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관이 60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재정비에 들어갔다. 이화의 상징적 건물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학관. 지금의 학관 모습은 이제 기억속에 남게 됐다. 재학생, 교수, 졸업생, 경비원이 본지에 학관을 추억하는 글을 보내왔다. 그들의 아쉬운 마음을 수기로 전한다. 이번 편은 조혜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글이다. (편집자주) 학관은 싫지도 좋지도 않은 건물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와 학관은 많이 연결되어 있다. 입학 후 첫날, 나는 스스로 이방인 같은 느낌으로 2층 강의실을 향해 갔다. 시간이 밭아서 서둘렀는데, 아뿔사, 3층이다. 내가
낮인데도 밤같이 어두운 날이 있다. 하늘은 온통 회색이고 우산을 써도 비를 피할 수 없는 그런 날. 지난 2018년 5월 어느 날, 나는 한 중년 여성을 만나러 가고 있었다. 그는 다소 어눌한 말투로 자신의 집으로 오는 길을 설명했고, 나는 처음 가보는 서울의 한 작은 동네를 몇 바퀴 돈 끝에 그가 사는 집을 겨우 찾았다. 그는 탈북 여성이다. 핵실험장으로 잘 알려진 북한 풍계리 근처에서 나고 자랐다.당시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할 계획을 세웠고, 주요 외신들은 주로 핵실험장이 어떻게
사람들은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똑같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의 믿음 체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같은 물리적 시공 세계에 살지만 서로 다른 정신적 개념 세계에 산다. 하나뿐인 이 지구에 다양한 문화가 풍성한 이유이다.그러면 우리는 자신의 정신세계를 어떻게 더 키우고 풍요롭게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믿음 체계를 교정하고 확장해 나간다. 소통 없이는 사람은 망망한 인간 바다의 고독한 섬이 되고 언어의 활력을 잃고 만다. 그런 소통의 최선의 방식이 바로 책 읽기일 것이다.책은 저자의 생각이나
살기 위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죗값을 느껴야 했다.천선란 작가의 소설 「검은색의 가면을 쓴 새」에 나오는 문구다. 책 속에서는 환경 문제에 심각성을 느낀 정부의 환경 부담금 정책으로 배달용 플라스틱 용기 하나를 사용할 때마다 세금이 붙는다. 그러나 주인공 은비의 부모님 같은 영세 자영업자는 재사용할 수 있는 그릇으로 바꾸라는 환경단체의 설교를 들어가면서도 계속 일회용기를 사용한다. 그릇을 수거할 인력도 없고, 수거해 설거지할 시간에 벌금을 내고 한 접시를 더 파는 게 낫기 때문이다.그런 부모님을 보며 은비는 생각한다. 가게
우리는 청춘이다.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 시절에 걸쳐있는 시간. 사람들은 흔히 청춘이라 하면 젊음의 패기, 이 시간이 지나면 하지 못할 경험, 나이가 용서하는 경험을 떠올린다. 하지만 과연 내 청춘은 무엇으로 가득한가. 내 청춘은 여행, 젊음, 취미, 경험이라는 단어보다 공부, 노력, 땀에 가까운, 들끓는 청춘이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사회가 정해버린 청춘대로 흘러가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며 ‘불쌍하다’는 생각까지도 해봤다.9월7일. 그날은 아무런 징조도 없었다. 2학기 개강 첫 주, 코로나19가
어느새 2020년의 마지막 달을 앞두고 있다. 궂은 날씨처럼 어두운 소식이 많았던 2020년, 계획했던 일이 틀어지고 같은 걸음도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럴 때 가장 위로가 됐던 건 어려운 상황을 함께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9월9일 이화에 쌍무지개가 뜬 날, 친구와 함께 멍하니 하늘을 봤던 날을 기억한다. 그때처럼 맑은 하늘을 다시 볼 날을 기다리며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작은 응원을 보낸다.
약 1달간 바쁘게 돌아가던 총장 선출이 막을 내렸다. 이번 총장 선거는 본교 역사상 세 번째, 그리고 학생이 참여한 두 번째 직선제였다.제17대 총장 선거에는 8명이 총장 후보로 나섰다. 이선희 교수(의학과), 이공주 교수(약학과), 조기숙 교수(무용과), 강혜련 교수(경영학부), 이주희 교수(사회학과), 김성진 교수(화학나노과학과), 양옥경 교수(사회복지학과) 그리고 신임 총장인 김은미 교수(국제학과)까지. 각 후보자가 속한 단과대학도 다양했다.후보자들은 각자 자신이 꿈꾸는 이화를 실현하기 위해 오랜 시간 생각해 온 공약을 내보였
최근 시작된 코로나19 3차 유행의 원인으로 2030세대가 꼽히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15일~21일 연령별 확진자 분포를 보면 20대 젊은 층의 증가 폭이 가장 크다”며 “약 두 달 전에는 확진자의 10.6% 수준에서 지난주 17.8%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15일~21일 사이 신규 확진자 수 중 20대가 36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에 방역당국은 이번 3차 유행이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임을 예측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확진자 비율이 높은 것을 감안한 것이다. 방
명절에 받기 싫은 선물 1위로 ‘책’이 꼽혔다는 기사를 봤다. 지당하다. 선물은 기왕이면 쓸모 있는 것을 받고 싶고, 이것저것 고민할 필요 없는 현금이 제일이다. 전공책에 취업준비용 각종 수험서를 사기에도 용돈이 빠듯한 대학생이라면, 고전 필독서는 제목만 들어도 입시 스트레스가 되살아나는 듯 가슴이 답답해지겠다. 제아무리 훌륭한 양서라도 그게 당장의 기쁨이나 손에 잡히는 이익에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예를 들려는데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9800원짜리 산양유 비누만큼의 효능감도 주지 못하는 책을 20년간 만들어오다 자포자기해서 결
나는 변호사다. 내년이면 변호사로 근무한 지 벌써 8년 차가 된다. 업무량과 바쁨에 있어서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시간을 쪼개어 5년째 해오는 일이 있다. 바로 이화법조인회의 무료법률상담 프로그램이다.법대에 진학해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합격하기까지 나는 이화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화가 내게 베풀어준 것이 결코 적지 않았기에,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이화를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베풀어야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던 중 재능기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법률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고, 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기도의 한 양계장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사료 값이 폭등하자 닭에게 하루 세 번 주던 모이를 한 번으로 줄였다고 한다. 그러자 배가 고파진 2만 마리의 닭이 서로 싸우더니 죽은 닭의 내장을 쪼아 먹었다. 배고픔이라는 생존의 위기 앞에 닭 ‘사회’는 순식간에 무너진 것이다.한편 지구상에서 가장 ‘사회적’인 생물은 개미라고 한다. 퓰리처상을 받은 책 『개미들』을 보면, 앞으로의 지구는 사람이 아니라 개미가 지배할 거라는 다소 ‘생뚱맞은’ 주장을 한다. 근거는 개미의 뛰어난 희생정신과 분업능력이다. 실제로 개
3년간 쉼 없이 달려오며 내년에는 휴학을 하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휴학하며 무엇을 할지 고민해보니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남들은 영어 자격증도 따고, 면허도 따고, 인턴을 하기도 한다던데, 난 뭘 해야 하지? 그냥 쉴까 생각해보지만 어떻게 쉬면 될지 떠오르지 않는다. 왠지 쉬는 것도 ‘잘’ 쉬어야 할 것만 같다. 문득 스스로에게 궁금해졌다. 나는 ‘쉬는 법’을 배운 적이 있었나? 한국의 교육 과정을 밟아 온 학생들이라면 다들 공감하겠지만, 우리는 늘 달리는 법만 배웠다. 그것도 ‘잘’ 달리는 법! 남들보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
“너희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어?”술잔이 오고 가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자리였다. 한 친구가 던진 물음으로 인해 술자리의 분위기는 금세 차분해졌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쭈뼛거리며 머뭇거리기도 잠시, 곧이어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본인의 죽음은 두렵지 않다던 친구가 있는 반면, 자신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삭제되는 것이 너무나도 싫다던 아이도 있었다. 이런저런 대화가 오고 간 후, 죽음에 대한 우리의 짧은 담화는 결국 ‘세상을 떠나기 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주어진 현실을 충실하게 즐기자’는 다짐으로 귀결되며 종료됐다.
안녕하세요, 독자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 추운 날씨가 일찍 찾아오리라 예상했지만 이제서야 찬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네요. 이제는 정말 겨울을 준비해야 할 듯 합니다.이대학보는 벌써 2020년 마지막 발행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제가 학보에서 보내는 마지막 일주일이기도 해요.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걸 몸소 느끼는 중입니다.오늘은 퇴임을 앞두고 있는 저의 2년 6개월간의 학보생활을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대학생활 4년 중 2년 6개월이란 시간은 반 이상을 차지하는 꽤나 긴 시간이기에, 학보는 곧 저의 대학생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기
지난주, 한 여성이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성이 아이를 낳았다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소식이 제법 화제다. 특별히 이슈가 된 이유가 있다면, 소식의 주인공이 방송인이라는 데에도 있겠지만, 아마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스스로 엄마가 되기를 택해서’일 것이다.이는 방송인 사유리씨의 이야기다. 그는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과거 방송에서 오래전부터 엄마가 되고 싶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을 할 수는 없어 ‘자발적 비혼모’라
‘누구나 정해진 궤도를 가는 건 아니지. 돌발과 우연이 인생이기도 해.’ 서른을 살짝 넘긴 나이에 인생을 논하기는 부끄럽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돼 일기장에 적어 놓은 문장이다. 나는 올해 5월 ‘우아한형제들’이라는 회사로 터를 옮겼다. ‘우리가 무슨 민족입니까’를 외치는 그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회사다. 나는 ‘배민아카데미’라는 부서에서 외식업 사장님들의 장사를 돕는 영상 교육 콘텐츠를 만든다. 배달의민족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어떻게 회사가 사회와 공생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콘텐츠를 만드는 조직이다. ‘백
나에게 상담을 청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콘텐츠 기획자’ 혹은 ‘스토리텔러’를 꿈꾼다. 그들은 열정에 찬 눈빛으로 진지하게 질문을 던진다. “저는 인터랙티브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좋은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까요?” “저는 게임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어요. 그냥 게임을 많이 하다 보면 되는 걸까요?”미래의 스토리텔러로부터 이런저런 질문을 받노라면 어느새 나까지 행복해진다. 그때마다 나는 꼭 잊지 않고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좋은 책들을 꾸준히 읽으면서 자신만의 원형과 레퍼런스를 비축해 두기 바랍니다.”지금까지 필자는
최근 10명가량의 택배기사가 사망하는 등 택배기사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됐다. 이로 인해 택배기사 처우개선, 임금문제 등 택배에 관한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에 정부는 12일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8월 한국통합물류협회와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 4개 택배사의 ‘택배기사 휴식권 보장을 위한 공동선언’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는 주간 택배기사의 밤 10시 이후 심야배송을 제한하고, 지연배송에 대한 택배기사 부당처우 개선, 택배비 인상 등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택배비의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