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2시 인문관 514호에서 10월1일 저서「차별의 언어」를 출간한 장한업 교수를 만났다. 장 교수는 다문화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이 시대적 변화에 어떻게 발맞춰야 하는지 이야기했다.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7일 오후2시 인문관 514호에서 10월1일 저서 「차별의 언어」를 출간한 장한업 교수를 만났다. 장 교수는 다문화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이 시대적 변화에 어떻게 발맞춰야 하는지 이야기했다.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모든 사람에게는 차이가 있어요. 자신의 차이를 존중받기 위한 전제는 타인이 가진 차이를 존중하는 거예요. 그리고 타인에 대한 질문만큼 자기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져야 해요. 그게 상호문화 교육의 중요한 원리예요.”

10월1일 발간된 도서 「차별의 언어」의 저자 장한업 교수(불어불문학과)는 2009년부터 상호문화 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현재 다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차별의 언어」 역시 다문화 교육에 대한 그의 고찰이 담긴 책이다. 그는 “책을 쓸 때 읽기 쉬울 것, 내용이 흥미로울 것, 마음에 남는 게 있을 것, 이 세 가지를 염두에 뒀다”며 “한국인의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하이데거가 말했듯 언어는 ‘존재의 집’이에요. 한국 사회에 필요한 건 타인의 문화에 대한 지식보단 자기 문화에 대한 성찰이에요. 이를 위해서는 내가 어떤 언어를 쓰고 있는지 분석해야 하는 거죠.”

장 교수는 ‘우리’, ‘국민’, ‘다문화 가정’ 등 일상 언어에 한국 사회의 차별 의식이 담겨있다고 본다. 어원상 ‘울타리’에서 온 ‘우리’라는 표현은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보호막이 되지만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차단막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은 우리 의식이 강하다”며 “우리 엄마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외국에선 나의 엄마(my mother)라고 하지, 우리 엄마(our mother)라고 하면 어색하다”고 말했다.

국민이란 단어도 마찬가지다. 장 교수는 국민 여동생, 국민 배우, 국민 MC 등의 단어를 국가주의의 영향으로 해석한다. 국가주의란 국가의 공동체적 이념을 강조하고 통일, 독립,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그는 책에서 “(‘국민’이란 단어 사용은) 오늘날처럼 모든 국가가 서로 연결되고 민주주의가 확산된 사회에서도 예전처럼 맹목적인 국가주의에 매달리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장 교수는 ‘다문화 가정’에도 한국의 차별 의식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인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로 이뤄진 가정을 다문화 가정이라 한다”며 “다문화 가정을 국제결혼 가정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란 나라 자체가 이미 다문화사회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의 영향을 받아온 한국에서 한국인끼리 결혼한다 해도 단(單)문화 가정이 아니다.

본교 일반대학원에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다문화-상호문화 협동과정’ 주임교수를 맡은 그는 이런 차별을 좁히기 위해 다문화 교육이 아닌 상호문화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다(多)문화는 여러 개의 문화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상호문화는 다른 사람 간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거예요. 다문화 교육은 영미권, 상호문화 교육은 유럽권에서 왔죠. 영미권은 처음 출범할 때부터 다민족 국가였고, 영토가 넓어서 각각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었던 나라예요. 이에 반해 유럽권은 비교적 오랫동안 나름의 정체성이 있던 나라로, 외국인 노동자가 유입되면서 본격적으로 다문화 문제를 고민한 나라죠. 한국은 1990년대부터 외국인이 대거 유입되면서 다문화 문제를 고민하게 됐어요. 따라서 한국은 상호문화 교육이 더 적합합니다.”

장 교수는 상호문화 교육이 차이에 긍정적으로 접근하는 학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차이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한국인과 한국인의 차이, 한국인과 외국인의 차이, 남한과 북한의 차이다. 특히 그는 한국인과 한국인의 차이에 대해 “한국에는 소득 불균형, 교육 불평등, 성 불평등 같은 문제가 있다”며 “이렇게 내부에 차이가 존재하지만 한국은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이 너무 강하다”고 설명했다.

“상호문화 교육은 이런 세 가지 차이에 긍정적으로 접근하려 하는 의도적인 노력이에요. 차이에 긍정적으로 다가가려면 자기에 대한 인식이 전제돼야 해요. 안타깝게도 한국은 다문화 사회라고 하면 자신에 대한 이해는 뒷전으로 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 들어요. 방법이 틀린 거죠. 상호문화 교육은 타인에 대한 질문만큼 많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하는 교육이에요.”

최근 논란이 된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해서도 장 교수는 “이민은 단순히 우연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라며 “범죄가 발생할 경우에도 이를 개인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난민 문제를 다룰 때 두 가지를 먼저 생각해야 해요. 첫째는 한국도 난민으로 많이 나갔다는 것, 둘째는 한국의 난민 기여도가 0%라는 것입니다. 난민이 많이 나갔는데 난민 기여도가 0%라는 건 그만큼 인색한 나라라는 뜻이에요. 물론 난민을 받아들이면 당장 지원해야 하니까 돈은 좀 들겠지만 국제사회가 한국을 다시 볼 수 있어요. 그만큼 국격이 올라가는 거죠.”

교양수업을 통해 상호문화 교육을 학부생에게 가르치고 싶다는 장 교수는 “앞으로도 다문화-상호문화 협동과정을 통해 후학을 양성하고 다문화연구소를 통해 우리가 가진 지식을 사회와 연결할 것”이라며 “한국을 다문화 선진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차별의 언어」 장한업 저, 아날로그(글담) 출판, 2018, P236

「차별의 언어」는 무심코 쓰는 일상 언어 속 사회 차별 의식을 고찰한다. ‘왜 한국인은 ‘우리’라는 표현을 과도하게 사용할까?’ ‘왜 한국을 단일민족이라고 생각할까?’ ‘왜 ‘다문화’와 ‘타문화’를 동의어처럼 사용할까?’ 저자는 독자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책은 ‘우리’라는 말이 그에 해당하는 집단을 울타리처럼 보호하면서도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을 배척하는 단어라고 밝히고, 같은 재외 동포인 조선족은 재중 동포라고 부르지 않는다거나 한국인 결혼이주여성을 ‘베트남 신부’ ,‘캄보디아 신부’ 등 출신국을 강조해서 부르는 차별적인 행태라고 꼬집는다. 우리 곁에 있으면서 ‘우리가 되지 못한 사람들’을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이들과 더불어 잘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한 결과가 녹아 있다.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쉽게 읽을 수 있게 쓰인 이 책은 평소 아무렇지 않게 쓰는 단어를 스스로 반성하게 한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