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인간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입니까?’라고 질문한다면 대 다수의 사람들은 ‘네’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질문은 인간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사실, 즉 모든 인간은 빠짐없이 고루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평등하게 존중하며 존중받고 살아가고 있는 걸까? 하루가 멀다하고 크고 작은 갑질 현상들이 이슈화된다. 갑질과 관련된 기사들은 넘쳐났고 기사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위들을 한다. 갑의 위치보다는 을의 위치에 더 익숙한 나는 을의 아픔에 공감하며 갑에 대해 분노할 수밖에 없다.

 

알바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신입이던 내가 알바 3일 차가 되던 날 날벼락이 떨어졌다. 그 날 직급이 나보다 높으신 A씨가 출근하셨고 나에 대한 면박이 쏟아졌다. 가르쳐 주시지 않은 일을 하지 못한다고 화를 내고 면박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나에 대한 인격적인 모욕을 안겨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로 자존감이 훼손될만한 단어들을 듣고 있자니 울컥했지만 꾹 참았다. A씨는 나에게 굳이 그런 폭언을 날려야 했을까? 나로서는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들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나를 짓밟는 말들을 하며 자신의 직급을 한 번 더 각인시킨다. 나는 그런 말들을 들으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이런 취급을 받고 살지는 말자. 또, 이런 취급을 하지도 말자.’

 

갑을관계 문제는 직장뿐만이 아니라 가족관계, 친구관계등 모든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특히 가족 관계나 친구 관계에서는 누군가가 우위를 차지하게 되면 그 관계는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친구 관계에서 한 사람이 우위를 차지하게 되면, 친구라는 명목하에 이뤄진 관계가 한 사람에게는 말 잘 듣는 착한 친구로 한 사람에게는 부려먹는 애로 서로가 다르게 인식될 것이다. 그때부터 그 두 사람은 서로 친구가 아니다.

 

상대방보다 뭐가 그렇게 잘나고 싶어서 갑을관계에 집착하는 걸까. 같은 눈높이에서 맞추어가면 더 좋을 텐데 말이다. 또 직장에서는 이미 대부분 갑을관계가 형성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얼마나 더 큰 우위를 차지하고 싶은 걸까. 돈과 권력을 쥐고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고유한 것을 침해해도 된다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이미 소유한 것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뭐가 부족해서 남의 기본권까지 뺏으려는지 잘 모르겠다.

 

심지어 강아지도 주종관계가 아닌 친구, 가족으로 여겨지는 사회인데 사람인데 왜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느냐는 말이다. 어떤 관계에서든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다가간다면 좋은 관계로 이어질 수 없다. 주인이 종에게 잘해줘 봐야 주종관계일 뿐이다.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로 상대를 바라보고 다가갈 때만이 비로소 상대를 진정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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