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쉼 없이 달려오며 내년에는 휴학을 하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휴학하며 무엇을 할지 고민해보니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남들은 영어 자격증도 따고, 면허도 따고, 인턴을 하기도 한다던데, 난 뭘 해야 하지? 그냥 쉴까 생각해보지만 어떻게 쉬면 될지 떠오르지 않는다. 왠지 쉬는 것도 ‘잘’ 쉬어야 할 것만 같다. 문득 스스로에게 궁금해졌다. 나는 ‘쉬는 법’을 배운 적이 있었나? 한국의 교육 과정을 밟아 온 학생들이라면 다들 공감하겠지만, 우리는 늘 달리는 법만 배웠다. 그것도 ‘잘’ 달리는 법! 남들보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 쉬는 것은 물론이고, 그냥 걷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한다.

어떻게 하면 ‘잘’ 쉴 수 있을지 고민하다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몇 가지가 떠오르기는 했지만, 나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Z세대는 자의든, 타의든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나라는 사람을 끊임없이 증명하고 표현한다. 대외 활동 하나를 지원하려 해도 개인 소셜 미디어 주소를 기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블로그나 유튜브를 운영하는 것이 하나의 스펙이 되고 있다. 사진과 글, 영상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때론 과시하며, 나의 인간관계를 전시한다. 그런데 문득 정작 나라는 사람에 대해 나 자신은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인정받고 있다는 기분도 든다.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표출하고 싶다면 개인 일기장에 쓰면 된다. 굳이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올리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나의 인간관계, 나의 성취를 드러내고 인정받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타인을 통해 나의 현존을 인정받는다는 뜻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소셜 미디어를 보며 남과 나를 비교하기도 한다. ‘쟤는 이런 것도 하네나도 해야 하나? 하지만 이건 내가 좋아하는 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금세 ‘근데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뒤처지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든다. 잘 달리는 법만 배우고 잘 쉬는 법을 모르는 나는 그저 열심히 뛸 뿐이다. 달리기의 방향도, 목적지도 모른 채 말이다.

인생의 속도는 각자 다 다른 거라지만, 어쩌면 주위 사람들을 보며 나와 그들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것이 인생인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는 종종 두려워한다. 나만 뒤처진 것은 아닐까? 내 주위 사람들은 다 달리고 있는데 나만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생의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속도와 방향 모두 잡고 싶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도 달린다. 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모른 채로. 음, 그래서 나는 휴학하고 무엇을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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