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7시23분.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초청 3차 토론회가 시작되기 약 30분 전이었다. 3차 토론회는 사회 분야가 중심 논제였다. 2월 23일 멈춘 ‘출근길 지하철 탑시다’의 재개 여부가 달린 토론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 토론에서 대통령 후보들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약속하길 요청했다. 혜화역 벽면은 전장연에서 붙인 벽보가 반은 붙은 채로, 반은 떨어진 채로 덮여 있었다. 혜화역은 장애인 이동권 시위인 ‘출근길 지하철 탑시다’가 시민들의 출근길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엘리베이터를 폐쇄했다가 논란이 됐던 장소다.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가 계속되던 2월, 인터넷에서는 비난이 쇄도했다. 장애인들이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피해를 겪은 21일의 시간을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한 세월보다 훨씬 무겁게 느꼈다. 장애인들을 ‘나와 다른 사람’으로 규정하고 그들에게 자신의 공감 능력을 발휘하기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타자화의 결과로 우리나라의 등록장애인이 전체 인구의 5%를 능가해도 길에서 마주치기 힘들어졌다.

타자화의 폭력성이란 이런 것이다. 타자가 된 대상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단지 눈앞에서 치우는 것은 어떠한 사회문제의 해결책도 될 수 없다. 문제를 직시해야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출근길 지하철 탑시다’는 3주 만에 멈췄지만 어떻게 약자를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 것인지는 우리 모두가 앞으로 많은 시간 동안 고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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