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 지 한 달 남짓 지났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짧은 시간에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으면서도 모순적이게도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은 상대적이라고들 하지 않나.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미국에 도착하고 일주일이 되어가던 때가 생각이 난다. 도착하자마자 이틀 만에 개강했던 터라 적응 기간도 채 가지지 못하고 이곳저곳 돌아다녔던 미국에서의 첫 주는 매우 길었다. 그러나 한 달간의 적응기를 겪고 어느새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과 밥도 먹고, 건물 위치와 캠퍼스 환경에 익숙해진 채로 보내는 요즘 일주일은 너무 짧기만 하다. 같은 일주일이 이토록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에는 ‘변화’의 여부가 있다. 새로운 일이 많을수록, 변화가 생겨날수록, 우리의 일주일은 길어진다. 하루하루가 금방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어제가 오늘인 것만 같고 내일도 오늘일 것만 같아서가 아닐까. 아마 교환학생이라면 거의 모두가 정해진 시간 안에 새롭고도 다양한 경험을 최대한 많이 쌓고픈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하며 교환학생 한 달 차에 느낀 생각을 조심스레 공유해보고자 한다.

 

미국 럿거스대 쿡/더글러스 캠퍼스의 호수와 그 옆을 지나가는 셔틀버스 <strong>제공=김세흔씨
미국 럿거스대 쿡/더글러스 캠퍼스의 호수와 그 옆을 지나가는 셔틀버스 제공=김세흔씨

 나는 결코 변화를 찾아 나서는 사람은 아니었다. 변화는 항상 내게 설레지만 두려운 것이었고, 가끔 찾아오는 새로운 변화에도 나는 적응하는 데에 꽤 힘을 들이곤 했다. 그리고 그러한 점에서 교환학생은 나에게 크나큰 도전이었다. 2020년 초 무렵 대학 생활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앞두고 설렘으로 가득 차 있던 마음이 코로나 사태가 터짐과 동시에 꿈꾸던 대학생활이 함께 무너져버렸던 코로나 학번에게는 더욱이 그러했다. 그래서였을까. 작년 여름,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자마자 처음에 느꼈던 감정은 나의 첫 대면 수업과 제대로 된 캠퍼스 라이프가 곧 펼쳐지리라는 기대나 설렘보다는 걱정과 불안에 가까웠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비대면 수업 운영으로 인해 지난 2년간 변화라고는 일절 없던 내 인생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는 생각에 들뜸도 잠시, 낯선 타지에 가서 모든 것을 스스로 처음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 불쑥 떠올랐다. 그리고 실제로 교환학생이 되어 미국에 오기까지 나는 모든 것에 새로이 도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당시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본 코로나 이전의 파견보고서는 5년 전에 멈춰있었다. 블로그 또한 내가 파견된 Rutgers University에 관한 교환 준비과정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대면 수업 뿐만 아니라 학교에 대한 모든 정보가 낯설었다. 미국에 와서도 나는 언어라는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내 생각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그랬기에 미국에 만연해 있는 스몰토크 문화에 적응하는 것 또한 내향인으로서 더더욱 힘든 일이었다.

 

미국 럿거스대 리빙스턴 캠퍼스 건물. 경영 수업은 대부분 이곳에서 듣는다. <strong>제공=김세흔씨
미국 럿거스대 리빙스턴 캠퍼스 건물. 경영 수업은 대부분 이곳에서 듣는다. 제공=김세흔씨

 그러나 나는 노력했다. 지원서 작성부터 비자 신청, 기숙사 지원과 수강 신청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게 알아보는 과정에서 나는 교환학생의 모든 준비과정을 블로그에 기록했으며, 그 기록이 훗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덕에 내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대면 수업이 있는 날에는 스몰토크 주제도 미리 생각해 가고, 옆에 앉은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고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은 나에게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자발적으로 발표도 하고, 팀 프로젝트 활동이 많은 수업을 신청하는 등 나만의 노력을 통해 이제 나는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과 내성적인 성향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하루는 같은 반 친구들과 밥을 먹고, 하루는 파티에도 가고, 또 하루는 새로운 경험을 찾으러 다니는, 하루 하루가 다르고 낯선 교환 생활을 즐기고자 한다.

처음에는 변화가 두렵기만 하던 나도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이제는 매일 ‘변화’를 바란다. 길었던 일주일을 되찾기 위해 나는 앞으로도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현지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고 배우는 것,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것,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 등 교환을 가는 다양한 목적이 있겠지만 꼭 기억해야 할 점은 매일 변화를 추구하라는 것이다. 교환학생을 간다는 것은 단순히 해외로 떠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교환은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는 기회로써,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내던질 용기가 있는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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