이었기 때문일까? 그것은 현실의 냉혹함을 아직 많이 경험하지 않은, 법에 대해서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이 말은 재판을 시작할 때 우 변호사가 이야기한,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과 통한다. 그는 자신이 가진 이 마음이 다른 변호사들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말했지만, 현실의 법조인들은 이 마음을 많이 잃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은 법조인들도 물론 상당히 있겠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법조인들이 진작에 이 마음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있다. 법조인에 대한 국민들의 큰 실망과 분노를 잘 알고 있기에, 법을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우 변호사의 말에 가슴이 답답해질 수 밖에 없었다.

드라마 속에서 우 변호사는 악전고투 끝에 재판들을 이겨 나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처지가 크게 나아지지는 않는다. 그는 시즌 1을 마칠 때가 되어서야 겨우 계약직을 벗어나서 정규직이 되었다. 여전히 힘들기는 하지만 회전문도 혼자서 통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우영우의 분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가 가진 장애의 상태가 나아지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고, 그를 향한 편견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우 변호사가 결코 포기하지 않고 매일매일 자신의 싸움을 버텨 주었으면 좋겠다. 그는 스스로 강자가 아닌 약자이면서 약자를 위해서 싸우는 새로운 법률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가진 장애에도 불구하고 외뢰인들의 고통에 대한 그의 공감 능력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없는 보통의 변호사들보다도 오히려 뛰어났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관계없이, ‘진심으로 법을 사랑하고, 의뢰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우영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젊고 새로운 변호사들이 퀘퀘묵은 우리나라 법조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으면 좋겠다. 엘리트주의와 특권 의식에 찌들어 국민들 위에서 군림하는 법조인이 아니라,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지만 자신과 마찬가지 처지인 다른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해 주고 그들의 권리를 찾아줄 수 있는 젊은 변호사들이 늘어나기를 진심으로 소망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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