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이런 수업도 있어? 이색 교양 들여다보기 -2-

이지은 교수(동양화)의 '명화;그리면서이해하기'

명화;그리면서이해하기 수업에서 학생들이 '아담의 창조'를 그리고 있다. 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화가의 시대상, 사회적 배경 등 이론만 배우는 미술사 수업이 대부분인 가운데, 직접 그림을 그리는 교양수업이 있다. “비전공자가 실기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한 이지은 교수(동양화 전공)의 <명화;그리면서이해하기>다. 비전공 학생이 직접 그림을 그리며 미술사를 배우는 이 수업에 참관하기 위해 9월26일 이화·포스코관 462호를 찾았다.

수업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일제히 4B연필과 지우개를 꺼내 스케치북에 드로잉을 시작했다. 학생들이 보고 모사하는 그림은 미켈란젤로(Michelagelo Buonarroti)의 ‘아담의 창조’(1511~1512) 중 손 부분이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를 연필로 모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 Auguste Renoir)의 ‘우산’(1881~1886),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의 ‘화장’(1896),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해바라기’(1888)를 색연필로 그린다.

본격적인 드로잉을 시작하기 전, 이 교수는 실제 ‘아담의 창조’가 어떻게 그려졌는지에 관해 설명했다. ‘아담의 창조’는 시스티나 대성당에 그려진 천장벽화로 ◆프레스코 기법이 사용된 습식벽화다. 프레스코 기법은 벽화를 그릴 때 쓰는 화법이다. 습식벽화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벽을 새로 만들어 벽이 마르기 전에 ◆안료를 칠한다. 이 교수는 “파리에서 프레스코 벽화를 그릴 때 접착제, 석회석 그리고 모래를 섞어 회반죽을 만든 후 벽을 만들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렸는데 정말 힘들었다”며 경험담을 들려줬다.

“이제 미켈란젤로에 빙의해서 손 부분을 그려봅시다.”

이론 수업이 끝난 후, 본격적인 드로잉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아담의 창조’를 프린트한 종이와 스케치북에 격자무늬부터 그리고, 칸에 맞게 그림을 옮기며 비율과 크기를 맞춘다. 스케치를 마친 후 학생들은 격자무늬를 지우고 명암을 세세하게 표현한다.

이 교수는 학생들의 그림을 살펴보며 부족한 부분을 도왔다.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그는 학생들이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강의법을 연구한다. 스케치북 위 그려진 격자무늬도 이러한 고민에서 나왔다. 

‘어떻게 비전공자를 그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까’에 대한 고민은 이 교수가 수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공부만 했던 학생들에게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생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비전공자를 가르친 적이 없어 그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웠다”고 말하는 이 교수는 학생들이 익숙하지 않은 재료를 다루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면서 겪는 경험에 집중했다. 그는 “연필과 색연필을 통해 형태와 색이 복합적으로 어울려 작품이 완성되는 것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체험”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사희(사복·17)씨는 “이론적인 것도 배우고 직접 그림도 그리니까 유익하다”며 “어렵지만 직접 실기하고 체험하니 재밌다”고 소감을 전했다.

모사 대상을 친숙한 작품으로 선택한 것도 비전공자들의 흥미를 높이기 위한 이 교수의 전략이다. 그는 “무엇을 그릴까 생각하다 감성적으로 가장 친숙한 작품을 선택했다”며 “‘아담의 창조’의 손 부분은 영화 ‘E.T.’(1982)의 유명 장면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수업은 비전공자도 어렵지 않게 미술을 접하는 계기가 됐다. 몇몇 학생들은 수업을 수강한 뒤 조형예술대학 전공 기초 과목을 듣고 복수전공까지 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이 수업으로 미술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고 그림에 자신감이 생겨 복수전공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며 “이런 일들이 교양과목에 실기 수업을 개설하며 느끼는 보람”이라고 말했다.

수강생 이효재(과교·15)씨는 “명화를 그려볼 일이 별로 없는데 교수님께서 그림을 그리는 것부터 어떤 식으로 모사하는지 알려주시고 직접 해보니까 실감된다”며 “교수님이 직접 작업을 하시다 보니 어떻게으로 그려야하는지 방법 설명도 더 잘 해주시고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프레스코: 벽화를 그릴 때 쓰는 화법. 덜 마른 회반죽 바탕에 물에 갠 안료로 채색한 벽화를 말한다. 그림물감이 표면으로 배어들어 벽이 마르면 그림은 완전히 벽의 일부가 돼 물에 용해되지 않으며, 수명도 벽의 수명만큼 지속된다. 프레스코는 석고가 마르기 전에 재빨리 그림을 그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며, 그림의 수정도 거의 불가능해 정확하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안료: 색채가 있고 물이나 그 밖의 용제에 녹지 않는 미세한 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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