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도록 봤지만 그리울 릴. 제공=김현수씨
지겹도록 봤지만 그리울 릴. 제공=김현수씨

교환학생은 중학생 때부터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외국의 캠퍼스에서 즐기는 대학 생활, 자유로운 분위기와 새로운 경험들, 그리고 매일같이 떠나는 여행!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는 것 자체로도 나에게는 굉장한 모험이자 설렘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이 힘들어지며, 교환학생에 대한 로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올해가 시작하자마자 탄 프랑스행 비행기에서는 프랑스와 관련된 영화들과 드라마들을 보며 떨리는 마음에 잠도 자지 못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의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도착한 첫 주에는 기차에 여권을 가지고 타지 않아 120유로의 벌금을 내기도 했고, 핸드폰 유심 개통은 물론 각종 행정처리를 했다. 게다가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프랑스어로 소통해야 하기에 하루하루 시험을 보는 것 같은 긴장감도 있었다. 처음에는 마음대로 되지 않고 도와줄 사람 하나 없다는 생각에 막막했다. 그러면 교환학생을 온 것을 후회하냐고? 절대 아니다! 이곳에서 보낸 날이 귀국하는 날까지 남은 시간보다 길어진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12시만 되면 마차를 타고 환상적인 과거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교환학생으로서의 한 학기는 짧고 빨랐다. 프랑스에서 생활하면서 얻은 소중한 기억들을 기록하고 앞으로 파견 갈 벗들을 위해 몇 가지 이야기를 전해보려 한다.

 

나 이런 사람이었네?

처음에는 교환학생이라고 하면 누구나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문화를 접하며 ‘새로움’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오히려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혼자 생활하며 내가 어떤 성격이고,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항상 학교-집을 오가며 자취는커녕, 끽해봐야 학교 기숙사에서 한 학기씩 살아봤다. 정해진 틀 안에서만 생활하던 나는 성격 급한 완벽주의자였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훨씬 시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여유 있는 생활을 하며 실수를 해도, 정해진 것이 없어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궁금한 건 바로 물어보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도 하며, ‘에이 어떻게든 해결돼.’라는 말을 하고 있다.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열정 열정 열정!

공부도 열심히 노는 것도 열심히! 물론, 한국에서만큼 공부를 적극적으로 하진 못했지만. 매 순간 다름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프랑스어로 이야기할 기회라면 문법에 맞지 않더라도 우선 말해보았고, 외국인 친구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순간에는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알고자 했다.

또, 여행도 열심히 다녔다. 5개월 안에 벨기에,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3개국과 여러 프랑스 소도시들을 다녀왔다. 심지어 프랑스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함께! 낯도 가리고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은 벗들에게, 꼭 먼저 다가가라고 말하고 싶다. 외국인들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관심이 없고, 우리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 또한, 학교에서 주최하는 파티와 버디(buddy) 프로그램 등에 꼭 참여하기를 추천한다!

 

오로지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여유

해야 할 일들과 선택지가 정해진 한국과는 달리, 교환학생의 시간은 오로지 나에게 달려 있었다.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학기지만 진로에 대한 걱정과 현실적인 고민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일상을 꾸려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프랑스에서의 생활이 더 꿈만 같았다. 물론 프랑스도 사람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불편과 스트레스도 있었다. 일요일에는 영업하는 상점을 찾기가 더 힘들었고, 기차는 거의 매일 지연된다. 하지만, 앞선 칼럼에서 적은 것과 같이, 이는 모두 노동자들에게 진정한 휴식을 주고, 모든 일이든 안전과 여유를 위해 조금씩 느리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덕분에 나도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주어진 시간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현지인처럼 햇살이 좋은 날에는 공원에 몇 시간씩 누워서 보내기도 했다. 다들 시간을 소중하게 사용하기를 바란다.

프랑스에 와서 주변에서 ‘좋아’가 말버릇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행복했다. ‘아... 한국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가도, 길거리에서 눈 마주치며 찡긋 인사하고, 있는 그대로 보는 프랑스인들과 평화로운 풍경을 보면서 언젠가 다시 한 번 이곳에서 살고 싶어졌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 덕분에 값진 경험도 많이 했다. 릴에서 보낸 나의 스물둘은 정말 빛나는 청춘의 한 페이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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