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살아야 하는가’

삶을 왜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물음표가 머릿속을 가득 채운 시기가 있었다. 수능이 끝나자 매일 하던 공부를 더는 할 필요가 없었고 무얼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동안은 모든 시간을 공부에 쏟기 위해 노력했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기에 갑자기 주어진 너무 많은 자유와 시간은 나를 방황하게 했다. 하나에 집중하는 게 아닌, 공부, 동아리, 인간관계, 진로에 대한 고민, 이 모든 것들을 해야 하는 대학 생활이 버거웠고, 특히나 뭘 좋아하는지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좋아하는 걸 하는 거 같은 주위 친구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마음이 피폐해지자 자연스럽게 ‘왜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지게 됐다. 다양한 영상과 책을 보았지만 역시 와 닿지 않아 답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에 가까운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각자 삶의 이유를 물었다. 생뚱맞은 질문을 듣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내 진지하게 본인의 생각을 말해주었다. 죽지 못해 산다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산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대답은 하루의 사소한 것들이 자신에게 행복감을 주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침대에 누웠을 때 느껴지는 포근한 이불, 다음날 먹을 맛있는 식사를 상상하는 일, 가족과 함께 재밌는 영화를 보는 시간과 같은 매우 일상적인 일 말이다. 이러한 것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사소하기에 처음 친구의 말을 들었을 때는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작은 것들이 삶의 이유가 될까, 역시 나와는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친구의 말을 곱씹어 보니, 나의 일상에 숨어있던 것들이 점차 보이기 시작했고 그 말이 이해가 갔다. 아침에 마시는 차의 향기, 먹고 싶은 음식을 고민하고 만들어 먹는 시간과 같이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던 아주 작은 일들을 다시 보게 되었고 이러한 것들에 감사함을 느꼈다. 우울은 지속적이지만, 행복은 순간이다.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붙잡아 다시 살펴본다면 그 순간이 행복해지고, 행복해진 순간들이 모여 나의 삶을 구성한다. 삶이 어떠한 목적성이 있기에 살아야 하는 게 아닌,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즐거워서 살고 싶어진다. 매일 미치게 행복할 수는 없지만, 잔잔한 하루 속에서도, 힘든 하루 속에서도, 돌이켜보면 웃음 짓게 하는 것들이 있고, 없다면 그런 것들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 내 생각은 이런 것들이 삶의 목적이자 이유인 것 같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바쁜 일상을 보내며 정신없이 살다 보면 ‘이렇게 사는 게 맞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삶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게 아닌 살아지는 대로 사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들면서 몸과 기분이 가라앉는다. 이런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내던 와중, ‘:어떻게 살고 싶어?’라는 제목의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유튜브의 내용은 여러 사람에게 위 질문을 하고 그 답을 담는 것이었다. 각기 다른 대답들도 인상적이었지만 제목을 보자마자 나에게 던져진 질문을 계속 곱씹느라 내용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지?’, ‘나의 50년 뒤의 모습은 어떨까?’, ‘나는 지금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있나?’ 하는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영상이 끝난 뒤에도 한참을 멍하니 생각했다.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들이었고 지금껏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였다. 하루, 한 달,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봤고 70대가 된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자유롭게 살고 싶다.’라는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일상이 지나치게 고정적이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막으면 굉장한 좌절감을 느꼈다. 나에게 자유롭게 산다는 것이란, 하고 싶은 일을 원할 때 하고, 원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다. 이러한 자유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며, 그것들을 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해내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라는 굉장히 어려운 일을 이뤄내야 한다. 가장 먼저 내가 뭘 할 때 행복해하는지를 찾아내야 한다. 이를 찾기 위해, 오늘도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고 하루를 나의 마음에 들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루를 그저 스쳐 보내는 게 아닌, 오늘 한 선택을 기억하고 좋았던 것은 반복하고 안 좋았던 것은 없앤다. 이게 내가 살아가고 싶은 대로 살기 위해 요즘 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이 글에서 ‘삶’에 대한 2가지 질문을 던졌다. 나뿐 아니라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이 질문들이 전해졌길 바란다. 내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된 계기와 생각을 적어냈으니 이제 당신의 차례이다. 당신은 왜 사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고 싶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은 ‘jimin_k@ewhain.net’으로 보내주신다면 성심성의껏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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