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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두 가지 큰 선택을 했다. 고등학교 입학할 때만 해도 문과로 가겠다고 호언장담했다가 수학 선생님이 좋아 무턱대고 이과로 온 지 벌써 6년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 필자는 졸업을 두 학기 앞둔 수학과 4학년생이다. 6년 전, 문과가 아닌 이과를 택했던 것이 첫 번째 선택이었다. 2013년 5월, 필자는 이대학보 수습기자가 되었다. 언론이 뭔지, 신문이 뭔지도 몰랐다. 한 교양수업에서 이대학보 선배가 들려줬던 학보사의 이야기가 흥미로워 그 날 밤 인터넷에 이대학보를 검색해보았을 뿐이다. 취재라는 것이 재밌어 보였고 학교생활이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다른 고민은 없었다. 이대학보에 지원했던 것이 두 번째 선택이었다. 우리는 하루 동안에도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오늘 밥 뭐 먹지?’, ‘집에서 과제 할까? 열람실에서 하고 갈까?’, ‘오늘 아침 운동을 가지 말까, 그냥 갈까?’, ‘지금 잘까? 조금 있다 잘까?’ 우리는 순간의 선택에 후회하기도 하고, 순간의 선택이 가져다준 뜻밖의 행운에 기뻐하기도 한다. 여러 개의 선택지 중 어느 하나를 택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저녁 메뉴를 고르지 못해 친구에게 대신 정해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필자도 그런 부류의 사람 중 하나다. 늘 밥을 먹을지, 면을 먹을지 고민하고, 한식이냐 양식이냐 갈등한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메뉴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세 번째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2015년이 되면서 무서워졌다. 눈 깜짝할 새에 4학년이 되었기 때문이다. 4학년이 되면서 전엔 없던 취업이라는 고민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서두에서 언급했던 두 가지 선택과는 달랐다. 이번 선택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고, ‘남들보다 뛰어난 나’를 요구했다. 필자는 아직 준비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주변에서 선택을 요구했다. 결정해야 하는데, 선택해야 하는데 ‘대학원 진학’, ‘기자’, ‘은행원’ 등 각종 직업 정보가 적혀 있는 취업 메뉴판을 손에 들고 있던 필자는 올해 초 어떤 것도 택하지 못하고 놓아 버렸다. 그런 와중에 서점에서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이야기」를 발견했다. 책에 필자의 마음을 빼앗은 구절이 있었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 구절이 아직 선택을 하지 못한 우리에게 하는 조언이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도 선택을 하지 못했고, 아직 백지라는 것이 막막하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백지라서 막막한 것이 아니라 백지이기 때문에 종이 안에 어떤 것을 채워 넣어도 괜찮다는 뜻이 된다. 백지 속에 어떤 그림도 그릴 수 있고, 그림이 그려지는 방향으로 선택을 하면 될 것이다. 백지여도 괜찮다는 용기 그리고 나를 믿는 고집이 있으면 된다. 시작은 지금부터니까. 이제 필자에게 세 번째 선택을 할 용기가 생겼다.

상록탑 | 박진아(사회·문화부 부장) | 2015-03-23 19:42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는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마트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우리는 항상 을입니다'라는 문구가 붙어있는 직원실에서 생활하고 벌점 50점이 넘으면 반성문도 써야 했다. 정규직만 바라보며 모든 걸 견뎌왔던 이들은 부당함에 맞서기 위해 투쟁을 시작한다. 영화 의 줄거리이자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영화 는 2007년 이랜드 파업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2007년 7월, 비정규직보호법의 시행으로 2년이 넘게 근무한 계약직 근로자를 무기계약으로 전환해야 하자 이랜드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무더기로 해고해버렸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7년인데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근무하던 20대 비정규직 여직원 권씨가 자살한 일이 드러났다. 권씨는 2년을 근무하는 동안 7번이나 나눠서 계약을 해야 했고 근무 기간 동안 무수한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 정규직만을 바라보며 참아왔지만 24개월의 노동 뒤에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가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4%나 된다.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600만명을 넘어섰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임금 차이도 크다. 정규직의 임금이 월평균 260만원대인데 비해 비정규직의 경우 145만원대에 그쳤다. 비정규직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데 처우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임금 외에 또 다른 차별은 복지 문제이다. 비정규직의 경우 정규직에 비해 퇴직금이나 시간외수당을 비롯한 근로복지도 매우 열악하다. 정규직이 82%의 퇴직금 수혜율을 보인 반면 비정규직은 39.5%에 불과했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사실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라는 교양수업을 듣게 되면서부터이다. 근로기준법부터 근로자의 정의, 채용과 임금에 대한 내용까지 배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동에 대한 기사나 영화에 눈이 가게 되었다. 내가 취업을 눈앞에 둔 대학생이라는 점도 한 몫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내 문제가 되지 않으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잘 보지 못한다. 새내기 시절 학교 벽에 붙은 노동 관련 포스터를 봤을 때도,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투쟁중인 노동자들을 내다볼 때도 무심코 지나쳤다.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 600만 명 중 2030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35%를 넘었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라는 의미다. 얼마 전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는 기사를 봤다. 경제단체들은 '경제 살리기'의 물살을 타고 비정규직 근로기간을 자율적으로 연장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또 지난 달에는 휴일근로 가산임금 규정을 삭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근로’라는 이슈의 당사자가 된 한 사람으로서 머지 않아 스크린에서 근무한지 3년이 되던 날 해고 당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만나게 될까봐 걱정이 된다.

학생칼럼 | 임주연(언론·11) | 2014-11-10 13:51

아스팔트 바닥 곳곳에 사람들의 발에 밟히고 눌려 까맣게 들러붙은 껌을 화판 삼아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 본교 기초교양수업 ‘나눔 리더십’ 시간에 만난 7명의 새내기, ‘껌뱉지말아조’ 팀은 본교 앞거리에 지저분하게 붙어 있는 껌딱지 위에 병아리, 꽃다발 등 알록달록한 그림을 수놓았다. 얼핏 들어서는 이게 어떤 그림인지 상상이 되지 않지만 무심코 지나던 아스팔트 바닥에 그려진 껌그림을 직접 발견하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나눔 리더십 수업에서 만나 이 활동을 시작했다는 이들은 지역공동체를 위한 나눔에 대해 고민하다가 껌그림을 그리게 됐다. 본교 정문에서 이대역 앞으로 이어지는 거리 위에는 껌뱉지말아조 팀이 그린 껌그림 약 100개가 자리하고 있다. 동전 크기의 작은 껌 위에 그린 그림은 상상 이상으로 다채롭다. 이들은 정해진 주제 없이 작은 껌을 도화지 삼아 자신들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자유롭게 그린다. 김태경(국제사무·14)씨는 본교 정문에서 여자 친구를 기다리는 연인들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해 작은 껌 위에 사랑하는 커플의 얼굴을 담았다. 만화영화 ‘겨울왕국’의 캐릭터 ‘올라프’를 좋아하는 고아라(성악·14)씨는 활짝 웃는 올라프의 모습을 껌 위에 그렸다. 권기림(의류·14)씨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껌 위에 노란리본을 그렸다.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은 없지만, 이들이 땡볕 아래서도 즐겁게 그려낸 껌그림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껌그림 활동을 하는 것은 껌뱉지말아조 팀뿐만이 아니다. 교내 캠퍼스에도 이러한 껌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있다. 교내의 껌그림들은 또 다른 나눔 리더십 수업의 활동 팀인 ‘아스팔트 껌딱지(아트껌)’ 팀 학생들과 국내에서 껌그림을 전문적으로 맡아 진행하는 비영리단체 ‘껌그림’ 김형철 대표의 합동 작품이다. 아트껌 팀과 김 대표는 6월8일 ECC 11번 출구 앞바닥에 고양이, 새 등 귀여운 동물을 그린 후 약 2주 후인 6월20일 껌그림을 제거했다. 이들은 아트껌 팀의 노은비(서양화·14)씨가 김 대표가 운영하는 페이스북(facebook) ‘껌그림’ 페이지에 글을 남긴 것을 계기로 함께 활동하게 됐다. 이들은 ‘껌 뱉지 말아요’라고 적힌 푯말을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걸어두기도 했다. 바닥에 버려진 껌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골칫거리다. 딱 달라붙어 있어 일일이 제거하기도 어렵고 제거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지난 2010년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대적인 껌 제거 작업을 위해 미화원 약 3000명을 동원했다. 이렇게 제거 활동을 펼쳐왔지만 서울시내 바닥에는 여전히 지저분한 껌들이 가득하다. 도시의 흉물이 된 껌 위에 아기자기한 그림을 그려 골칫거리 껌을 예술로 만드는 껌그림 활동은 영국의 거리예술가 벤 윌슨(Ben Wilson)이 2004년 처음 시작했다. 그는 자신만의 자유로운 캔버스를 찾던 중 껌을 그 캔버스로 삼겠다는 아이디어에서 껌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동전 크기 정도의 작은 껌 위에 동물부터 영국의 도시 풍경까지 다양한 그림을 담아 페이스북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영리단체 ‘껌그림’의 김형철 대표가 2006년 처음 활동을 시작했다가 2012년부터 본격적인 캠페인으로 확장시켰다. 김 대표는 2006년 ‘버려지는 이기심’이라는 주제로 껌그림 캠페인을 시작해 현재는 껌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이기심에 의해 버려지는 존재인 유기동물을 껌 위에 그리고 있다. 껌뱉지말아조 팀은 껌그림을 통해 공유하는 공간인 ‘길거리’의 의미를 알리고자 했다. 껌뱉지말아조 팀의 이나영(언홍영·14)씨는 “길거리는 누군가에게는 그냥 한 번 지나가는 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위한 공간인 공동의 공간”이라며 “땡볕 아래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이 힘들었지만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 거리 위의 상인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길거리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뿌듯하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러한 껌그림 활동에 대해 본교생들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이지원(방송영상·12)씨는 “껌그림을 발견하고 예뻐서 사진을 찍어서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며 “항상 눈에 밟히던 거무스름한 껌들이 이렇게 알록달록하게 변한 것을 보니 신기하고 껌그림 캠페인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임지영(행정·12)씨는 “껌그림이 바닥에 붙어 있어 쉽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바닥에서 쉽게 눈을 뗄 수 없다”고 말했다. 껌그림 활동이 비영리 활동이다 보니 김 대표는 활동에 필요한 금액을 사비로 충당해왔지만 최근에는 소셜 펀딩을 통해 모금을 하거나 후원을 해주겠다는 단체도 생겼다. 껌뱉지말아조 팀은 수업시간의 활동으로 이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들 역시 사비로 껌그림의 제작비용을 충당했다. 처음에는 팀원 7명만 껌그림을 그렸지만 이들의 모습을 보고 지나가던 행인이나 외국인 관광객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 참여해 점차 그 규모가 커졌다. 껌그림 활동은 단순히 껌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일회성 활동으로 끝나지 않는다. 껌그림은 지나는 사람들의 발에 밟히고 치여 쉽게 더러워지는데 이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와 보수가 필요하다. 껌그림 캠페인을 진행하는 김 대표는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껌그림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대표와 껌뱉지말아조 팀 등 껌그림 캠페인을 하는 사람들은 껌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한 후 일정 간격으로 보수 작업을 해주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껌그림을 제거하는 활동을 한다. 이렇게 제거된 껌그림은 개인이 원하는 경우 가져가기도 하고 김 대표가 가져가 액자로 제작하기도 한다. 그는 이러한 껌그림과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의 사진을 전시하는 ‘껌그림 전시전’을 준비 중이다. 본교의 껌뱉지말아조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나눔리더십 수업이 끝나 활동 기간이 끝났지만 자신들이 직접 그린 껌그림을 제거하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개인적으로 시작한 캠페인이지만 이 활동이 널리 전달돼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뷰 | 양한주 기자 | 2014-09-15 0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