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알라딘

<strong>출처=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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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램프를 만지면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램프 지니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라비안나이트의 천일야화를 바탕으로 하는 ‘알라딘은 인도의 사회 제도와 구전을 반영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1992년에 최초로 개봉된 후 27년 만에 리메이크를 통해 다시 선보인 ‘알라딘’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이전과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살펴보자.

알라딘에서는 신분을 기준으로 등장인물이 네 부류로 나누어지는데 천민, 왕족, 귀족, 노예로 구분된다. 이는 작품이 인도를 배경으로 창작되었기 때문이다. 인도는 여전히 관습적으로 신분 제도가 만연하고 그 경계가 명확해 하층민이 왕족의 신분으로 올라갈 수 있는 왕도가 없다. 그것은 알라딘의 대사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그는 천한 것이라는 무시를 받고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한탄하며 비관한다. 이에 비현실적 요소인 램프와 지니는 신분 상승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극적 장치로 등장하게 된다. 알라딘의 첫 번째 소원은 왕자가 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소원이 그의 출신을 바꾸고 열등감을 해소하며 재스민과의 사랑을 이뤄주리라 여겼지만, 그저 겉보기에만 왕자로 보이게 할 뿐 실제 자신의 모습을 속일 수는 없었다. 거짓된 꾸밈으로 재스민을 마주했을 때와 달리 진심을 보이며 함께한 시간은 서로에게 솔직할 수 있게 했고 강력한 신뢰를 형성했다. 깨달음을 얻게 된 그는 자신이 아닌 지니를 위해 마지막 소원을 빌게 되고 진정한 우정과 사랑을 얻게 된다. 거짓 꾸밈 대신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진실하게 행동하여 내면적 성취를 얻어낸 것이다. 이러한 성장 서사는 ‘진흙 속에 숨겨진 보석’의 의미를 전달하며 인도와 같이 신분의 구분이 명확한 사회에서 비관적인 삶을 사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 감동을 선사한다.

한편, 원작에서 재스민의 역할은 그의 영웅적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수단에 불과했고 그 비중 역시 작았다. 디즈니의 기존작들은 대체로 공주가 왕자의 도움으로 역경을 이겨낸 후 사랑을 확인하는 스토리였다. 알라딘 원작 역시 그 맥락을 같이 했는데, 알라딘이 모래시계에 갇힌 재스민을 구해내고 이에 감동한 술탄이 국법을 수정하여 공주가 스스로 선택한 사람과 결혼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끝이 났던 원작과 달리 리메이크작에서는 재스민이 새로운 술탄(왕)이 되는 스토리가 추가되었다. 재스민의 용기와 의지를 본 술탄은 그녀에게 새로운 술탄이 되어줄 것을 청하였고 권력욕에 눈이 먼 자파가 아닌 백성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재스민이 왕위에 오른다. 프러포즈를 받는 게 전부인 공주에서 자신의 꿈과 의지를 표현해 왕위를 물려받는 능동적인 공주가 된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재스민이 술탄이 되는 과정에서 그녀의 주체성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 여전히 적었다는 점이다. 위기의 순간에 공주가 할 수 있는 것은 힘 있는 부하를 설득하는 것뿐이었고 그로 인해 선택의 몫이 부하에게 넘어가게 되었다. 알라딘의 성장을 위해 요술램프와 지니, 마법의 양탄자가 제공된 것처럼 재스민에게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매개체가 주어졌다면 이야기가 더욱 풍부해지지 않았을까. 지니 역시 단순히 알라딘의 성장 서사에만 사용되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그가 왜 램프에 갇히게 되었으며 어떻게 어마어마한 능력을 소유하게 되었는지, 몸의 색깔은 왜 파란색인지와 같이 다채로운 지니 만의 스토리가 부연 된다면 작품의 세계관이 더욱 확장될 것이다.

그런데도 주목할만한 점은 디즈니의 프린세스 서사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왕자의 도움으로 사랑의 결실을 보는 뻔한 이야기에서 공주가 역경을 딛고 왕이 되는 이야기로 그 흐름이 바뀌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리메이크작은 여전히 ‘알라딘’이기에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서사를 기다리는 관객들을 위해 ‘재스민’, ‘지니’로 이어진 후속작들로 더욱 풍부한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은 어떨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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