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소비자·21년졸) 브랜드 매니저
김수현(소비자·21년졸) 브랜드 매니저

졸업 후 3년째 커머스 회사에서 패션, 뷰티, 매트리스, 안마기 등 다양한 상품을 마케팅하고 있다. 소신 있게 지내온 삶에 큰 파도가 일렁이는 요즘을 공유하고 싶다.

초등학생 때부터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엄마는 나에게 나이의 무게를 알려주었다. “이제 고학년이니까 스스로 해야 해.” “중학생이니까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성인이 되고 나선 내 인생의 운전대를 쥐었다. 27세인 나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30세, 40세, 그리고 노년의 삶이 너무나도 궁금하다. 그땐 무엇을 하고 있을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설렘과 두려움이 가득하다.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본인이 몇 살인데, 몇 년 뒤 나이는 어떤 나이냐고 묻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비슷한 질문을 한 번쯤은 다들 해봤을 것이다. 스물여섯의 나처럼 스물일곱 혹은 신입 사원을 갓 벗어난 직장인의 삶이 궁금한 수현이들을 위해 글을 써 내려간다.

이화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 지 3년. 지금은 브랜드 매니저로서 한 브랜드의 상품 기획에서부터 그 상품이 고객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하고 있다. 마케터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를 때부터 드라마에 나오는 마케팅팀 팀장은 멋있어 보였고, 막연하게 마케터가 되고 싶었다. 경영자의 마인드보다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케터가 되고 싶어 소비자학과에 진학했고, 내 아이디어를 팔아보고 싶어 광고 공모전도 수십 번은 나갔다. 그럼 나는 어떤 회사의 마케터가 되고 싶은가. 스타트업, 대기업 가리지 않고 인턴도 여러 번 해보며 선택지를 좁혔다.

나름 돌다리를 여러 번 두들겨보고 결정한 회사, 직업인만큼 열심히 달렸다.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로 100년 이상 전통을 가진 치약 브랜드 사이에서 출시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치약 브랜드를 브랜드 평판 2위까지 만들 수 있었고, 유명 백화점부터 드럭 스토어까지 여러 유통 업체의 입점 제안까지 받았다. 브랜드와 함께 내가 성장해 나갈 때 가장 큰 성취감을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민이 많다. 매출에 있어 가장 최전선에 있는 마케팅팀인 만큼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끊임없이 스스로 성장하고, 동기를 부여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매일 야근한다. 밤을 새운다. 피곤한 얼굴로 다시 출근한다. 밤 12시 양양 죽도 해변 한가운데에서 와이파이를 찾아다니며 일했고, 자라섬 페스티벌에서 신난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빌며 페스티벌 현장 한가운데서도 일했다. 평생 이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을까? 매일 습득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을까? 나 자신에게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주변 친구들은 연차를 쌓고 이직하거나,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며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한 회사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나는 혹시 정체되는 게 아닌가? 지금이 최선인가? 또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참 어렵다. 졸업하고 취업만 하면 고민은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마냥 신입 사원으로서 귀여움을 받던 시기를 지나고 나니 또 한 번 커리어에 대해 고민할 시기가 다가오는 것이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요새 마주하는 솔직하지 못한 내 모습에 놀랄 때가 있다. 정말 욕심나는 일이 있다면 예전 같았으면 손부터 들고 봤을 텐데 주어진 시간이 한정적이다 보니 기회비용과 리스크를 따지게 된다. 재거나 따지지 않고 감정에만 충실했던 이전과는 달라진 내가 낯설다. 사실 잃을 것도 없는데 혹시나 내 감정이 다칠까 봐, 상처받을까 봐 조심스러워진다.

사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분위기에 휩쓸려 남들이 하는 대로 똑같이 살면 되고, 변한 나의 모습이 어떠하든 간에 받아들이면 끝나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운전하고 있는 나의 길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멋지게 달리고 싶다. 졸업 직후, 이미 비슷한 파도를 한차례 겪었다. 내가 원하는 건 회사의 ‘타이틀’일까, ‘성장’일까.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할까. 그때도 가치관을 찾기 위해 나와 진지한 대화를 매일 나눴다. 치열하게 고민했던 그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불투명하고 막막한 미래가 걱정되지만, 고민의 연속이었던 이 시기가 더 성장한 28살을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출렁이는 파도에 타고 있는 모든 이화인이 함께 파도를 넘어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수현(소비자·21년졸) 브랜드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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