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자율평가’ 시범 운영 첫 학기, 동기부여·경쟁완화 효과 나타나
‘교수 자율평가’ 시범 운영 첫 학기, 동기부여·경쟁완화 효과 나타나
  • 전혜진 기자, 김수현 기자, 이수빈 기자
  • 승인 2018.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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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학점 신뢰도 하락 우려

지난 1학기 ‘학부 교수 자율평가제’(교수 자율평가제)를 직접 경험한 교수자와 재학생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처음으로 도입된 만큼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수업을 듣고 성적을 받는 입장의 학생들에게 교수 자율평가제는 어떻게 다가왔는지, 또 평가의 주체인 교수자는 새로운 평가제도를 어떻게 느꼈을지 그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그래픽=이유진 기자 youuuuuz@ewhain.net
그래픽=이유진 기자 youuuuuz@ewhain.net

△ 긍정적인 반응 다수, 일부 학점 인플레이션 우려

많은 학생이 교수 자율평가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부분은 사소한 점수 차이로 인해 학점이 갈리는 문제가 완화되고 경쟁이 낮아져 부담이 줄었다는 이유다.

재학생 신단미(사회·17)씨는 “기존의 성적평가 방식은 0.1점 정도의 근소한 성적 차이로도 -, 0, +, 심지어는 알파벳이 갈리는 경우도 허다했다”며 “이번 교수 자율평가제를 통해 극심한 학점 경쟁에서 벗어나 성적을 잘 받기 위한 공부가 아닌 학문의 탐색을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길이 조금은 열린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선아(사교·16)씨는 “교수 자율평가로 절대평가를 경험해보니 점수 기준도 확실하고 그에 따라 내 성적도 예상 가능해지니까 그에 대한 불만도 적어지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상대평가 때처럼 작은 점수차이로 등수가 내려가는 경우가 줄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교수 자율평가가 학업에 동기부여가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다원(한국음악·16)씨는 “교양수업 교수님께서 우리 학교 학생들의 C+는 다른 학교의 A와 B+학점 사이의 점수에 수렴한다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는데, 그만큼 기존 평가방식은 모든 사람이 유독 열심히 하는 우리 학교의 특성에 적합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교수 자율평가를 경험해보니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내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어서 동기부여가 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민주(사회·17)씨 역시 “예전에는 열심히 해도 다른 학생들도 다 열심히 하기 때문에 성적을 받기가 어려워 동기부여가 안 됐는데, 교수 자율평가를 시행하면서 절대평가를 도입한 과목에서는 내가 열심히 해서 주어진 점수를 받으면 되기 때문에 ‘점수 따는 것은 내 몫’이라는 생각이 들어 성적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적을 평가하는 입장의 교수자들도 대부분 교수 자율평가에 만족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 학기 ‘미디어 글쓰기와 스피치’(미글스)를 절대평가 방식으로 가르친 박동숙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는 “상대평가 시절에는 한 학기 동안 열심히 수업을 따라온 학생들에게도 정해진 비율 때문에 적절한 성적을 주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낮은 성적을 줘야 하는 경우도 있어 늘 학기 말이 교수자로서 괴로웠다”며 “특히나 미글스 수업은 시험이 없고 한 학기 내내 수많은 과제를 제출하는 과목이기 때문에 가을학기에도 계속해서 절대평가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랙티브 미디어론’을 강의한 강보라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역시 “요즘 학생들이 학점에 대해 가진 스트레스를 가까이서 지켜봐 온 입장에서, 상대평가가 학생들 간의 관계를 경쟁적으로 몰아갈 수도 있음이 염려되기도 했다”며 “수강생들의 점수 밀도차가 좁고 상향 평준화 되어 있는 등 평소 상대평가의 맹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차에 교수 자율평가제가 시행돼 반가웠다”고 말했다.

교수 자율평가제로 ‘법학개론’수업에서 절충된 상대평가 방식을 취한 도재형 교수(법학과)는 “획일적 기준이 아닌 수강생들의 실제 학업 성과에 맞춰 학점을 부여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특별히 단점은 느끼지 못했고, 2학기에도 같은 평가방식을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학기 ‘스페인어Ⅰ’ 과목에서 큰 틀은 절대평가 방식을 따르고 세부적으로는 절충된 상대평가 방식을 취한 조혜진 교수(인문과학대학)는 “근소한 성적 차로 학점이 나뉘지 않아서 바람직하고, 이로써 학생들을 고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과 교수자 모두 긍정적인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일부는 부정적인 의견과 우려 사항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연(유교·17)씨는 “교수 자율평가제를 시행하면서 지난 학기 학점은 올랐으나 오히려 등수는 떨어진 것을 보고 성적이 상향 평준화 된 것을 느꼈다”며 “성적을 잘 받은 학생이 늘어난 만큼 성적 장학금을 받기는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성적을 잘 받는다는 데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있었다. 김민지(사회·17)씨는 “솔직히 교수 자율평가제의 장점을 느끼지 못했다. 아예 절대평가 또는 상대평가를 시행하면 점수 기준을 알 수 있는데 그 둘을 섞었다고 공지하시니까 성적이 어떻게 매겨지는지도 모르겠고 점수를 받고 나서도 내가 왜 이 점수를 받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학생들은 교수 자율평가로 학점을 쉽게 받는다고 하는데 이전과 비교했을 때 그 점도 잘 모르겠다. 여전히 학점은 경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부의 인식과 관련된 우려도 있었다. 김소희(사회·15)씨는 “개인적으로는 만족하지만, 일부 주변 친구들은 교수 자율평가에 불만족하기도 한다”며 “혹시라도 우리 학교가 학점 받기 쉬운 학교로 인식되거나 그래서 취업을 준비할 때 불이익이나 부정적인 인식을 받진 않을까 걱정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의견을 표한 교수도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ㄱ 교수(전자전기공학과)는 “전자전기공학과의 경우 학과 교수회의를 통해 올 한해 시범시행 기간에는 상대평가 기조를 유지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교수 자율평가가 장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학점 인플레이션으로 본교 학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 자율평가방식은 학생의 학점을 같은 클래스의 다른 학생과 비교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면이 있고 취업이나 진학, 유학 등을 이유로 학점을 올려달라는 학생들의 요청이 있을 때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수 자율평가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시범 운영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교수 자율평가제가 운영됐으면 좋겠냐는 물음에는 거의 모든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우림(사회·16)씨는 “시범 운영 기간이 끝나더라도 교수 자율평가제는 계속 운영됐으면 한다”며 “솔직히 우리 학교가 학점 따기 어려운 학교라고 생각해서 계속 교수 자율평가가 유지돼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에 나갔을 때 다른 학교랑 학점에서 경쟁력이 밀리는 일이 없어질 것 같아서 계속 시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학기 ‘뇌 과학의 주요 발견’ 수업을 가르친 정수영 교수(뇌인지과학과)는 “시범 운영이 끝나고서도 특별한 문제점이 없다면 자율평가제가 계속되기를 원한다”며 “수업 방식이 다 다른 만큼 강의에 맞는 평가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범 운영 이후에도 교수 자율평가가 계속되길 원하지만, 현재 방식에서 일부를 보완했으면 하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연씨는 “과목의 특수성을 반영해서 교수 자율평가가 운영됐으면 좋겠다”며 “예를 들어 사범대의 교직과목이나 우리말과 글쓰기, 나눔 리더십, 고전읽기와 글쓰기와 같은 필수 교양과목은 교수 자율평가제를 시행하고, 일반교양이나 전공은 상대평가로 시행해도 괜찮을 것 같다. 학점이 상향 평준화 되면 우리 학교 학점에 대한 신빙성이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교과목의 특수성을 고려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 역시 “앞으로 수업 자체와 구성원들의 특성에 따라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시범 운영이 끝난 후에는 교수 자율평가제에 관한 전방위적인 의견 수렴을 통해 의사결정이 이뤄졌으면 한다. 학생과 교수자와 학교의 입장 모두 조금씩 다를 것으로 생각하고, 또 거시적으로 평가제는 학교의 대외적인 역량과 연결되는 지점도 있기 때문에 숙고 후에 결정돼야 한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구체적인 향후 평가 방식에 대해 아이디어를 낸 교수도 있었다. ㄱ 교수는 “상대평가를 기본으로 하되, 지나치게 엄격하지 않은 교수 자율성이 부여되는 방식이면 좋겠다”며 “예를 들어 A학점을 받을 수 있는 수강생 비율을 30~40% 이런 식으로 정해 놓으면 점수 차이가 나는 곳에서 적절히 등급을 달리할 수 있다. 또 수강인원이 적은 교과목은 A와 B학점의 비율을 높일 수 있는 등의 방법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교수 자율평가제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표한 도 교수는 “학점 비중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성적 평가 기준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으므로 그와 관련해서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교수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