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혼합시험, 개선할 문제들 여전

혼합 수업이 시작된 2학기. 한산했던 1학기 교정과 달리 강의실, 열람실, 도서관 곳곳은 학생들로 북적인다. 전면 비대면 시험으로 진행됐던 1학기와 다르게, 2학기 중간시험은 대면 시험을 권고하되 교수 재량에 따라 대면과 비대면을 혼합해 운영했다. ‘혼합’으로 이뤄졌던 이번 학기 중간시험은 어땠을까.

 

방역지침 지키며 진행된 대면 시험, 공정했지만 불편함도 잇따라

2학기 중간시험이 대면과 비대면 혼합으로 진행됐다. 대면 시험의 경우 공정성은 보장됐지만 지방 거주 학생의 거주 문제 등을 야기했다. 이다현 기자 9421d@ewhain.net
2학기 중간시험이 대면과 비대면 혼합으로 진행됐다. 대면 시험의 경우 공정성은 보장됐지만 지방 거주 학생의 거주 문제 등을 야기했다. 이다현 기자 9421d@ewhain.net

대면 시험은 철저한 방역지침에 따라 진행됐다. 대면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은 발열 체크 거점 장소에서 ‘발열 확인 완료 팔찌’를 강의실 입실 전 착용해야 했다. 강의실에서는 ‘착석 가능 스티커’가 부착된 좌석에 앉아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시험을 치렀다. 대면 시험 방식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은 비대면 시험보다 공정하게 시험이 진행됐다는 의견이다.

ㄱ(생명·20)씨는 법학관에서 교양과목 대면 시험을 치렀다. ㄱ씨는 “1학기는 전면 비대면 시험이었고 대부분이 오픈북 시험이라 편했지만, 시험의 본질은 책을 보지 않고 스스로 공부한 것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부담감을 갖고 공부했지만, 누구의 도움이나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공정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이혜은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역시 대면 시험이 공정성을 보장했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2학기 중간시험을 모두 대면으로 진행했다. 이 교수는 50명이 넘는 수강생의 시험을 위해 2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을 대관했다. 대관 절차는 간단했지만, 넓은 공간을 감독하기 위해 더 많은 시험 감독 조교를 배정해야 했다. 또한 학생들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학생들에게 학생증 지참을 당부했다.

이 교수는 “대면 시험은 모든 학생이 같은 상황에서 본인이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비대면 시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부정행위 및 네트워크 오류 등)을 방지할 수 있다”며 “기말시험 역시 학교의 방역지침에 어긋나지 않는 한 대면으로 진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반면 대면 시험은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거주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김아현(영교·18)씨는 이번 중간시험에서 세 개의 대면 시험을 치른다. 김씨는 지금까지 대면 시험을 치르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 서울과 본가인 대전을 왕복했다. 본가에서 하는 아르바이트와 교육봉사가 있어 대면 시험을 치르는 동안 계속 서울에 머무르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두 번의 시험을 위해 약 12만 원의 교통비를 지출했다. 5일 기준 김씨는 아직 하나의 대면 시험이 남아있다.

비용 부담도 상당하지만, 대면 시험은 김씨의 시간적 여유를 뺏어갔다. 김씨는 “이른 아침에 나가 저녁에 귀가하면 밥도 못 먹고 쓰러지는 것이 일상이었다”며 “1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스크를 벗지 못한 것도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다연(화학생명·18)씨도 대면 시험을 위해 4박 5일을 호텔에서 머물렀다. 지방에서 학교까지 편도 4시간이 걸리는 이씨는 일주일 동안 숙비, 식비, 교통비 등 약 30만 원이 들었다. 이씨는 “대면 시험은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어 좋았지만, 금전적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서버 오류불안정좌충우돌 언택트 중간시험

비대면 시험의 경우 서버 불안정, 세션 만료, 퀴즈 프로그램 오류, 와이파이 문제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다현 기자 9421d@ewhain.net
비대면 시험의 경우 서버 불안정, 세션 만료, 퀴즈 프로그램 오류, 와이파이 문제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다현 기자 9421d@ewhain.net

비대면 시험에서는 서버 불안정, 세션 만료, 퀴즈 프로그램 오류, 와이파이 문제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있었다.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서는 비대면 시험 중에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 하소연하는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ㄴ씨(경제·20)는 전공기초 중간시험에서 줌(zoom) 서버 불안정으로 곤혹을 겪었다. ㄴ씨가 듣는 수업은 수강 인원이 많아, 여러 개의 줌 화상 회의실에 학생들이 배정됐다. 안정적인 서버를 운영하기 위한 방법이었지만, ㄴ씨가 속한 회의실 서버에서 접속이 종료되는 ‘튕김’ 현상이 나타났다.

해당 과목 교수는 줌 채팅방을 통해 ‘줌이 불안정하니 나갔다 들어오라’는 공지를 전달했다. ㄴ씨는 “줌이 강제 종료된 줄도 모르고 시험을 봤다가 교수님께 전화가 오기까지 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ㄴ씨는 줌에서 나갔다 다시 비밀번호와 링크를 입력하고 들어오는 것을 4, 5회 반복해야 했고, 시험 시간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했다.

학생들이 추가 시간을 요청하자, 교수는 형평성 문제로 전체 학생에게 10분을 더 부여했다. 공지를 확인하지 못한 학생들은 바로 시험을 마치기도 했다. ㄴ씨는 “서버에 오류가 난 사이 부정행위가 있을 수도 있고, 학생들이 성적을 중요시하는 전공과목이어서 시험 후 불평이 많았다”고 말했다.

ㄷ씨(호크마·20)는 한 교양수업에서 사이버캠퍼스 퀴즈 형식으로 중간시험을 치렀다. 시험은 40분 제한시간이 소진되는 순간 자동 제출됐다. 시험 중 ‘다음(NEXT)’ 버튼을 통한 문제 이동에서 최소 5초 이상의 지연이 열아홉 차례나 발생해 문제를 빚었다. 시험 시간이 촉박해 로딩이 느려질 때마다 ㄷ씨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ㄷ씨는 “해당 강의가 약 120명 이상의 대형 강의이다 보니, 동시접속자가 많아 생긴 일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자동제출 시간이 되자 ㄷ씨의 화면에 뜬 것은 에러(Error) 창이었다. ㄷ씨 외 다른 수강생들도 같은 오류를 겪었다. 해당 학생들이 마지막까지 풀었던 문제의 답은 저장되지 않았다. ㄷ씨는 마지막 서술형 문제에 써둔 답이 삭제됐고, 몇몇은 검토 차원에서 다른 문제를 보고 있었기에 해당 문제 답안이 저장되지 않았다.

이에 담당 교수는 답안이 사라진 수강생들의 학번, 이름을 채팅으로 보내라고 요청했으나, 아직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지에 관해선 답을 주지 않고 있다. ㄷ씨는 “마지막 문제는 10점 배점이라 0점 처리 당하면 타격이 크다”며 “기술적인 문제로 0점을 받는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대면과 비대면 시험을 병행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성악과의 한 수업에서는 아픈 학생의 경우 비대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했다. 시험은 강의실 앞 프로젝터로 비대면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의 모습을 띄워두고 대면 시험과 함께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교수는 비대면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도 허용했다. 해당 시험을 치른 ㄹ씨는 “‘아프다’는 정확한 기준이 없고, 이를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며 “대면 시험장 학생들을 감독하느라 자리를 비운 학생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혼합 중간시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시험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혼합 체제로 운영되는 시험 방식에 걸맞은 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다연씨는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위한 대면 시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씨는 “지방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비대면 시험이나 과제 대체 방식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 거주 학생을 배려해 대면과 비대면 방식 선호도를 설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2020년 2학기 <동양철학입문> 수업을 진행하는 신상후 교수(철학과)는 대면 시험에 부담을 느낄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시험 방식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시험은 비대면으로 결정됐고, 지방 거주 학생들도 부담 없이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신 교수는 “기말시험 방식 역시 투표를 진행한 뒤에 결정할 예정이다”라며 “온라인 시험 경험이 생겼기에 수강생들이 좋은 제안이나 아이디어를 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대면 시험을 위한 공간 마련도 요구됐다. 비대면 시험과 대면 시험이 같이 있을 경우, 자체적으로 공간이 마련되지 않는 한 학생들은 집중하기 힘든 환경에서 시험을 봐야 한다. 대면 시험과 비대면 시험을 같은 날 응시했던 20학번 ㅁ씨 역시 “학교에 비대면 시험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지정돼 있거나, 비대면 시험 응시가 가능한 학내 공간을 학교 측에서 공지해준다면 학교 지리에 낯선 신입생들도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수가 자체적으로 시험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신 교수는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대면 시험과 비대면 시험이 연달아 있을 경우 시험을 치를 공간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외부의 방해 없이 시험을 볼 수 있는 곳을 마련하고자 강의실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비대면 시험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2020년 2학기 <회계정보원리> 05, 06분반과 <중급회계1> 02분반 수업에서는 학생이 시험 전 직접 서약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서약서에는 비대면 시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 중 허락되지 않은 도움을 주거나 받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속되는 비대면 수업에 본교는 관련 서버를 증설하겠다는 입장이다. 본교는 1학기부터 사이버캠퍼스에 ◆CDN(Contents Delivery Network) 서비스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시험, 과제 제출 등 동시 사용자가 증가할 경우 지연이 종종 발생해 추가 대처를 모색하고 있다. 교육혁신센터는 “2021년엔 사이버캠퍼스 데이터 저장공간 확보 및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신규 스토리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라며 “추후 본교의 온라인 교육 계획에 맞춰 서버 증설이나 클라우드 전환 등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밖에도 비대면 시험 부정행위를 방지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되기도 했다. 한국이러닝개발원의 ‘시큐어브라우저(sBrower)’는 캡처 및 복사 방지, 다중모니터 보기 방지, 윈도우를 숨기고 다른 행위를 막는 포커스 유지 기능 등을 탑재해 부정행위를 방지한다.

 

◆CDN(Contents Delivery Network) 서비스: 용량이 큰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효율적으로 배달하는 통신망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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