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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만 가까운 얘기, ‘장애’… “사실 나와 같은 선상에 있어”
2017년 11월 27일 (월) 김승희 기자 dkdlel096@ewhain.net

  장애가 없는 사람들은 장애가 자신과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장애 인구는 약 250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5%다. 즉, 지난 1년 당신이 만났던 사람 20명 중 1명은 장애인이었다. 매일 장애인을 만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혼자서 장애에 대해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학교에서 장애와 관련한 유일한 교양수업 ‘장애와 사회’를 강의하는 박승희 교수(특수교육과)는 21세기를 살아가는 교양인이라면 장애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인이 우리와 아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사실 그들을 알아가는 과정은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또한, “모든 사람이 고유한 것처럼 장애인은 인간이 존재하는 무한한 연속선상에 있는 한 명일 뿐”이라며 “내 존재 자체가 존중받아야 하는 것과 같이 장애인들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직 장애를 고민해보지 않은 이화인에게 장애에 대해 생각하고 가치관을 정립해갈 수 있는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그들도 우리처럼 공부하고 꿈을 이룬다-‘블랙’(2005)

  선천적 저시력을 지닌 박성희(특수교육학 전공 석사과정)씨는 눈이 금방 피로해져 오래 공부하기 어렵지만 뚜렷한 삶의 목표가 있다. 박씨는 “누군가 도움이 필요해 나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그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몇몇 사람들은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공부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도 비장애인과 비슷한 단계를 거쳐 단어를 익히고, 공식을 배우고 문제를 풀어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영화 ‘블랙’의 주인공 미셸은 태어날 때부터 농맹이었다. 미셸에게 소리는 침묵이었으며, 빛은 곧 어둠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공격적인 행동만을 보였다. 아버지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미셸을 짐승처럼 다뤘고 어머니는 미셸의 잘못된 행동을 받아주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8살 미셸에게도 빛을 선물해 준 마법사 데브라이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알파벳은 원래 A, B, C, D, E로 시작되지만 너에겐 B, L, A, C, K로 시작되지. 넌 달라. 넌 다르다고. 네가 다르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해.” 데브라이 선생님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시작점을 가진 미셸에게 일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를 하나씩 가르치기 시작한다. “단어로 날개를 만들겠어요. 나는 법을 가르치겠어요.”

  미셸이 나는 법을 배우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데브라이 선생님은 시간을 달라고 하지만 그의 교육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미셸의 아버지는 그를 쫓아낸다. 그를 쫓아내려는 순간, 미셸에게 단어 ‘W-A-T-E-R’과 함께 깨달음이 찾아온다. “선생님이 W-A-T-E-R을 가르쳐 준 후엔 마치 교향곡을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처럼 세상의 모든 단어를 쓸 수 있었죠” 

  미셸은 이 한 단어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공부하고 대학에 지원한다. 모두 미셸이 입학할 수 없으리라 예상했지만 그는 장애인 신분으로 대학에 입학한다. 그만의 확실한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공부하려는 이유는 당당하게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섭니다”, “꿈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겁니다. 눈이 안 보이는 저도 꿈이 있거든요. 제 꿈은 언젠가는 꼭 졸업하는 거예요”

  수많은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공 끝에 그는 대학 졸업이란 꿈을 이루게 된다. 다른 사람들보다 두 배의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수많은 실패 끝에 몇 번을 떨어져도 다시 올라가 거미는 결국 집을 지었습니다. 개미가 산을 넘고 거북이가 사막을 건넜습니다.” “제겐 모든 게 블랙이었지만 선생님이 블랙의 새 의미를 찾아주셨습니다. 블랙은 성취의 색이자 지식의 색이고 졸업 가운의 색입니다.”

  “‘불가능’은 제가 저 아이에게 가르치지 않은 유일한 단어죠.”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그를 믿어준 선생님은 그에게 끝까지 불가능을 알려주지 않았다. 아무도 미셸이 숟가락으로 밥을 먹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대학을 갈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인생에 불가능은 없었다. 미셸은 마침내 데브라이 선생님이 선물한 ‘날개’로 날 수 있게 됐다.

 

장애인은 부모가 될 수 없나요-‘아이 엠 샘’(2001)

  장애를 가진 사람은 종종 장애를 이유로 그들의 사회적 역할을 부정당한다. 이 중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경우가 바로 ‘부모’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장애인이다.

  영화 ‘아이 엠 샘’은 7세 지능을 가진 아빠 샘과 딸 루시의 이야기다. 샘의 IQ가 70이라는 이유로 루시의 보호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변호사 등을 통해 장애인 부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다루고 있다.

“안녕, 넌 내 딸이야. 난 네 아빠란다.” 루시가 태어나자마자 엄마 레베카는 샘과 루시를 버리고 떠나버린다. 그러나 샘은 루시를 업고 커피숍에서 일하며 자신만큼이나 루시를 사랑해주는 친구 네 명과 아빠 역할을 수행해나간다. 

  하지만 루시는 7살이 되면서 자신이 아빠의 지능을 추월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아빠와 책을 읽으며 자신이 읽을 수 있는 단어도 아빠가 읽지 못하면 자신도 못 읽는다고 하며, 학교 수업 역시 일부러 게을리 받게 된다. 이로 인해 사회복지기관에서 루시의 집을 방문하고, 샘은 아빠로서 양육 능력을 의심받아 둘은 분리된다.

  “샘씨의 지적 능력이 아이를 부양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당신의 지능은 7세입니다. 당신이 아버지가 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뭐죠?” 사회는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진 샘이 아빠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단정 짓는다.

  “심리 치료 중 샘 씨는 가끔 매우 혼란스럽고 무섭다고 했습니다. (양육 중에) 큰 실수를 했거나 큰 실수를 할까 봐요.” 부모라면 당연히 겪을 샘의 고민은 ‘장애인’이기에 겪는 문제로 취급됐다.

  법원의 조치로 루시와 샘은 다음 재판까지 격리된다. 샘보다 자신이 루시를 더 사랑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위탁 부모는 루시에 대한 샘의 사랑이 그 누구보다 크다는 것을 깨닫고 루시를 다시 샘의 품으로 돌려준다. 샘은 계속해서 말한다. “필요한 것은 사랑뿐이에요.”, “지적 능력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과 무관합니다.”

  샘은 ‘루시를 키울 때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가’란 변호사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저요. 아버지로서의 저 자신을 본받고 싶습니다.”

  김지현(특교·15)씨는 “‘장애인이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장애인이 아이를 키운다고?’ 등 장애인 부모의 지능을 이유로 문제 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장애인 문제의 핵심 원인은 우리의 편협한 인식”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조금 느리게-‘허브’(2007)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함일 것이다. 비장애인이 행복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원하는 것을 이뤄나가는 것처럼, 장애인 또한 삶에서 행복의 구성요소를 하나씩 채워나간다.

  올해로 3년째 교내 시설에서 근무하는 안세은(가명)씨는 지적장애 2급이다. 그는 수건 접기, 바닥 닦기 등 주로 단순한 업무를 맡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 안씨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는 창작동요대회 사회를 보는 게 꿈이야. 멋진 모습을 만들기 위해 운동하고, 정확한 발음을 연습하고 있어.”

  안씨가 동요를 좋아하고 정리정돈을 잘하는 것처럼 영화 ‘허브’의 주인공 차상은은 동화를 좋아하고, 선물 포장을 잘한다. “허브 향기가 세상에 퍼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대요.” 꽃집에서 일하는 상은은 허브 포장을 좋아한다.

“잘할 수 있겠어요? 정상인들도 어려워하는데.” 상은이 놀이동산 면접을 보는 영화의 시작에서 면접관이 가장 먼저 한 질문이다. 상은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그를 ‘비정상’으로 분류하는 면접관의 시선은 사실상  사회의 시선과 동일하다.

  상은을 향한 세상의 부정적인 시선에 그는 당당하게 맞선다. “공주들은 행복해 보이지만 자기가 열심히 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동화일 수밖에 없는 거래요. 사람은 스스로 씩씩하게 살 때가 가장 멋진 거라 그랬거든요. 우리 엄마가요.” 면접관의 불편한 질문에도 환한 미소로 웃으며 대답하는 그의 모습은 그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짐작게 한다.

  상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 엄마와 종범이 있다. 종범은 상은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별을 고했지만 사랑을 느끼고 다시 상은과 만난다. 그러나 상은은 종범에게 다른 사람보다 느린 자신이 완전한 어른이 되면 다시 만나자고 말한다. “시간이 많이 지나야 다른 사람들이랑 같아진대요. 다른 사람들이랑 같아지면 그때 다시 만나요. 내 머리가 몸만큼 다 자라면 그때 다시요. 아주 느리지만 그때까지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릴래요.”

  다른 사람들보다 느린 상은이지만,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깊다. 그는 푸른 들판에서 세상을 떠난 엄마의 뼛가루를 뿌리며 말한다. “엄마 칭찬 못 듣는 건 괜찮아. 참을 수 있어. 근데 아직도 아무것도 못 하는 상은이로만 기억할까 봐 걱정이야.” 비록 이제는 엄마가 곁에 없지만,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는 그의 모습이 더욱 빛난다.

  “차상은씨, 오늘부터 바로 일할 수 있나요?” 상은의 행복한 삶은 면접관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는 자신이 원하던 놀이동산에서 일하게 됐다. 매일 챙겨주던 엄마가 없어도 혼자서 삶을 개척해나가는 상은은 마치 허브 향이 세상에 퍼지듯 모두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선물한다. 

 

1. ‘블랙’(2005)

현대판 헬렌 켈러 이야기라고 불리는 이 영화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 농맹인 미셸의 삶을 그려냈다. 미셸 자신조차 희망을 품지 않았지만 8살 때 처음 만난 데브라이 선생님이 그의 삶에 한줄기 빛을 가져다준다. 알파벳 A도 모르던 미셸은 데브라이 선생님을 만나 단어를 알게 되고 나아가 세상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눈을 갖게 된다.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던 미셸은 노력 끝에 장애인의 신분으로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대학에 들어간다. 다른 사람들보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결국 졸업가운을 입은 그는 어떤 삶에도 불가능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2. ‘아이 엠 샘’(2001)

장애인은 부모로서 자격이 없다고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에 맞선 영화다. 주인공 샘은 지적장애로 인해 7살의 지능밖에 갖지 못했다. 그는 딸 루시가 태어나자마자 홀로 아이를 키우게 된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루시가 성장해 샘의 지능 수준을 넘었을 때, 사회는 샘이 아빠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없다며 부녀를 분리시킨다. 그러나 샘이 가진 아빠라는 이름 옆에는 항상 루시를 향한 사랑이 있었고, 루시는 결국 아빠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사회는 장애인을 바라볼 때 그들의 지능적 결함이 아닌 진실한 마음에 초점을 맞춰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3. ‘허브’(2007)

주인공 상은은 후회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20살 성인이다. 나이는 올해로 20살이지만 지적 능력은 7살인 상은은 자신을 아끼고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며 그만의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상은과 단둘이 살던 엄마는 암으로 죽게 되지만 엄마의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은에게는 깊은 내적 성숙을 겪게 된다. 이제는 엄마가 곁에 없지만 상은은 잘하는 것을 연습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사회로 당당하게 나아간다. 장애인은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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