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평가에서 성차별 묻는 대학가··· 본교는 아직
강의평가에서 성차별 묻는 대학가··· 본교는 아직
  • 한채영 기자, 이정 기자
  • 승인 2017.0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 11월 ㄱ씨는 한 교양수업 시간에 교수의 성차별 발언을 들었다. “지위 높은 여자가 지위 낮은 남자와 결혼해주지 않는 것은 여성들이 사회진출을 하면서 생기는 문제”,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너는 된장” 등 도가 지나친 발언으로 화가 난 ㄱ씨는 해당 교수에게 항의 메일을 보내 사과문을 작성하고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해당 교수는 오히려 “그런 (성차별적)의도가 아니었는데 (ㄱ씨가)좀 예민한 반응인 것 같다”라고 답장했다. 

  △여전히 지속되는 강의실 내 성차별 발언 문제

  교수의 성차별 발언을 경험한 사례가 학생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교내 양성평등센터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수업 도중 교수 혹은 강사의 성차별적 언행을 양성평등센터에 신고한 사례는 한 학기 평균 1~2건, 신고하지 않더라도 센터에 상담을 신청해 면담하는 사례는 한 학기 평균 3건이었다. 

  재학생 ㄴ씨는 “지난 학기 교양수업의 교수가 상습적으로 여성혐오 발언을 했다”며 “무분별한 성차별 발언에 대해 제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학생 ㄷ씨는 “남자들은 화장이 진한 여자보다 수수한 여자에게 끌리니까 타대 앞에 수수하게 꾸민 채로 서 있으면 연애할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교수에게 들어 불편했다”고 밝혔다. 

  △타대 10곳 중 6곳 강의평가에 젠더관점 반영 

  교수나 강사의 무분별한 성차별 발언을 검증하고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많은 대학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강의평가에서 학생들에게 피해 여부를 묻는 항목을 추가해 사후대응 차원을 넘어 사건 발생을 미리 막을 수 있는 내부 고발 및 검증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했다. 

  본지 조사 결과 서울 소재 10개 대학(▲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중 성차별 관련 항목을 강의평가에 포함한 학교는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6곳이다.

  특히 성균관대와 한양대는 이번 학기부터 학생들의 강의평가에서 교수의 성차별적 발언, 행동 여부를 묻는 항목을 추가했다. 성균관대는 강의평가에 성차별 관련 항목으로 ‘교수님은 성차별적 언어사용이나 행동을 하지 않으셨으며 학생들의 인격을 존중하였습니까?’라는 질문을 추가했다. 한양대는 ‘강의의 내용 혹은 설명 등이 성차별이나 인종차별 등과 관련된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면 구체적인 내용 및 의견을 작성해 달라’는 주관식 문항을 강의평가에 신설했다. 

  해당 항목을 추가한 이유에 대해 한양대 학사팀 이윤원 대리는 “최근 대학 사회 내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문제라 추가하게 됐다”며 “강의 중 성차별적 요소가 있었는지 학생들에게 물어본다면 강의실 내 성차별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012년 이전부터 관련 항목을 강의평가에 포함해온 중앙대 교무처 관계자는 “강의평가 자체가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공식적으로 평가하는 것이기에 관련 항목을 포함하는 것만으로도 교수들이 언행에 신경 쓸 것”이라며 “학교에서도 성차별 발언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해 오랫동안 유지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강의평가에 포함된 성차별 관련 항목에 대해 해당 학교의 학생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세대 정혜림(영문·15)씨는 “교수가 올바른 젠더 의식을 가졌는지 평가하기 위해 강의평가 항목을 포함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강의실 내 성차별을 근절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용어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거나 질문을 세분화하는 등 개선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성균관대 장새봄(국문·14)씨는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며 “초반에는 실효성이 미미할 수도 있지만 교수들이 주의를 기울이고 절제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본교 강의평가 개선과 더불어 성차별 발언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본교는 여전히 강의평가에서 교수의 수업진행, 강의계획서, 시험과 과제의 수준 등만 묻는 전통적 평가 방식을 고수 중이다. 젠더 관점이 반영되지 않은 강의평가에 대해 몇몇 재학생들은 본교의 성차별 발언 문제 개선 노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박내정(건축·16)씨는 “다른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성차별 발언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접하는데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며 “젠더의식이 높은 본교 특성상 강의평가에 성차별 관련 항목을 넣는 것만으로 실질적인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교무처 수업지원팀 관계자는 “이번 학기는 이미 강의평가가 진행됐기때문에 현시점에서 문항을 변경하거나 추가하기는 어렵다”며 “실효성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강의평가 내 성차별 관련 항목 추가 문제에 대해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대학 사회 내 성차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다만 현재 강의평가 제도상 실질적인 문제 개선과 연결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강의평가 개선과 더불어 관련 위원회나 상담소 확충 등 직접적인 대책을 병행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