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 적당히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던 5월도 끝나가고, 캠퍼스의 녹음은 나날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제게는 꼭 영원할 것 같았던 이번 학기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팀 프로젝트며 과제에 시험 준비로 많이 바쁘시지요. 모두 각자의 마무리를 위해 애쓰는 요즘입니다. 이대학보도 1664호를 끝으로 이번 학기 발행을 마칩니다. 저 역시 퇴임을 목전에 두고 비로소 정신없이 달려온 길을 돌아봅니다. 마지막 편집국 칼럼에서는 독자 여러분께, 또 수고한 이대학보 구성원들에게 조금은 개인적인 감회를 나눠볼까 합니다.

좋은 신문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열한 차례의 제작 과정 중 고민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매주 기사의 방향을 논의하고,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문장과 표현을 고르고 골랐습니다. 넓게는 학내언론이 지켜야 할 공정과 중립의 가치를 늘 마음속에 새기려 노력했습니다. 편집국에서 크고 작은 사안들을 결정해야 할 때는 여러 차례 생각을 가다듬었습니다. 융통성 없고 고지식한 편집자로 보일지라도 원칙은 원칙. 항상 완벽한 결정을 내릴 순 없음을 알지만, 적어도 학보에 몸담는 동안은 정도(正道)를 걷는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끊임없이 머릿속 톱니바퀴가 돌아가던 일상에서 곧 놓여난다니. 후련하면서도 어딘가 섭섭해집니다.

복잡한 맥락을 복잡한 사유로써 기사에 녹여내겠다고 한 첫 다짐이 기억납니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마음을 담아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기사가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인문학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인문학도들의 인터뷰까지 곁들여 완성한 기획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지난 호에는 가족돌봄청년의 삶을 들여다보고 사회적 지원의 부재를 문제시하는 기획을 실었습니다. 이번 호에는 감사의 달 기획을 마무리하는 학문관 청소노동자 인터뷰 기사가 발행됩니다. 취재원 분과 여러 번 만나 함께 식사하고 나들이하면서 취재했다고 합니다. 삶의 무게와 소중한 일상을 함께 담으려 노력한 기사에서 김수미 기자의 애정 어린 시선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만하면 초심을 잃지 않았다 할 수 있을까요. 독자 여러분께서 많이 읽고 평가해 주시기만을 바랍니다.

2022년 하반기와 이번 학기, 학보에서 보낸 1년은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청년정치 공동취재단에서 타 대학 기자들과 함께 일했고, 인터랙티브 기획을 처음 진행해 보기도 했습니다. 해외 취재도 다녀왔고요. 능력의 한계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많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치열한 사유 끝에 기사도, 저도 성장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기사를 쓰기 위해선 기자의 의문에 답을 줄 사람들과 현장을 찾아내야 합니다. 저는 일단 직접 가서 부딪혀 보는 행동파였는데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신뢰를 주고받는 법을 배웠습니다. 실패할 때도 있었지만 그 순간도 빠짐없이 제 것이었습니다.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을 안고 떠납니다. 게다가 하나같이 뛰어난 학보 구성원들과 일해본 경험은 한평생 제게 큰 자산이 되어주리라 확신합니다.

‘이화의 한 페이지를 쓰다.’ 신입 기자들이 보고 지원할 이대학보의 새로운 슬로건입니다. 취재기자 시절이 짧았던 저에겐 내심 더 많은 글을 남기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는데요. 이제는 이대학보 웹사이트에 제 이름을 검색하면 기사와 칼럼을 합쳐 간신히 두 페이지가 채워집니다. 처음 발견했을 때 아무도 모르게 얼마나 기뻤던지요. 이제는 학보를 떠나 다른 곳에서 제 글이 들어갈 자리를 찾아보려 합니다. 신입 기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학보에서 써 내려가는 한 페이지는 더없이 귀중한 것이라고, 제가 그랬듯이 동료들과 함께 쓰면서 더불어 성장하는 기회를 얻길 바란다고요. ‘다시 넘겨볼 수 있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그 걸음이 어떤 밴드가 부른 노래처럼 찬란하고 한 점 아쉬움도 없기를. 사랑하던 학보여 안녕. 첫 번째 장을 쓰며 분명 행복했습니다. 저는 이제 두 번째 장으로 갑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