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생활은 생각보다 일찍 끝난다는 사실 기억하기
교환학생 생활은 생각보다 일찍 끝난다는 사실 기억하기
  • 권소정 특파원
  • 승인 2019.0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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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소정 특파원(국문·16)△ 2019년 1학기 핀란드 교환학생
△ 권소정 특파원(국문·16)△ 2019년 1학기 핀란드 교환학생

방을 뺐다. 5개월의 핀란드 생활이 끝났다. 혼자 살아보는 것도, 외국에서 지내는 것도, 해외 대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도, 전 세계에서 온 친구들을 한 번에 잔뜩 사귄 것도, 온통 놀랄 만큼 처음 경험해보는 일들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매주 주말마다 집으로 초대해 맛있는 밥을 챙겨준 핀란드 가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함께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합창대회를 보러 가기도 하고, 소풍을 가기도 했다. 경제 관련 주제로 한 달을 준비해 고등학생들 앞에서 토론했던 날, 핀란드어 조금 배웠다고 친구들이랑 시내 나가서 더듬더듬 사용해봤던 날도 생각난다. 파티가 끝나고 새벽 4시에 터덜터덜 눈길을 걸어 와보기도 했다. 스키장에서 스노보드와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배운 것도, 동네 이곳저곳에서 스케이트를 탄 기억도 빼놓을 수 없다.

 

 

 

1월, 수업이 없는 한가한 수요일을 틈타 룸메이트와 함께 두 시간 동안 3단 눈사람을 만들었다
1월, 수업이 없는 한가한 수요일을 틈타 룸메이트와 함께 두 시간 동안 3단 눈사람을 만들었다

아쉬운 일들도 떠오른다. 교환학생들이 모이는 행사에 좀 더 참여할걸.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이랑 밥 한 끼 더 먹을걸. 방을 빼기 전에 더 많은 친구를 초대할걸. 물론 지금은 과제를 뒤로 미룬 걸 가장 후회한다. 하지만 과제에 시달리면서도 수업을 많이 신청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니 희한하긴 하다.

 

과제에 대해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통과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진득하게 앉아 공부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핀란드는 절대평가라 일정 수준 이상을 해내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어 시험은 물론이고 에세이까지 봐줄 만한 수준으로 만들어 놓느라 공을 많이 들이긴 들였다. 6월이 된 지금까지도 미뤄놓은 에세이를 붙들고 씨름 중이다. 15일까지 제출인데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공부하고 싶은 과목이라면 절대평가, 그게 아니라면 피해야 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2월, 핀란드 가족에게 스키를 빌려 가장 평평한 트랙에서 연습하는 모습.
2월, 핀란드 가족에게 스키를 빌려 가장 평평한 트랙에서 연습하는 모습.

짧은 기간에 추억을 많이 만들어서일까, 유바스큘라에 온 첫날처럼 텅 비어있던 방으로 다시 정리하는 게 그렇게 힘들었다. 꽉 채우지도 못한 28인치 여행 가방 하나만 덜렁 들고 왔었는데, 원래 들고 왔던 옷도 넣을 자리가 없었을 만큼 다시 가져가고 싶은 추억거리들 때문이었다. 신었던 스케이트화, 시내 미술관 행사 때 핀란드 가족들과 함께 그렸던 그림, 시험 일정이 가득할 때 도망치듯 다녀온 무민 박물관 티켓, 파티 모습이 담긴 사진들. 이외에도 같이 시간을 보내며 찍었던 동영상과 사진, 떠나기 전에 서로에서 써준 짧은 편지들, 떠올리기 버거울 정도로 다양한 추억거리들을 차곡차곡 정리해야 했는데 제대로 될 리가 있을까. 가져가고 싶은 것들을 무작정 여행 가방에 넣은 뒤 그 위에 앉아 억지로 지퍼를 잠갔다.

 

 

 

 

 

 

사실 짐을 싸는 것보다는 작별 인사할 때가 더 힘들었다. 교환학생 준비할 때는 새로운 곳에 가겠다는 기대만 했지, 이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세계 곳곳에서 온 친구들을 사귀었다는 건 다시 만나려면 세계여행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는데. 어쩌면 평생 친구들을 다시 못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헤어지기 아쉬웠다. 서로 롤링페이퍼를 써 주면서도, 짐을 정리하면서도, 공항으로 가는 중에도 ‘한 학기만 더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교환학생 생활 중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5월, 기숙사에서 자는 마지막 날, 주변에 사는 친구들이랑 함께 집 바로 뒤 에 있는 밀리야르비(Myllyjärvi)를 산책했다. 야르비(Järvi)는 핀란드어로 호수라는 뜻이다.
5월, 기숙사에서 자는 마지막 날, 주변에 사는 친구들이랑 함께 집 바로 뒤 에 있는 밀리야르비(Myllyjärvi)를 산책했다.
야르비(Järvi)는 핀란드어로 호수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