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유학생들은] 가깝고도 먼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다
[지금 유학생들은] 가깝고도 먼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다
  • 심지훼 객원기자
  • 승인 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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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에서의 대학생활 힘들어도 버틸 수밖에 없어, 의지할 사람 없고 스스로 자책하기도

<편집자주> 본교에 재학하는 외국인 학생 수는 올해 4월 기준 1743명. 전체 재적생의 약 10%에 달한다. 이 중에 학위과정에 있는 학생은 1041명이며, 중국에서 온 학생이 799명으로 가장 많다. 수업에서, 팀플에서 늘 마주치는 바로 그 유학생들이다.

그러나 유학생은 가깝고도 멀다. 한국 학생들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도 물과 기름처럼 좀체 섞이기 어렵다. 갈등도 적잖다. 무엇보다 유학생의 고충을 가까이서 듣기는 더욱 쉽지 않다.

유학생은 이미 이화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들을 이해하고 서로 소통하고자는 취지에서 본지는 ‘지금 유학생들은’ 코너를 이번 호부터 연재한다. 외국인 학생들의 유학생활과 그들의 생각이 생생하게 담길 예정이다. 이번 호는 중국인 유학생인 심지훼(커미‧17) 객원기자가 직접 작성한 기사를 싣는다.

 

출처=대학알리미
출처=대학알리미

 

“우리는 혼자예요.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본교에 재학 중인 유학생 7명이 인터뷰하며 공통으로 한 말이다. 유학생은 모국을 떠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공부, 생활, 대인관계 등을 백지에서 시작한다. 그러다보니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게 된다. 비단 한 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유학생들의 문제다.

미국대학건강학술지(Journal of American College Health)에 2013년 발표된 ‘예일대학 중국국제학생의 정신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익명으로 설문조사에 답한 중국인 유학생 130명 중 약 45%가 지난 2주 동안 우울증 증세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들은 우울증 유발요인을 학업 스트레스, 고독감, 문화 충격, 언어적 어려움 및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으로 꼽았다.

재작년 2월엔 미국에서 유학 중인 중국계 유학생 ㄱ(가명)씨가 학교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은 중국 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유학생들이 우울증에 걸려 학업 부진을 겪거나 자퇴, 심하게는 자살까지 한다는 보도도 종종 볼 수 있다. 문화적 차이와 그럼에도 적응해야하는 새로운 삶, 학습 경쟁, 가족의 기대, 경제적 부담까지. 심리적 압박의 요인이 다양하다.

한국을 찾는 유학생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올해 8월 교육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전체 외국인 유학생 수는 14만2205명으로 전년 대비 1만8347명(14.8%P) 증가했다. 이 중 연수생을 제외한 학위과정 유학생 수는 8만6036명(60.5%)으로 전년 대비 1만4004명(19.4%P) 늘었다.

그렇다면 본교에 다니는 유학생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못나 보이는 자신을 자책하는 눈물

중국에서 온 펑몽티안(冯梦恬‧커미‧17)씨는 학교를 다니는 2년 동안 유일하게 즐거웠던 시간은 첫 학기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전공 수업을 수강할 실력이 부족해 교양 수업만 들었다. 공부도 열심히 해서 대부분 A 학점을 받았다. 그런데 이후 학기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생각보다 전공 수업이 매우 어렵고 언어적인 어려움으로 수업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아요. 수업 내용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고, 자신감도 떨어져요.”

이러한 난제 앞에서 펑씨는 일반학생보다 더 분발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교재를 번역기로 돌려 읽었고, 학술 용어나 고유 명사는 중국어로 된 해석과 문헌을 찾아봤다. 남들보다 두 배의 시간을 들여야 했다. PPT가 주요 강의 자료라고 해도, 그는 책을 사서 수업 때 한 마디로 넘어 간 내용까지 책을 뒤지면서 공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제와 시험의 벽에 매번 부딪힌다. “항상 힘이 나지 않아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무 결과를 얻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내가 지금 중국에 있다면 이 마음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못난 내가 나 자신을 이렇게까지 만들었어요”라고 그는 자책했다.

리샤우린(李潇琳‧커미‧17) 씨는 한국에서 언어 학원을 다닌 후 대학에 입학했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는 2년이 넘었다. 언어 학원 수업은 외국인으로서 감당할 만했다. 그러나 대학 수업은 학술적인 내용을 배우기에 조금 달랐다.

그는 “수업 필기를 위해 직접 쓰거나 노트북 타자를 치는데 느려서 놓칠 때가 많다”며 “강의 진도를 따라잡기 위해 강의 전체를 녹음해서 집에서 여러 번 듣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녹음이 허락이 안 되는 수업이면 다른 학생에게 필기를 빌리거나 물어보기도 한다. “민망해도 그 수치감을 참아야 하죠. 학점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네요.” 리 씨의 얼굴에는 쓴웃음이 스쳐갔다.

 

△다가오거나 다가가도 갖지 못한 것

‘친구’다. 많은 유학생에게 현지 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문화적 배경도 다르기 때문에 현지 학생들과 우정을 나누기 어렵다. 이로 인해 오랜 외로움이 마음속에 자리하게 된다. 같은 유학생들끼리 쉽게 친해질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유학생도 보통의 사람이기에 낯을 가리는 경우가 많다.

“입학하고 처음 들은 교양수업에서 한 교수님이 이화여대는 혼자 성장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곳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본교에 2년째 재학 중인 미야우신유(苗馨雨‧커미‧17)씨가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학교에 다니면서 그때 그 말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첫 학기 때 몇몇 같은 수업을 들었던 친구가 있었는데 함께 수업을 들으면서 친해졌어요. 그런데 다음 학기에 수업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니까 점점 멀어지고 길에서 만나면 인사만 하고 지나가는 상황이 됐어요. 현지 학생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특히 우리 외국인들은 혼자이면 우울증처럼 정신적인 문제가 올 수도 있어요.”

리샤우린씨가 도서관 화장실에서 숨죽여 울 때 문틈으로 건네 받은 쪽지와 초콜릿. 제공=리샤우린씨  

한국 학생과 같이 수업을 듣지만 각자 학업에 집중하느라 사실상 대화하거나 친해질 기회를 얻기 어렵다고 한다. 특히 팀플을 할 때 유학생들은 자신이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자료조사, 내용 정리 혹은 PPT 제작에 최선을 다해 팀플에 방해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과제가 부담인 상황에서 팀플 구성원과 친해질 여유를 갖기 힘들다.

리샤우린씨는 모르는 현지 학생에게 위로를 받은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시험을 보기 전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데, 학습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아서 혼자 답답했다. 지금까지 쓴 시간과 비용,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부모님을 실망시킬까봐 화장실에 가서 울컥했다. 혹시 다른 사람이 들을까봐 작은 소리로 참으면서 울었다. 이때 화장실 칸 아래 빈틈으로 초콜릿과 쪽지를 든 손이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그는 쪽지 내용을 읽었다.

‘벗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힘내요! 제가 감히 이렇게 위로 드려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벗께 힘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낯선 나라에서 혼자 버티는 어려움은 누구도 알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쪽지와 관심은 그에게 큰 위로가 됐다. “쪽지를 보고 정말 감사하고 감동해서 더 크게 울었던 기억이 나요.” 이 씨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때의 먹먹한 기억을 잊지 못한다.

 

△두 배의 부담, 두 배의 보람

유학생의 생활에서는 자신이 곧 가장이다. 부족한 한국어를 사용해 집을 구해 이사하고 수도비, 관리비를 직접 내거나, 낯선 도시에서 돌아다니며 생활필수품을 준비하는 것도 모두 자신의 몫이다.

졸업이 다가온 왕수지(王苏吉‧커미‧16)씨는 말했다. “정말 힘들고 여기까지만 하자는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버텨왔기에 이미 되돌아갈 수 없었어요. 그동안 부모님이 나에게 쏟은 기대와 비용, 그리고 나의 시간과 청춘이 모두가 나의 부담이자 계속 걸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죠.”

“버티고 있긴 하지만 시간에 떠밀려가는 것 같기도 해요. 그동안 겪은 어려움과 억울함은 나에게 오히려 인생 체험과 같아요. 힘들지만, 앞으로의 나에게 보람이 될 수도 있다고 굳게 믿고 싶어요.” 모신이(莫欣怡‧커미‧17)씨의 말이다.

유학생은 실패할 가능성을 생각할 용기가 없다. 유학을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기 때문에 대부분 그저 버틸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기대를 낮추는 유학생도 종종 있지만, 지금까지의 고생이 더 큰 보람으로 돌아올 것으로 믿는 유학생이 많다. 그렇게 모두가 힘들게 버티고 있을 뿐이다.

심지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