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이화미디어센터주간·백옥경 이화역사관장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모두가 힘든 시기였다. 벌써 3년 반 전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1급 신종 감염병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갔을 때 숨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한민국도, 이화도 예외가 아니었다. 질병과 죽음의 그림자가 엄습하는 가운데에서도 비정상의 일상은 서서히 ‘새로운 정상(new normal)’으로 자리 잡아 갔고, 그렇게 삶은 계속되었다.

이화역사관과 이화미디어센터가 공동주최한 이번 코로나 수기 공모전은 이화의 학생들이 그려낸 코로나 시대의 소묘다. 거짓말처럼 다시 캠퍼스가 학생들로 북적이며 일상의 리듬을 회복한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별난 시기를 살아낸 소중한 기록이다. 응모작들은 모두 초유의 사태에 낯설어하면서도 그 안에서 이삭 줍듯 희망을 찾아내고 성장해 가는 젊음을 담고 있었다.

수상작들은 어쩔 수 없이 적응해야 하는 상황을 각기 다른 가벼움과 찬란함으로 그려냈다. 시공간 제약이 없는 인터넷에서 맘껏 유영하고 코로나 학번이 세상을 바꿀 것을 꿈꾸며(강채원) 비대면의 이화도 소중했다(김민형)고 돌아본다. 터널 같은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한층 성장했다(김찬영)고 느끼며 ‘희귀하고 값진 경험(김수연)’ ‘너무 소중한 20대의 한순간(윤다빈)’에 감사한다. 이 상황을 박차고 교환학생에 지원해 인생의 터닝포인트(이보연)를 만들어 냈으며,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어딘가 씁쓸하지만 돌이켜 보면 마냥 씁쓸하지 않은 특별한 다크 초코렛 같은 맛(김민지)’이라는 멋진 은유를 선사하기도 한다.

1등을 수상한 정은영(커미부 21학번)의 ‘줌 아파트 351호에 삽니다’는 줌을 통한 비대면 수업 상황을 유쾌한 은유와 상상력으로 그려냈다. 갤러리 보기 화면을 격자무늬 아파트에 비유해 ‘약간의 어색함이 감돌 뿐 실제 아파트보다 훨씬 따뜻한 곳’이라고 표현하며 ‘언제 ’줌 아파트‘에 살아보고 그 거주 예절을 배우겠나’고 무한 긍정의 톤을 날린다. 진흙 같은 불확실성도 날려버릴 진주 같은 희망과 젊음의 언어가 아닐 수 없다.

박성희 이화미디어센터주간·백옥경 이화역사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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