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대학보 독자 여러분.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의 눈동자가 문득 궁금해집니다. 앞 장의 기사가 재밌거나 눈길을 끌었다면 동그란 눈으로 지금의 장까지 자세히 읽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 글은 읽히지 않겠죠. 어쨌거나 지금 읽으시는 신문은 2019학년도 상반기 마지막 신문입니다.

 

이번 학기, 이대학보는 독자 여러분들과 때로는 동기처럼, 때로는 가족처럼 편안하게 소통하기 위해 프롬편집국 코너를 새로이 만들었습니다. 학보의 시스템 개편, 학보사 기자의 취재 과정과 공유하고픈 성과 등을 소개했죠. 개인적으로는 옆에서 지켜보는 친구들과 가족들도 이해하기 힘든 학보사 기자의 생활을 짧게나마 글로 소개할 수 있어 이 작은 란이 더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일주일에 반 이상을 학보사 생활에 할애하는 제게 지인들은 묻습니다. “왜 그렇게 학보 활동에 매진하는 거야?”

 

학보사 기자에게 신문은 열정의 공간이자, 작은 자아라고 생각합니다. 인쇄 후 기사의 오타를 발견하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혹시나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어 정정 보도를 내야만 할 때면 온종일 우울하기도 하죠. 수업 시간에도 어떤 기사를 쓸지 고민하고, ‘불금’을 바쳐 기사를 확인하고 또 확인합니다.

 

이런 학보 기자의 마음을 알기에 <서강학보>의 백지 발행은 남의 일 같지만은 않았습니다.

 

5월21일 <서강학보>는 주간 교수의 편집권 침해를 이유로 692호를 전면 백지발행했습니다. 신문 6~7면에는 이사회 및 서강대 박종구 총장과 관련한 ‘재단 기획’이 실릴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주간 교수는 설문조사의 타당성을 묻고 취재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면 발행을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백지발행은 신문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대항이라고 생각합니다. 면이 빈 신문을 바라볼 때의 기분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서강학보>가 편집권 침해에 대항해 백지발행이라는 큰 결심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주장에 타당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서강학보>에 따르면 학보사는 기획 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설문 조사를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실시했습니다. 오차 범위를 줄이기 위한 노력 또한 기울였습니다.

‘학생’ 기자와 학생 ‘기자’의 사이. 참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학생의 신분이지만 교내 구성원을 독자로 상정, 발행하는 신문이기에 어느 한 입장에만 귀를 기울이면 안 됩니다. 모든 구성원의 이야기를 살펴 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으로 독자와 신뢰를 쌓고 소통하는 신문으로 나아가는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대학보는 더 경계하겠습니다. 발행을 잠시 쉬는 동안 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성이라는 답을 내리기 어려운 단어에 최대한 많은 이화인이 공감할 수 있게 고민하겠습니다. 저희는 모든 면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빠져들 수 있는 신문으로 다음 학기에 찾아오겠습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