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뺐다. 5개월의 핀란드 생활이 끝났다. 혼자 살아보는 것도, 외국에서 지내는 것도, 해외 대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도, 전 세계에서 온 친구들을 한 번에 잔뜩 사귄 것도, 온통 놀랄 만큼 처음 경험해보는 일들로 가득한 시간이었다.매주 주말마다 집으로 초대해 맛있는 밥을 챙겨준 핀란드 가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함께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합창대회를 보러 가기도 하고, 소풍을 가기도 했다. 경제 관련 주제로 한 달을 준비해 고등학생들 앞에서 토론했던 날, 핀란드어 조금 배웠다고 친구들이랑 시내 나가서 더듬더듬 사용해봤던 날도
“둘리보다 고길동이 불쌍해질 때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잖아.” 얼마 전 친구에게 이 말을 듣고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내 머릿속에는 둘리와 고길동이 함께 산다. 그것도 원작을 고증하듯 매일 같이 우당탕탕 싸워가며. 이들의 달갑잖은 동거는 학보 막학기를 인턴 생활과 병행하며 시작됐다. 인턴으로 일하는 회사에서 나는 사고뭉치 둘리의 꼴을 한다. “넵”, “죄송합니다” 연발하며 동분서주한다. 잎새에 이는 작은 실수에도 괴로워한다. 학보실에서 나는 길동 아저씨의 모양새다. 실수 하나에 “다음부터는”, 실수 하나에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제17회 자랑스러운 이화인’에 신혜수, 유중근 동문 선정유엔인권정책센터 신혜수(영문·72년졸) 상임대표와 대한적십자사 유중근(영문·67년졸) 전 총재가 ‘제17회 자랑스러운 이화인’에 선정됐다. 시상식은 5월31일 이화 창립 133주년 기념식에서 진행됐다. 자랑스러운 이화인은 사회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은 본교 동문 및 구성원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졸업 후 신 대표와 유 전 총재는 각각 여성 인권 향상과 사회 봉사 활동 개진을 위해 공헌했다. 신 대표는 “이대학보 기자 시절 사회의식을 길렀고 존경하는 사회학과 스승님 밑에서
안녕하세요, 이대학보 독자 여러분.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의 눈동자가 문득 궁금해집니다. 앞 장의 기사가 재밌거나 눈길을 끌었다면 동그란 눈으로 지금의 장까지 자세히 읽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 글은 읽히지 않겠죠. 어쨌거나 지금 읽으시는 신문은 2019학년도 상반기 마지막 신문입니다. 이번 학기, 이대학보는 독자 여러분들과 때로는 동기처럼, 때로는 가족처럼 편안하게 소통하기 위해 프롬편집국 코너를 새로이 만들었습니다. 학보의 시스템 개편, 학보사 기자의 취재 과정과 공유하고픈 성과 등을 소개했죠. 개인적으로는 옆에서 지
택시에 탄다. 가까운 데 간다고 싫은 소리 들으면 안 되니까 누구보다도 밝게 웃으며 인사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지 않는가. 그런데 웬걸 침을 잘도 뱉는다. 아저씨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아이, 손님 잘못 태웠네. 거기 가는 줄 알았으면 안 태웠지.” 나도 아저씨처럼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아이, 택시 잘못 탔네. 이럴 줄 알았으면 이 택시 안 탔지.’ 하지만 무사히 집에 도착하려면 그럴 수 없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말한다. “죄송해요..” 자 그 다음부터는 가족관계부터 인생사까지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TMI를 모
사람들에게 ‘인간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입니까?’라고 질문한다면 대 다수의 사람들은 ‘네’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질문은 인간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사실, 즉 모든 인간은 빠짐없이 고루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평등하게 존중하며 존중받고 살아가고 있는 걸까? 하루가 멀다하고 크고 작은 갑질 현상들이 이슈화된다. 갑질과 관련된 기사들은 넘쳐났고 기사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위들을 한다. 갑의 위치보다는 을의
한 배꽃님이 보내주신 사연 선생님,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배꽃 수다방에 사연을 보내게 된 학생입니다. 요새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것입니다. 가까운 사람이 큰 병에 걸린 걸 본 적도, 병간호해본 적도 이번이 처음이라 어머니께 어떻게 힘이 돼드려야 할지, 어떻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할지 갈피를 못 잡겠어요. 저라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 할지, 아니면 제가 더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머니의 투병과 별개로 일상생활을 지속해나가고 있다는 게 죄스럽기도 하고, 병간호로 졸업이 다시 미뤄져야 해서 취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하늘을 향해 굳건하게 서 있는 나무들을 보면 강인한 힘이 느껴진다. 온갖 풍상을 겪으며 의연하게 생명을 이어오는 나무의 힘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어느 날, 나는 문득 깨달았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뿌리의 힘이라는 것을. 아무리 척박한 땅이라 해도 악착같이 뿌리를 뻗어서 수분과 영양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라는 것을. 뿌리가 약한 식물은 예쁜 꽃을 피워도 일년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그렇다면 우리들에게는 무엇이 나무의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일까? 모진 시련이 닥쳐와도 의연하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무
시를 이야기하는 자헌(慈軒) 이정자(기독·66년졸) 시인의 표정엔 소녀 같은 설렘과 깊이 있는 연륜이 동시에 느껴졌다. 봄날과 같이 화창한 미소에 청춘을 간직한 이 시인을 강변역 근처 식당에서 만났다. 이 시인은 시 장르 중 특히 ‘시조’와 함께 삶의 오랜 시간을 걸어왔다. 시조는 현대까지 이어온 고시가 갈래 중 하나다. 이 시인은 “시조는 율격이 있어 노래하듯 읽히기 때문에 외국인들도 좋아하는 장르”라고 설명했다. 이 시인과 시조의 인연은 그가 고등학교 2학년 문예반 활동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대학원에서 만난 월하 이태극
「하늘의 이슬로 된 진주이고자」(1996)시조를 주로 써왔던 저자의 내면세계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서정시집이다. 자신의 성찰과 자연과 세상사를 대상으로 한 것들이 주조를 이룬다. 세계에 대한 수려한 묘사들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다수 수록돼 있으며, 저자만의 섬세한 감성에 빠져들 수 있는 시집이다. 「당신의 인생도 upgrade 해보라」(2006)큰 병을 치른 후, 저자가 느낀 바를 담은 책이다. 이루지 못한 꿈에 도전하고, 제2의 인생을 맞게 된 그는 살아온 세월보다 남은 시간이 적다는 걸 깨달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을 업그
1987년 6월10일. 전 국민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독재를 막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1987년 1월 서울대 박종철 열사가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전기 고문과 물고문을 당해 죽음에 이르렀고, 같은 해 6월9일 연세대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을 맞아 민주화 항쟁이 전국적으로 퍼졌다. 전두환 정권 당시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시위의 중심에 섰던 건 대학생들이었다. 이화의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엔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민주화 운동에 나섰지만, 1987년 6월 항쟁 때는 약 만 명의 일반 학생이 모였다고 한다. 당시 운동장과 대
버닝썬 게이트를 시작으로 로버트 할리, 황하나 그리고 박유천까지. 지난 몇 달간 한국 사회는 연예인과 재벌 2세의 마약 투약 혐의가 밝혀져 떠들썩했다. 영원한 비밀일 줄 알았던 이들의 마약 혐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수사에 덜미를 잡혔고 그 중심엔 김은미 법독성학과장(약학과·86년졸)이 있었다. 마약집중단속으로 예년보다 업무량이 2배 늘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서현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 과장이 국과수에 입사한 건 국립과학수사 ‘연구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본교에서 약학과 석사과정까지 수료하며 약학 연구에 흥
왼팔에 벌새 타투가 새겨졌다. 벌새 밑엔 ‘Don't be mean’(못되게 굴지마)이라는 문구가 따라 적혔다. 창덕궁 돌담길 어느 외진 곳에서 벌새와 함께 세상의 편견과 싸우는 한 변호사가 있다. 검사직을 그만둔 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12년째 무료 변론을 하고 있는 장서연(법학·07년졸) 변호사다. “안데스 산맥의 케추아부족들 사이에 전해져 오는 우화가 있어요. 숲에 큰 불이 나자 코끼리, 사자들은 도망치느라 바쁜데, 크리킨디라는 벌새는 작은 부리로 물을 길어 불을 끄려고 했어요. 다들 비웃었지만 크리킨디는 이렇게
“다양한 진로를 고민하다 교육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공무원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박경령(교육·18년졸)씨는 5년의 시험 준비 끝에 2017년 교육행정직에 합격했다. “제 전공인 교육학과는 사범대학 소속 학과지만 복수전공 없이 교사가 되기 어려웠고, 교사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다른 진로를 고려했어요.” 박씨는 현재 교육부에서 일하는 사무관이다.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행정학이다. 박씨는 “사실 끝까지 행정학을 극복하지는 못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행정학 점수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다른 과목의 점수를 더 올려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에서 기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대학도시 마르부르크(Marburg). 이곳의 ‘마르부르크 필리프스 대학교’는 동화집으로 유명한 그림 형제와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모교이기도 하다. 올해 여름, 본교를 휴학하고 마르부르크대에서 방문학생 신분으로 학기를 보내고 있는 이화인은 약 스무 명. 이들은 짧게나마 독일의 대학 수업을 경험하며 어떤 점을 인상 깊게 느꼈을까. 이곳의 이화인 10명을 만나 수업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여유로운 수강신청△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의
대학생활 중 해외 경험을 쌓는 것은 많은 학생의 로망이다. 본교 역시 국제처가 주관하는 교환학생 제도를 비롯해, ‘이화-하버드 교류 프로그램(HCAP)’, ‘계절학기 해외연수’ 등 다양한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는 이화인이라면 ‘방문학생’ 제도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환학생보다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본인의 상황에 따라 교환학생보다 방문학생을 준비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문학생이 교환학생과 다른 점은 본교를 통해 파견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다. 교환학생은 국제처
“전날 먹을 것을 미리 사두고 여성소비총파업 당일에는 온종일 나가지 않아요.”, “불매기업 목록을 정리하고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죠.” 12번째 여성소비총파업 앞두고 이다민(정외·17)씨와 김신영(커미·18)씨는 여성소비총파업에 참여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얘기했다. 여성소비총파업 당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하는 활동을 묻자 이씨는 “주로 침대에 누워 여성소비총파업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고 답했다. 매월 첫 번째 일요일, 하루 동안 여성들이 문화생활, 외식, 쇼핑 등 모든 면에서 소비와 지출을 중단하는 운동이 있다. 여성 스스로 소비
최근 본교의 플라스틱을 포함한 쓰레기 배출량이 많아지면서 환경 보호를 위해 쓰레기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본지는 5일(수)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본교 쓰레기 배출 현황을 짚어보고, ‘풀뿌리 환경 운동’을 실천하는 학생들을 만나봤다. △본교의 쓰레기 배출·처리 실태는△교내 환경 보호 프로젝트···‘0텀블러’에서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까지△학생들이 앞장서는 일상생활 속 환경 보호 △본교의 쓰레기 배출·처리 실태는총무처 총무팀에 따르면, 본교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양은 하루 평균 6톤이다. 재활용을 위한 쓰레기 분리수거 또한
이화그린영상제(EGMF∙Ewha Green Movie Festa)의 숨은 주역은 영상제를 꾸려나가는 학생들이었다. 약 400명의 학생들이 길게는 6개월, 짧게는 3개월 동안 영상제의 기획을 주도해 완성했다. 이 중에서도 영상제의 테마, 스크린 섹션별 주제를 고민하고 영상과 영화를 프로그래밍하며 굵은 뼈대를 잡아준 이들이 있다. 이화영화제에서 ‘누에꿈틀史’, ‘작은영화의 함성-초청’, ‘작은영화의 함성-공모’섹션을 담당한 ‘영화패 누에’ 그리고 메인테마섹션의 스크린 ‘7 Billiion-aire’, ‘Diaspora’, ‘자본주의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