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

부쩍 쌀쌀해진 11월, 학보는 신입 기자님들을 맞기 위한 홍보 포스터 촬영을 마쳤습니다. 캠퍼스 곳곳을 누비다 보면 어느새 몸이 서늘해져 겨울이 다가온 것을 체감합니다. 잊었던 계절이 돌아오는 시기, 학생 사회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제55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회 선거가 진행 중인데요. 수업권 보장, 대외이미지 개선 등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제기된 문제들이 공약으로 반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근래에 학내 문제를 다룬 기사를 보면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 kr)‘이라는 문구가 다수 보입니다. 편집부국장으로서 취재기자님들이 가져오시는 기삿거리를 살펴보다 보면 학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거나 댓글이 많이 달린 글을 기준으로 여론을 판단하는 시각도 보입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닙니다. 학생 여론을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창구가 지금으로서는 온라인 커뮤니티뿐이기 때문입니다. 제53대, 54대 총학생회 건설이 연이어 무산되면서 학생들의 여론은 정식으로 결집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캠퍼스를 부유해야 했습니다. 캠퍼스를 떠돌던 의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로 모이면서 일종의 ‘플로우(flow)’가 되었습니다. 강물이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흘러가듯이 커뮤니티상에서는 논의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흘러갑니다. 플로우는 시기가 바뀔 때마다 되돌아오지만 어떤 타협점이나 해결방안으로 귀결되기는 어렵습니다. ‘이화에 바란다’에 집단적으로 글을 올리거나 ‘TF’를 조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하지만 일시적입니다. 학생 자치가 체계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1650호부터 1652호까지, 이대학보는 서울권 각 대학 언론사들과 공동취재를 진행한 청년정치 시리즈 기사를 3주에 걸쳐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인 1651호에는 청년정치 활동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을 분석한 기사가 발행됐습니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기사에서 다룬 한 청년 취재원은 “지금의 정치는 청년의 목소리가 통하지 않는 불통의 상황”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청년의 목소리는 분명 존재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만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스스로가 속한 공동체를 바꾸고 싶어하고,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이야기합니다. “불통”이라 말할 만큼 답답함도 잘 느껴집니다. 그런데 왜 학생 자치도, 기성 정치도 실존하는 목소리들을 담지 못하는 걸까요. 지금의 청년들에겐 생존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서둘러 경력을 쌓고 취직하고, 사람들로 빼곡히 채워진 사회에서 내 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언제까지고 학생 공동체에 머무를 수만은 없습니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바꾸고 싶은 것은 많지만 신자유주의 체제는 청년들에게 고심하고 의견을 모을 시간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학생 자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전하려는 청년 정치인들에게도 정치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너무나 큽니다.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는 우리의 정치와 일상이 동시에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강물은 흘러가되 결코 마르지 않습니다. 빠듯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합니다. 학생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학생 자치에 뜻을 둔 사람들은 많지 않아도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우리의 강물이 거대한 에너지가 되어 벽을 무너뜨릴 수 있길 바라봅니다. 학보도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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