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플이 맺어준 인연, 한-베 유튜버 ‘윤 시스터즈’
팀플이 맺어준 인연, 한-베 유튜버 ‘윤 시스터즈’
  • 김지윤 객원기자
  • 승인 2019.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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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홍대 근처 연습실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 ‘윤 자매’를 만났다. 피아노 담당 박지윤씨(왼쪽)와보컬 담당 당펑아인씨. 김지윤 객원기자 ann5795@ewhain.net
12일 홍대 근처 연습실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 ‘윤 자매’를 만났다. 피아노 담당 박지윤씨(왼쪽)와보컬 담당 당펑아인씨. 김지윤 객원기자 ann5795@ewhain.net

외국인이 다소 서툰 한국어로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2019)를 부른다.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앞에서 걸그룹 트와이스의 ‘Fancy’(2019)에 맞춰 칼 군무를 선보인다. 원곡을 다른 사람이 다시 부르거나 연주한 영상을 ‘커버 영상’이라고 한다. 세계 곳곳에서 올라오는 케이팝 커버 영상들은 유튜브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화에도 케이팝을 커버해 영상을 올리는 유학생 크리에이터가 있다. 베트남에서 온 당펑아인(Dang Phuong Anh·커미·16)씨가 그 주인공이다. 교양수업에서 만난 특별한 인연 박지윤(건반·18)씨와 함께 유튜브 채널 ‘윤 자매 YOON SISTERS’를 운영한다. 구독자는 아직 100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그들에겐 나름의 목표가 있다. 바로 베트남 진출이다. 지난 12일, 윤 시스터즈를 홍대입구역 근처의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삼각대로 고정한 카메라 앞에 ‘윤 자매’채널의 두 주인공이 섰다. 보컬을 맡은 당씨와 피아노 반주를 담당하는 박씨다. 보면대 위, 악보에 써진 제목이 눈에 띄었다.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2017). 박씨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당씨는 노래를 시작했다. 당씨의 한국어 발음은 완벽했다. 가늘고 청아한 미성에는 ‘간드러진다’라는 표현이 딱 맞았다. 파워풀한 목소리의 원곡 가수 에일리와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원곡 버전으로 갈래? 아니면 멜로디를 좀 바꿔볼까?” 박씨는 피아노 전공자다웠다. 건반을 몇 번 두드리고 그 자리에서 곧바로 멜로디를 수정한다. 키를 올리거나 낮추면서 당씨의 음색이 더 돋보이는 멜로디를 찾는다. 어느 정도 합이 맞춰지면 드디어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된다. 카메라의 녹화 버튼이 켜지면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인다. 박씨의 손길에 따라 이내 피아노 반주가 흘러나온다.

‘윤 자매’ 채널의 첫 번째 커버 영상 헤이즈의 ‘내 맘을 볼 수 있나요’(2019) 출처=유튜브 화면 캡처

윤 자매 채널은 이제 막 도약을 시작했다. 구독자는 100명을 조금 넘겼다. 올라와 있는 영상은 총 네 개로 그 중 두 개가 케이팝을 커버한 영상이다. 헤이즈의 ‘내 맘을 볼 수 있나요’(2019)를 커버해 9월15일 첫 영상을 올렸다. 20일 기준 68개의 ‘좋아요’, 912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당씨는 “크게 기대 하지 않았다”며 “보통 페이스북에 사진 한 번 올리면 2~300명 정도 ‘좋아요’를 눌러주니까 영상을 공개하면 그 정도 조회 수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이렇게 되니 기분이 좋기도 하고 놀랍다”고 전했다.

이어 당씨는 ‘윤 자매’ 채널의 탄생 비화를 공개했다. “지난 학기에 처음 채널을 만들고, 과제로 만든 힐링라디오나 브이로그 영상들부터 올렸어요.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큰맘 먹고 카메라도 샀는데 제 마음대로 잘 안 되더라고요. 카메라를 팔아야 하나 생각했죠.” 그러던 중 박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지윤이가 ‘언니 혹시 유튜브 할 생각 있어?’라고 묻더라고요.”

박씨는 클래식을 연주한 지 십 년이 돼간다. 초등학교 5학년, 그가 열두 살이 되던 해에 전공을 피아노로 정했다. “클래식을 꽤 오래 해왔어요. 그러다 갑자기 회의감이 들었죠.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게 연주가인데, 나는 누구를 위해서 연주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 박씨에게 의미 있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클래식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 듣는 게 대중가요잖아요. 마침 (당펑아인) 언니가 본인 SNS 계정에 올린 영상들을 보면서 재능이나 끼가 있다고 생각했고요. 함께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해 제안했죠.” 그렇게 당씨의 한국이름 ‘나윤’과 박씨의 이름 ‘지윤’에서 따온 ‘윤 자매 YOON SISTERS’ 채널이 탄생했다.

베트남 유학생 당씨와 한국 학생 박씨. 다소 특별해 보이는 이들의 인연은 교양수업<미디어테크놀로지&엔터테인먼트산업> 팀플에서 시작됐다. 박씨가 먼저 마음을 열어준 덕분이라고 당씨는 설명한다. 당씨는 “그전까지 팀플은 많이 해봤지만, 팀원들이랑 밥을 먹은 적은 없었다”고 했다. 박씨는 “내가 먼저 ‘배고픈데 밥 먹으면서 회의해요’라고 했다”며 “밥 먹고 나서 팀원들을 내 친구 연주회에도 데려 갔다”고 말했다. “첫 팀플 회의였는데, 완전 어이없었을 거예요.(웃음)”

1월엔 팀원들끼리 당씨의 고향인 베트남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박씨는 “언니네 가족이 초대해준 덕분에, 베트남을 직접 여행하고 모르는 문화권도 알 수 있게 됐다”며 “그때 여행이 정말 재밌었다”고 했다.

당씨의 외로운 유학 생활에 박씨는 단비 같은 존재다. 당씨는 “지윤에게 너무 고맙다”라고 했다. “사실 한국에 와서 한국인 친구 사귀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처음부터 잘 안 되는 거예요. 나중에는 ‘친구 안 만들어도 돼’라고 생각했죠. 지윤이를 만나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팀플 끝나면 헤어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방학에도 계속 연락하고 여행까지 같이 가고… 너무 고맙죠.”

국인 친구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고 하자, 주변 친구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 자매 채널의 구독자 김시우(관현·18)씨는 “팀플을 몇 번 해봤지만, 꾸준히 연락하는 벗도 없고, 특히 유학생 벗이랑은 말도 나눠본 적이 없다”며 “둘의 관계가 신기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구독자 중국인 유학생 상유쉬엔(桑宇轩·커미·16)씨는 “중국에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라는 말이 있는데, 시간, 장소 그리고 같이하는 사람까지 다 맞아야 뭐든 해낼 수 있다는 것 을 뜻한다”며 “이 둘은 천시지리인화가 맞아서 모이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이 둘에 대한 놀라움을 전했다.

윤 자매 채널의 최종 목표를 물었다. 박씨가 “베트남 진출! 목표는 크게!”라고 외쳤다. 케이팝을 넘어 베트남 노래를 커버하는 영상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우리는 특별한 케이스잖아요. 베트남 사람과 한국 사람의 조합. 여기에 영상미도 꽤 공을 들이고 있고…. 베트남 노래를 커버하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