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를 만지면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램프 지니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라비안나이트의 천일야화를 바탕으로 하는 ‘알라딘은 인도의 사회 제도와 구전을 반영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1992년에 최초로 개봉된 후 27년 만에 리메이크를 통해 다시 선보인 ‘알라딘’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이전과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살펴보자.알라딘에서는 신분을 기준으로 등장인물이 네 부류로 나누어지는데 천민, 왕족, 귀족, 노예로 구분된다. 이는 작품이 인도를 배경으로 창작되었기 때문이다. 인도는 여전히 관습적으로 신분 제도가 만연하고
기자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쳐 와 기사로 쓴다. 인터뷰이가 고뇌와 노력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경험을 기사에 싣겠다는 이유로 기자가 갖은 정보를 쏙쏙 뽑아간다. 나도 나 자신이 순간 파렴치한으로 느껴질 만큼 집요하게 그들의 시간을 베껴온다. 인터뷰를 하는 일은 나의 생에 24시간, 365일의 시간을 연장하는 것과 같다. 누군가의 실패와 성공, 좌절과 환희의 순간을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다.사실 이 작업은 기자보다 독자에게 훨씬 쉽고 효율적이다. 그러나 기사를 찾는 사람은 점차 줄어든다. 책보다 짧고 영화, 드라마보다 사실적인 기
오랜 기간 드라마 입문 수업에서 비극의 전범인 을 학생들과 함께 읽었지만 테베에 퍼진 전염병은 플롯의 ‘발단’일 뿐 수업의 중심 주제가 되지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의 공포가 극에 달했던 2020년 봄 학기, 작품 초반에 나오는 역병에 대한 생생하고 구체적인 묘사가 문학적 은유가 아닌 체험적 사실로 읽혀지기 시작했다. 소포클레스가 이 극을 집필한 기원전 430년 경 아테네는 전쟁과 역병이라는 이중의 재난 속에 허덕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인구의 사분의 일의 목숨을 앗아간 역병은 신화 속 사건도, 문학적 상징
영국에 도착한 지 일주일쯤 되었던 날,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학교 근처에 있는 펍(Pub)에 처음으로 술을 마시러 나갔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분홍색, 파란색 등의 색조명이 벽에 쏘아져 있는 펍에서는 술이 마른 퀴퀴한 냄새가 났다. 설렘 반 긴장 반의 마음으로 기숙사 플랫 메이트 에밀리(Emily)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있는데 에밀리의 친구가 다가와서 말했다. “나 어제 스파이크 당했어(I got spiked yesterday).”처음 들어본 단어에 어리둥절했다. ‘뭔가에 찔렸다는 뜻인가’ 하며 혼자 뜻을 유추해 보기도 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지난 9일, 따뜻한 봄기운을 느끼며 학교 정문을 들어서던 저는 정문 근처에 비치된 두 개의 이대학보 배포대가 모두 텅 비어 있는 걸 봤습니다. 배포대에 놓인 신문이 작년보다 눈에 띄게 빨리 줄어드는 걸 보니, 캠퍼스에 감도는 활기가 새삼 반갑게 느껴지네요. 하루빨리 코로나19 상황이 끝나 더 많은 독자 여러분을 만날 수 있길 바라봅니다.언제나 교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장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이대학보 구성원들이지만, 지난 몇 주 동안은 더 먼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3월부로 코로나19 확진자의 동거인은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일부터 동거인 관리기준을 변경해 확진자의 동거인은 예방 접종력과 관계없이 모두 수동감시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수동감시는 관할 보건소가 제시한 권고 및 주의사항을 자율적으로 준수하면서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뜻한다. 기존에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동거인만 격리 없이 지내다가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하는 수동감시 대상이었고 미접종자는 확진자와 함께 7일간 격리해야만 했다. 또 그간 확진자의 동거인으로 분류돼 의무적으로 해야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잿빛 어둠이 걷히고 말간 하늘이 떠오르는 것을 보니 진정 봄이 오고 있나 봅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이 이렇게 막을 내리네요. 영영 한적할 것만 같던 캠퍼스도 요즘 제법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어디서든 충만한 순간 보내고 계시길 바랍니다.이번 1633호를 준비하면서도 참 많은 교내외의 사건들을 접했는데요. 그 중 이화인으로서, 나아가 지성인으로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고(故) 이어령 선생님의 별세 소식이었습니다. 2017년 췌장암 발병 이후에도 항암치
2일 오후7시23분.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초청 3차 토론회가 시작되기 약 30분 전이었다. 3차 토론회는 사회 분야가 중심 논제였다. 2월 23일 멈춘 ‘출근길 지하철 탑시다’의 재개 여부가 달린 토론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 토론에서 대통령 후보들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약속하길 요청했다. 혜화역 벽면은 전장연에서 붙인 벽보가 반은 붙은 채로, 반은 떨어진 채로 덮여 있었다. 혜화역은 장애인 이동권 시위인 ‘출근길 지하철 탑시다’가 시민들의 출근길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엘리베이터를 폐쇄했다가 논란이 됐던
상당히 불온적인 말이다. 권리에도 우선순위가 있다니. 철학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포스트 모더니즘을 넘어서고 있는 현대 사조를 거스르는 말일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을 비롯해 소수자성에 집중하는 세계 전반의 트렌드와도 맞지 않는다. 어쩌면, 흐름에 뒤떨어지는 수준을 넘어 파시스트적인 말이 될지도 모른다.다름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왜 시대에 역행하는 듯한 말을 던지냐고 묻는다면 나는 으레 롯데리아 '어썸버거'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2020년, 롯데리아가 내놓은 신메뉴 스위트 어스 어썸 버거(Sweet Earth
2011년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 기자로 입사. 경제부, 사회부를 거쳐 현재 연합뉴스TV 정치부에서 여당 취재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왜 크로마를 안 찍는 거야?”대선 D-10 저녁, 동생이 내게 물었다. 놀라서 되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대수롭지 않은 듯 짧은 답이 돌아온다. “응, 유튜브.”초록색 배경을 깔고 인물을 촬영하는 크로마키는 대선 개표방송의 토대다. 이걸 찍어야 화려한 그래픽을 입혀 후보들이 뛰고, 날고, 겨루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약 빨고 만들었느냐’는 반응은 큰 칭찬이다. 우리 회사
미국에 온 지 한 달 남짓 지났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짧은 시간에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으면서도 모순적이게도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은 상대적이라고들 하지 않나.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미국에 도착하고 일주일이 되어가던 때가 생각이 난다. 도착하자마자 이틀 만에 개강했던 터라 적응 기간도 채 가지지 못하고 이곳저곳 돌아다녔던 미국에서의 첫 주는 매우 길었다. 그러나 한 달간의 적응기를 겪고 어느새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과 밥도 먹고, 건물 위치와 캠퍼스 환경에 익숙해진 채로 보내는 요즘 일주
본교 국어국문학과를 거쳐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전소설과 고전여성문학을 주로 연구하며 고전문학의 대중화 작업에 관심이 많다. 올해 케이무크(K-MOOC)에 ‘한국문화 깊이읽기’ 강좌를 신규로 개설해 강의한다. 주요저서로 『고전서사와 젠더』, 『고전소설, 몰입과 미감 사이』, 『옛 소설에 빠지다』, 주요역서로 『삼한습유 역주』, 『완월회맹연 교주 1』(공역)이 있다. 책 읽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부정하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막상 책을 즐겨 읽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글쎄다. 요즘은 시청각 학습 자료가 많아서 학습도 시청 행위
극이 시작되면, 한 여성이 고요한 집안에서 깨어난다. 여자는 두통을 호소하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손목에는 자해의 흔적이 있고 주변에는 수면제로 보이는 알약들이 널브러져 있다. TV 화면에는 이상하게 생긴 표식이 떠 있다. 모든 기억을 잃은 듯 황망하게 집안을 헤매던 여성은 거실에서 딸로 보이는 아이의 사진을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짧은 기억을 떠올린다. 여자는 아이의 사진을 가지고 집을 나서는데, 주변에서 사람들이 창밖으로 여자를 촬영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러다 TV에 있던 심볼과 같은 그림이 그려진 가면을 쓴 사람이 총을 들고 쫓아
“인간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관용어로 완전히 자리 잡은 말이다. 동시에 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이기도 했다. 인간은 고쳐 못 쓴다니. 내겐 고쳐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어떡하면 좋지? 믿기지 않겠지만,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런 걱정부터 했다.나는 계획적이지 못하고 충동성이 짙다.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것은 아니지만 가까운 사람들이 자주 지적하는 정도는 된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내가 당장 하고 싶은 일은 당장 해야 했으며, 갖고 싶은 게 떠오르면 어떻게든 손에 넣어야만 직
2월 새 학기를 시작한 영국 센트럴 랭커셔(University of Central Lancashire)대에서 ‘사진과 매일(Photography and Everyday)’이라는 사진학과 수업을 듣고 있다. 사실 평소 핸드폰으로 사진찍기를 좋아한다는 것 말고는 난 사진의 ‘ㅅ’자도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사진에 대해 더 알고 싶기도 했고 교환을 와서 꼭 실습수업을 듣고 싶었기에 보자마자 ‘이건 들어야 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정 하나만을 가지고 수업에 발을 디뎠다.수업에 들어간 첫날, 기대와 다르게 점차 주눅이 들기 시작했다.
코로나는 인류에게 무엇을 말하는가?코로나 펜데믹이라는 커다란 재앙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허약한가, 새삼 되묻게 된다.오직 인간 본위의 사고방식과 문명이 우주에 대한 이해를 제한해 온 것은 아닌지, 지금이야 말로 인류문명 전부를 고민하고 성찰해야 될 때라는 생각이 든다.코비드-19로 우리 몸은 쇠약해지고 이화동산도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몸이건 공간이건, 너무 혹사해도 안 되지만 너무 안 써도 생기를 잃게 된다. 결국 몸의 문제이다. ‘몸’이란 지성, 감성, 감정, 영혼이 스며 있는 삶 그 자체이다. 세상은 큰 몸이고 우리 몸은 작은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2022년이 아직 낯선데, 벌써 3월 개강을 목전에 뒀네요. 여러분의 방학은 어땠나요? 이대학보 구성원들은 학보의 각종 개편을 준비하느라 꽤나 분주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여러분께 인사드릴 것을 상상하며, 꿀 같은 휴식을 반납하고 회의와 발표를 거듭 진행했습니다.2월3일엔 삼청동의 한 회의 공간에서 6시간가량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서로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든 요즘, 다양한 부서의 기자님들이 함께 모여 얘기 나눌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시간이었지요.
마블의 전작들보다 성별, 인종적으로 훨씬 다양해진 영화 가 개봉하면서, ‘PC’라는 것이 다시 한번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PC란 ‘Political Correctness’의 줄임말로, 한국말로는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하며, 차별 요소를 최대한 없애려 노력하는 것 등을 일컫는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이 전보다 더 가시화되고,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여러 매체에서 이러한 ‘PC’를 반영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PC’에 대해서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도 분명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