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습기, 그리고 불쾌지수. 올해 여름은 이 세 개의 단어로만 설명해도 부족함이 없다. 우리가 지나온 그 어떤 여름보다도 덥고, 습 하고, 불쾌했던 여름에 이보다 더 심해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여름은 앞으로의 미래를 보여주는 예고편이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기후 위기를 제시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기후 위기는 물론이고, 현 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연쇄적인 칼부림 사건과 같은 혼란스러운 사회도 모두 올해 여름에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과연 정말 갑작스럽게 일어났을까? 가속화된 기후 위기와 연쇄적인 사회적 혼란은 꾸준히 누적되며 몸집을 불리다가 이제야 인지하지 않고 있던 사람들에게까지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최근 우리가 당면한 여러 문제의 공통된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우리가 사회구성원으로서, 또 개인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제시하고자 한다.

몇 년 전부터 여름 장마 기간에 우리는 살림살이만이 아닌, 생사까지 걱정할 정도의 수해를 걱정하게 됐다. 해가 지날수록 불어나는 홍수와 태풍 피해에 모두가 미뤄두던 중요한 주제인 기후 위기를 언급하기 시작 했다. 모두가 손 놓고 애써 언급하지 않던 '기후위기'는 인간이 피할 수 없을 정도가 된 최근에서야 모두의 논의점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그 전부터, 어쩌면 비가시적이던 수많은 기후 위기의 요소들이 쌓이고 쌓여 현재의 결과로 다가온 것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한 과학자들과 시민단체는 1988년 기후 위기라는 단어가 제시됐을 때부터 공식적으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했다. 이렇듯 기후 위기는 오랫동안 늘 우리 주변에 존재해 왔으며, 훨씬 오래전부터 누적 되어 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이번 여름의 끝자락에 연쇄적으로 일어난 칼부림과 같은 사회 안정성에 위협을 주는 일련의 사건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까? 이것 또한 기후 위기와 같이, 모두가 외면하던 잠재적 위협에서부터 자라온 결과물이다. 사회적으로 위협이 되는 사건은 복합적인 이유의 결합으로 인해 나온 결과겠지만, 그중 두 가지 주요한 원인은 사회적 미성숙함의 방치와 미디어의 노출이다.

먼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올바른 길을 확립하지 못 한 상태를 사회적 미성숙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여기서 '올바른 길'이란 사회를 여러 관점에서 들여다볼 줄 알고, 다양성을 수용하며 타인의 권리를 통 해 나의 의무를 인지하는 성숙한 사회적 행위다. 미디어의 노출은 오래전부터 논쟁거리였다. 그중 가장 합의하기 어려운 논쟁은 선정성의 기준을 어떻게 세울 것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실제 모방으로 이어지는지, 콘텐츠 차단의 기준이 어디까지여야 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지의 세 질문으로 꼽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논쟁은 미디어의 등장부터 함께 공존해 왔다. 그러나 미디어가 발전하고, 이용자의 콘텐츠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라 선정적인 콘텐츠에 무방비하게 노출될 가능성 이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앞으로도 높아질 것이다. 앞선 논리에 따르면 이번 연쇄 칼부림 사건은 사회적 미성숙함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방치해 놓은 결과이며, 가장 먼저 일어났던 신림역 사건의 영상 유포를 막지 못하여 사회적으로 미성숙한 이들에게 하나의 교육용 영상으로 제공되었다는 결론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와 두 가지 요소의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고전적인 토론 거리로 여겨지며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우리가 바 라는 명쾌한 답은 얻지 못하고, 사회적 상황에 수렴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 될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쟁점 모두 사회에서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며, 공동선을 추구하는 성숙한 사회를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 여태까지 잘 유지되어 왔다고 해도 사회적 미성숙함과 가 감 없는 미디어 노출의 해결책을 암묵적으로 미룸으로써 생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치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나비효과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다. 올 여름 발생한 사건들의 사후조치는 사회 분위기 자체가 바뀌는, 우리나라에 가장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스스로가 사용하는 언어와 행동을 하루에 몇 번 돌아보는가?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는 경우도 곤란하고, 너무 조심스러운 것도 지친다. 그 중간은 어떠한가? 살아가면서 내가 돌아봐야 할 사안, 그리고 그 사안을 실제로 다시 되돌아보는 용기가 먼저 필요하다. 무언가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나와 그 주변에 있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여러 사건으로 전환기를 맞이하는 우리는 마냥 사회 시스템의 문제에 대 한 불평만으로 허송세월 할 수 없다. 그 혼란 속에서 나를 지키고자 한다면, 되돌아보는 자세를 통해 나와 주변을 더 알아가자. 그리고 옆 사람에게 전달해주자. 이러한 마음가짐은 결국 개인을 견고하고 단단한 사회구성 원으로서 성장시켜 줄 것이다. 나를 알고, 상대방을 파악한 뒤 우리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의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지고, 회피에서 벗어나 상식적인 사회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가치라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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