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 높은 반면, 참여율 비교적 낮아

그래픽=김보영 기자 b_young@ewhain.net
그래픽=김보영 기자 b_young@ewhain.net

“전날 먹을 것을 미리 사두고 여성소비총파업 당일에는 온종일 나가지 않아요.”, “불매기업 목록을 정리하고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죠.”

 

12번째 여성소비총파업 앞두고 이다민(정외·17)씨와 김신영(커미·18)씨는 여성소비총파업에 참여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얘기했다. 여성소비총파업 당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하는 활동을 묻자 이씨는 “주로 침대에 누워 여성소비총파업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고 답했다.

 

매월 첫 번째 일요일, 하루 동안 여성들이 문화생활, 외식, 쇼핑 등 모든 면에서 소비와 지출을 중단하는 운동이 있다. 여성 스스로 소비의 주체가 되겠다는 움직임. 바로 여성소비총파업이다. 여성소비총파업은 작년 7월1일부터 시작된 운동으로, 핑크택스(pink tax, 동일한 상품에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현상)와 상업 광고 속 여성의 소비를 수동적으로 여기는 편견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다. 이 운동은 모든 활동의 주 소비층인 여성들이 정해진 날짜에 소비를 일체 하지 않음으로써 여성 소비자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2일 여성소비총파업 당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그날 하루 소비하지 않았음을 인증하는 게시글이 즐비했다. 실제로 매달 여성소비총파업이 다가오면 본교 커뮤니티 사이트 이화이언(ewhaian.com)과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는 소비를 지양하자는 글이 빈번하게 올라온다. 여성소비총파업에 대해 이화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본지는 독자위원회를 대상으로 여성소비총파업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한 독자위원 25명에 따르면, ‘여성소비총파업’을 알고 있는 경우는 92%였고 이 중 여성소비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경우 44%,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경우 48%, 무응답 8%였다. 참여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의 답은 외출 삼가기, SNS 줄이기, 미리 장보기 등이 있었다.

 

강신재(사회·18)씨는 매달 여성소비총파업 때마다 소비하지 않고 남은 식자재로 식사를 해결한다. 그뿐만 아니라 파업 전날에도 평소에 하던 소비 이상의 지출을 늘리지 않는다. 이틀간의 소비 총량 평균이 평소와 비슷하다면 여성소비총파업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씨는 “여성소비총파업, 보이콧과 같은 여성 소비자운동은 성차별적 시장에 비판적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수연(경제·16)씨는 핑크택스가 붙거나 여성들이 주 고객층인 상품을 소비하지 않는 방법으로 여성소비총파업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김씨는 “여성소비총파업 운동은 꼭 필요한 것”이라며 “여성들을 상품이 아닌 소비 주체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계기”라고 말했다.

 

큰 폭은 아니지만 여성소비총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참여하는 경우에 비해 4% 높았다. 여성소비총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했다. 기숙사에 거주 중인 최보미(의류산업·18)씨는 기숙사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려면 소비를 중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씨는 “여성소비총파업 운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홍보가 잘 안 되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초반 여성소비총파업에 참여했던 ㄱ(커미·17)씨는 현재 해당 운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불매로 인해 겪는 불편함에 비해 그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ㄱ씨는 “취지는 좋지만 방법이 잘못된 것 같다”며 “무조건 모든 소비를 중단하니 전력이 분산돼 효율이 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모든 분야의 소비총파업보다는 주마다 테마를 정해 그 테마에 해당하는 분야에만 소비총파업을 하면 더 두드러진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ㄴ(수학·17)씨도 유사한 생각이었다. 그는 “여성의 영향력을 사회에 알려야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전반적인 문화 사업의 소비총파업이라는 실천 방향이 옳은지는 아직 모르겠다”며 “영향력을 알릴 수 있는 다른 방향으로의 실천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답했다.

천혜정 교수(소비자학과)는 “여성소비총파업은 임금차별, 고용차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이성애 중심주의 등 한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에 대한 저항의 표현”이라며 “금전적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차원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여성이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 있지만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회운동과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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