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만점에 2.1. 숫자의 구성에서 어렴풋이 티가 났겠지만, (누군가의) 학점이다. 학우들의 교환학생 경험을 공유하고, 각자의 배움과 느낌을 자유로이 표현하고자 마련된 본 코너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다소 당황스러운 도입일 것 같다. 졸업 직전 헝가리행을 택했다더니 갑자기 성적 공개? (심지어 당당히 꺼내 보이는 저의가 도저히 읽히지 않는 미천한 점수다.)2018년도부터 이화에 발을 들여 졸업을 한 학기 앞둔 나의 1학년 첫 학기 성적은 4.3 만점에 2.1이었다. 맞다. 너무 재밌는 학기를 보낸 나머지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러울 학
아주 예전 1990년대 초 유학 시절에 다른 한국 유학생들에게서 자주 듣던 질문이 있다. “이 대학교와 도시에서는 장애인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 한국에 있을 때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이 도시가 장애인이 유난히 많은 곳이냐”는 것이다. 물론 그건 아니었다. 그 당시 서울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어느 곳도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나와서 다니는 것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에 또는 시설에, 특수학교 안에만 주로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본교 특수교육과 학부 재학 시절인 1985년경에 장애학생과 함께 어딘가로 이동하려고 택시를 잡으
안녕하세요, 이대학보 독자 여러분.기분좋은 설렘과 긴장을 안고 편집국장으로서 첫 인사를 올립니다. 유난히도 뜨겁던 여름, 독자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지내셨나요?학보의 첫 호는 학기 시작을 알리는 졸업과 개강을 주제로 합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약 2년 반의 재건축 공사를 마친 후 학생 곁으로 돌아온 학관을 함께 담았습니다. 학관은 ‘마법의 화장실’, ‘미로’라 불리는 독특한 건물 구조를 자랑했습니다. 이제 많은 학생들의 추억에 자리하던 그 모습 대신 반짝이는 학관이 우리를 새롭게 맞이합니다. 이번 학보는 옛 기억과 변화를 기록하며,
더위, 습기, 그리고 불쾌지수. 올해 여름은 이 세 개의 단어로만 설명해도 부족함이 없다. 우리가 지나온 그 어떤 여름보다도 덥고, 습 하고, 불쾌했던 여름에 이보다 더 심해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여름은 앞으로의 미래를 보여주는 예고편이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기후 위기를 제시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기후 위기는 물론이고, 현 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연쇄적인 칼부림 사건과 같은 혼란스러운 사회도 모두 올해 여름에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과연 정말 갑작스럽게 일어났을까? 가속화된 기후
“다시 말해 봐. 그거 말 되는데?”공강 시간에 밥을 먹는데 친구가 소속 학과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누구나 무엇이든 조금씩 불만이 있기 마련이고, 친한 친구사이니 지나가듯 하소연한 걸 거다. 하지만 그냥 친구의 푸념 정도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 말 되는 얘기였다. 그러니까 기삿거리를 찾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날 친구에게 무슨 일인지 꼬치꼬치 캐묻고 이걸 주제로 기사 기획안을 쓰기 시작했다.어딜가나 늘 ‘말 되는’ 것들을 찾아다니는 나를 보며 나름 기자가 됐다고 느끼지만 그렇다고 기사를 쓰는 게 쉬워진 건 아니다. 학보에
북유럽의 정서를 보여주는 유명한 사진이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적어도 5미터는 되는 거리를 두고 서 있는 모습. 노르웨이에 산 지 1년이 되어가는 나에게 누가 이 사진이 진짜냐고 묻는다면 아마 맞다고 대답할 것이다.오슬로에서 대중교통을 타면 버스나 지하철 안의 좌석이 꽉 차지 않았더라도 사람들이 자리에 앉지 않고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차가 만원인 경우에만 더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도록 자리를 채워서 앉고 대부분 모르는 사람의 바로 옆자리에는 잘 앉지 않는다. 서로 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이다.노르웨
‘왜 살아야 하는가’삶을 왜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물음표가 머릿속을 가득 채운 시기가 있었다. 수능이 끝나자 매일 하던 공부를 더는 할 필요가 없었고 무얼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동안은 모든 시간을 공부에 쏟기 위해 노력했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기에 갑자기 주어진 너무 많은 자유와 시간은 나를 방황하게 했다. 하나에 집중하는 게 아닌, 공부, 동아리, 인간관계, 진로에 대한 고민, 이 모든 것들을 해야 하는 대학 생활이 버거웠고, 특히나 뭘 좋아하는지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좋아하는
2019년 9월30일, 본지는 이화・포스코관에 자동문이 설치됐지만 여전히 장애학생의 이동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캠퍼스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2022년 11월28일에는 본교 캠퍼스와 독일 마르크부르크의 필립스 대학을 비교하며 시각장애인 유도 블록 부족 등 여전히 존재하는 장벽에 대해 비판했다. 지난 4월20일은 43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었다. 이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대통령실이 있는 4호선 삼각지역에서 출발,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위한 지하철 타기 선전전’을 진행했다. 전장연은 시민의 인식에 대한 변화를 직접적으
영화/빅피쉬(2003)“때로는 초라한 진실보다 환상적인 거짓이 더 나을 수도 있단다. 더구나 그것이 사랑에 의한 것이라면.”윌리엄은 아버지 에드워드와 불편한 사이다. 아버지는 윌리엄이 어렸을 때부터 수십 년 동안 자신의 젊었던 시절에 대한 비현실적인 영웅담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자신의 결혼반지를 집어삼킨 커다란 물고기를 하필 윌이 태어나던 날 잡게 된 이야기부터, 마을에 살던 거인 이야기, 유령마을에서 만난 신발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드넓은 수선화밭을 만들어 청혼한 이야기, 한국전쟁에 참전하
2023년 1학기, 대학 캠퍼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로 가득 차 있다.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웃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배움을 위해 눈을 반짝이며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업하는 즐거움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청년들의 취업과 독립 문제를 다룬 소설을 함께 읽으면서 오늘날 우리가 감내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현실의 고달픔을 누군가에게 표현하지도 못하고 홀로 인내해야 했던 학생들이 자신의 마음을 내보일 때면, 문학 속 현실을 어떻게 재맥락화하고, 학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겨야 할지 다시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 적당히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던 5월도 끝나가고, 캠퍼스의 녹음은 나날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제게는 꼭 영원할 것 같았던 이번 학기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팀 프로젝트며 과제에 시험 준비로 많이 바쁘시지요. 모두 각자의 마무리를 위해 애쓰는 요즘입니다. 이대학보도 1664호를 끝으로 이번 학기 발행을 마칩니다. 저 역시 퇴임을 목전에 두고 비로소 정신없이 달려온 길을 돌아봅니다. 마지막 편집국 칼럼에서는 독자 여러분께, 또 수고한 이대학보 구성원들에게 조금은 개인적인 감회를 나눠볼까 합
“제가 학보사 기자가 된다면 학보에 24/7 매진하겠습니다!”지난 2022년, 이대학보 108기 면접에서 외쳤던 말이다. 차분하게 이어갔어야 할 면접에서 긴장을 주체하지 못하고 내뱉은 말이었다. 면접이 끝나고 낭패였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긴장하지 않으려고 수없이 연습했던 순간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것 같았다. 퇴임을 앞둔 기자가 된 미래의 내가 보면 코웃음을 칠 일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무 살 새내기만 할 수 있는 대사이지 않았을까. 패기 하나만으로 기자 일에 정진하겠다고 한 배짱이 왠지 모르게 눈에 띄었을 것이다.돌
교환학생은 중학생 때부터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외국의 캠퍼스에서 즐기는 대학 생활, 자유로운 분위기와 새로운 경험들, 그리고 매일같이 떠나는 여행!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는 것 자체로도 나에게는 굉장한 모험이자 설렘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이 힘들어지며, 교환학생에 대한 로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올해가 시작하자마자 탄 프랑스행 비행기에서는 프랑스와 관련된 영화들과 드라마들을 보며 떨리는 마음에 잠도 자지 못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의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도착한 첫 주에는 기차에 여권을 가지고
드라마 ‘검법남녀’ 시리즈, ‘소방서 옆 경찰서’ 시리즈, 영화 ‘히말라야’ 등의 각본을 썼다. 본교 국어국문학과를 2000년 졸업하고 영화 제작사 등에서 영화와 TV 드라마 홍보 마케팅 일을 하다가 작가로 데뷔했다. 최근 작업한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 드라마가 8월 방영을 앞두고 있다.실화빵을 사기 위한 줄이었다. 하루의 허기와 고단함을 달래기 위한, 절박한 발길들이었다. 쾅! 하지만, 그들의 아무렇지도 않았을, 아니 어쩌면 조금은 공포에 질려있었을지도 모르는 얼굴들 위로, 포탄이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빵을 사려던
소설/패싱(1929)지난겨울, 모은 돈을 긁어모아 유럽으로 떠났다. 켜켜이 쌓인 매너리즘으로부터 잠깐이라도 좋으니 일단 도망칠 심산으로 여행을 준비하며 챙긴 단 한 권의 책이 넬라 라슨의 이었다. 바삐 지내느라 사두고 읽지 못한 것 중 우연히 손에 잡힌 책이었다.행복했던 여행에서 때때로 움츠려야 했던 이유는 동양인 여성을 대하는 일부의 굴절된 관심과 선입견뿐이었다. 의미 모를 조롱도, 정체성을 넘겨짚는 자연스러운 무례함도, 경멸 어린 시선도 모두 포함한다. 비단 개인의 경험이라기보다 그저 비아시아권을 경험한 수많은 동양인 여
본교 방송·영상학과를 2017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9년 채널A에 입사해 ‘하트시그널3’과 ‘프렌즈’ 팀에서 일했고 2021년 MBC 경력직 PD로 입사한 뒤 ‘나 혼자 산다’ 팀을 거쳐 올해부터 ‘놀면뭐하니?’ 팀에서 일하고 있다.어떤 이야기를 전하면 좋을지 고민에 잠겼다. 예능PD를 간절히 꿈꾸던 시절을 돌이켜보니, 항상 초췌한 몰골로 ‘힘들다’ 이야기하는 그들의 일상이 궁금했었다. 부족한 글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큰 틀에서 보면 콘텐츠 제작이라는 일이 비슷한 맥락 속에 흘러가겠지만,
10일 오후1시, 대동제 첫날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던 중 생활관 근처 쓰레기통이 눈에 들어왔다. 통 하나가 축제 중 야외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감당하고 있었다.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양이 넘친 나머지 바닥에 종류를 가리지 않고 뒤얽혀 있었다. 화단에는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쓰레기들이 줄을 지었다. 바깥에서 학생들끼리 가볍게 먹을거리를 즐기다 보니 일회용품 사용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화기애애한 부스 뒤편의 광경은 조금 충격으로 다가왔다.이상기후가 정말 피부 표면으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17일 세계기상기구
헤어짐은 늘 이런 식이다. 스쳐 지난 이별의 길이를 재면 아마 이 지구 한 바퀴는 거뜬히 돌 텐데 매번 왜 이렇게 낯선지 모를 일이다. 지난밤, 대동제 덕에 쌓인 업무를 끝내고 새벽 1시가 돼서야 택시를 탔다. 다리도 건넜고 이제 집까지는 10분도 채 남지 않았는데 왈칵 눈물이 났다. 어느새 인사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일까. 차창 사이로 부는 바람에 멋대로 울어버리는 꼴이 2000년대 영화의 바보 같은 주인공처럼 촌스러웠다. 책상 위에 어질러진 카메라, 볼펜, 지난주 발행한 학보. 고개 돌리면 보이는 익숙한 얼굴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모두가 힘든 시기였다. 벌써 3년 반 전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1급 신종 감염병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갔을 때 숨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한민국도, 이화도 예외가 아니었다. 질병과 죽음의 그림자가 엄습하는 가운데에서도 비정상의 일상은 서서히 ‘새로운 정상(new normal)’으로 자리 잡아 갔고, 그렇게 삶은 계속되었다.이화역사관과 이화미디어센터가 공동주최한 이번 코로나 수기 공모전은 이화의 학생들이 그려낸 코로나 시대의 소묘다. 거짓말처럼 다시 캠퍼스가 학생들로 북적이며 일
편집자주|비대면 대학생활은 어느덧 과거가 됐다. 그러나 그 시간 겪었던 경험만큼은 그대로 우리의 몸과 기억에 새겨졌다. 이화역사관과 이화미디어센터는 코로나와 함께했던 경험의 의미를 돌아보고 되새겨보자는 의미로 ‘위드 코로나, 위드캠퍼 스: 나의 코로나19 대학생활 수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3월20일부터 4월7일까지 열린 이번 공모전에는 ‘코로나와 대학생활’, ‘코로나학번’, ‘비대면’을 소재로 한 39편의 수기가 접수됐다. 수상자는 8명으로 ▲1등 정은영(커미·21) ▲2등 강채원(국교·20), 김민형(휴기바·20) ▲3등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